2021년 대법원 저작권 판결
“저작자 아닌 자 저작자 표시 땐 처벌”
AI가 생성한 저작물도 적용될 듯
팀 버튼 감독의 영화 ‘빅 아이즈’는 화가 마거릿 킨의 실화를 다룬 작품이다.
그녀의 그림은 유독 비현실적으로 큰 눈을 가진 인물화 ‘빅 아이즈’가 주를 이뤘는데, 사람의 눈을 크게 그리는 것에 관해 ‘눈은 영혼의 창’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수완 좋은 사업가 월터 킨을 만나 결혼한다. 월터 킨은 ‘빅 아이즈’ 그림을 판매하면서 그녀와 자신의 성인 ‘킨’으로 서명된 작품을 자신이 그린 것이라고 거짓말한다.
그림이 점점 유명해지면서 남편 월터 킨은 화가로 성공하지만 그녀는 정신적으로 피폐해지고 환각, 우울증세로 고통받는다. 급기야 월터 킨은 그녀를 감금하다시피 하며 그림만 그리도록 강요한다. 마침내 그녀는 ‘빅 아이즈’의 화가가 자신이라고 세상에 공표하면서 월터 킨과 이혼하고, 저작권을 되찾기 위한 소송을 제기한다. 재판에서 판사는 그녀와 월터 킨에게 ‘빅 아이즈’를 그려 보라고 한다. 그녀는 유명한 ‘증거물 244호’를 법정에서 그리면서 승소한다.
저작권법은 ‘저작자는 저작물을 창작한 자’라고 규정하고 있다. 즉, 타인이 창작한 저작물의 저작자가 될 수 없다는 창작자주의 원칙이다. 그러나 ‘빅 아이즈’의 경우와 유사하게 저작물의 창작을 작가에게 의뢰한 뒤 그 결과물을 자신의 저작물인 것처럼 공표하는 대작계약은 여전히 성행 중이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을 이용해 만든 저작물의 저작권 귀속 문제가 업계의 화두다. 어문(語文) 저작물은 챗GPT 등으로 계속 생성되고, 상업적 이용을 위한 AI 활용 논의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빅 아이즈’의 마거릿 킨이 남편 월터 킨에게 허락한 것은 저작물을 판매하는 것이었지 성명을 표시해 자신의 창작물로 공표하는 건 아니었다. 월터 킨은 저작재산권을 양도받았거나 이용을 허락받았다고 주장할 수 있지만, 그녀의 저작인격권인 성명표시권, 공표권 등을 침해했으므로 저작권 침해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을 져야 한다.
대작계약의 경우 창작자가 자신의 저작물에 타인의 성명을 표시해 공표할 권리까지 부여하는 것이므로 저작인격권의 침해를 주장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비용을 지불하고 대작계약을 체결하면 누구나 창작자가 될 수 있을까? 법원의 판단은 ‘아니요’다.
‘대법원 2021.7.15. 선고 2018도144 판결’ 등은 “저작권법 제137조 제1항 제1호의 저작자 명의 허위표시 공표죄는 실제 저작자의 인격적 권리뿐만 아니라 저작자 명의에 관한 사회 일반의 신뢰도 보호하려는 데 목적이 있다”며 “이러한 입법 취지 등을 고려하면 저작자가 아닌 자를 저작자로 표시해 저작물을 공표한 이상 위 규정에 따른 범죄는 성립하고, 사회통념에 비춰 사회 일반의 신뢰가 손상되지 않는다고 인정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가 아닌 한 그러한 공표에 저작자 아닌 자와 실제 저작자의 동의가 있었더라도 달리 볼 것은 아니다”고 했다.
사회 일반의 신뢰가 손상되지 않는다고 인정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저작자 아닌 자를 저작자로 표시하는 행위는 처벌해야 한다는 것인데, AI로 생성한 저작물의 경우에도 마찬가지 법리가 적용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저작인격권 중 성명표시권의 침해는 저작자뿐만 아니라 이를 신뢰한 대중 역시 피해자라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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