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조명탄

‘블랙호크’ 성능개량의 우선순위

입력 2025. 03. 31   15:51
업데이트 2025. 03. 31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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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룡 월간조선 군사전문기자
오동룡 월간조선 군사전문기자



UH-60 블랙호크는 1979년에 첫 실전배치가 이뤄진 이래 지금까지 신규 생산되는 ‘스테디셀러’ 헬리콥터다. 블랙호크의 유명세 때문에 미군 특수부대 ‘델타포스’의 소말리아 모가디슈 작전을 그린 리들리 스콧 감독의 ‘블랙호크 다운’이란 영화까지 나왔다.

얼마 전 레이건 공항 상공에서 여객기와 공중충돌을 일으켜 스타일을 구기긴 했지만, 여전히 그 멋진 포스에 많은 이가 열광한다.

기자는 2002년 11월 육군7보병사단 취재 때 UH-60P 블랙호크를 탄 적이 있다. 스터브 윙(stub wing)에 ‘갈매기 날개’ 모양의 보조연료 탱크를 장착한 블랙호크가 사단 GOP 헬기장에 내릴 때 전투현장에 투입되는 느낌을 받았다.

최근 블랙호크 기체가 10여 년 만에 개량사업에 들어간다는 소식이 들린다. 군은 올 4월 중순쯤 10년 지체 끝에 9613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UH-60P 개량사업에 착수한다.

한국형 기동헬기인 ‘수리온’을 개발한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블랙호크’를 면허생산한 경험이 있는 대한항공의 양자 대결이다. 방위사업청(방사청)은 제안서 실사 등을 거쳐 4월 하순께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성능개량에선 군이 보유한 블랙호크 144대 중 육군 특수작전용과 공군 전투탐색구조용 36대만 대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갈매기형’ 특전사용 24대와 공군 전투탐색구조용 12대만 개량하기로 한 것. 나머지 육군항공사령부 기동헬기 대대에서 운용하는 108대는 운용 수명이 다할 때까지 그대로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이후에는 현재 준비 중인 ‘차세대 고속 중형 기동헬기’로 대체한다.

성능개량사업은 선정된 업체와 계약을 체결한 날로부터 7년 내에 완성해야 한다.

군의 UH/HH-60P 블랙호크 기동헬기는 1990년 도입사업이 결정돼 1999년까지 면허생산으로 양산·배치됐다. 블랙호크 기체 설계수명은 8000시간(운용시간 기준)인데, 성능개량 대상 블랙호크의 운용시간은 5000~7500시간으로 기체수명 한도에 근접했다.

국방부는 원래 140여 대의 모든 UH/HH-60P 블랙호크를 성능개량하는 것을 검토했다. 그러나 대규모 성능개량사업으로 추진되면서 예산 확보의 어려움으로 좌초되고 말았다. 당시 본격 양산을 시작한 국산 KUH-1 수리온 기동헬기 개발에 우선순위를 빼앗긴 것이다.

이 사업이 부활한 계기는 참수부대의 창설과 전용 기동헬기의 필요성 때문이다. 특수전용으로 쓰이는 UH/HH-60P는 유사시 특전사의 공중침투, 대량살상무기(WMD) 대응, 탐색구조 등에 투입된다. 고난도 작전인 만큼 헬기 성능도 그만큼 우수해야 한다. 이번 성능개량사업의 목표는 산악지대 등 험지의 야간비행에 주안점을 두고 이뤄진다. 성능개량의 핵심은 현재 아날로그 조종시스템을 ‘디지털’로 바꾸는 데 있다.

하지만 이 사업의 문제점도 지적된다. 현재 방사청의 블랙호크 성능개량사업에는 ‘기체수명 연장’이 포함돼 있지 않다.

방사청조차 “수명 연장을 위해선 기체 골격을 보강할 필요가 있다”며 “수명 연장은 통상 성능개량과 별도 사업으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진정한 블랙호크의 성능개량은 기골(機骨) 보강을 통한 ‘기체수명 연장’임을 인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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