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부대 파병 12주년... 되돌아본 ‘빛나는 성과’
19진, 식량·의료품 주보급로 307㎞ 보수
남수단 주민들에게 '생명줄' 같은 길 완성
벼·원예 재배장 갖춘 한빛직업학교 9년째
수익 직접 창출하며 경제 자립 기반 마련
유엔군도 인정, UNMISS의 모범으로 우뚝
오랜 내전 끝에 독립한 남수단에 ‘한빛’이 떠오른 지 31일로 12년이 됐다. 2013년 3월 31일, 남수단 재건지원을 위해 전개된 남수단재건지원단(한빛부대)은 지금까지 남수단의 항구적 평화를 위한 인도주의 활동에 심혈을 기울여 왔다. 현지에서는 이들의 헌신을 ‘신이 내린 선물’이라고 부르며 찬사를 보낸다. 남수단 정부 역시 성과를 높이 평가하며 매년 파병 연장을 요청하고 있다. ‘한강의 기적’처럼 ‘나일강의 기적’이 일어나길 바라며 남수단의 평화 유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한빛부대의 성과를 돌아본다. 글=김해령/사진=조종원 기자
|
합동참모본부(합참)는 지난 27일 “한빛부대 19진이 진행한 보르~피보르~아코보를 잇는 307㎞의 ‘주보급로(MSR·Main Supply Route) 보수작전’이 최근 마무리됐다”며 “오랜 내전으로 기아·기근에 시달리는 남수단 주민에게 식량·의료품을 원활히 공급하기 위한 ‘희망의 길’이 한빛부대 장병들의 땀방울로 완성됐다”고 밝혔다.
MSR 보수작전은 남수단 주요 도시와 마을을 연결하고, 나일강 범람을 막기 위한 제방과 공항 활주로를 증축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현재까지 한빛부대의 MSR 보수작전 누적거리는 2500여 ㎞에 달한다.
이번 작전은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24일까지 4개월에 걸쳐 이뤄졌다. 핵심 목표는 피보르와 아코보 마을을 보르와 연결하는 것이었다. 보르는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이 있는 도시다. 식량과 의료품이 부족한 남수단 주요 지역에 물자를 공급하는 지리적 중심지이자 구호 활동의 ‘심장부’다.
MSR은 남수단 주민들에게 ‘생명줄’과도 같다. 이 도로로 식량과 의료용품 등 필수 물자가 각 마을로 전달되기 때문이다. 이번 개통으로 해당 구간 차량 평균 이동속도가 시속 10㎞에서 60㎞ 이상으로 대폭 증가했다. WFP는 두 마을에 더 안정적으로 식량을 공급할 수 있게 됐다. 주민들의 생활여건 개선과 부족 간 소통·화합도 기대된다.
한빛부대는 피보르와 아코보 지역 내 도로와 공항 활주로 등을 보수하며 마을 발전에 이바지했다. 남수단은 포장도로가 드물고, 매년 우기가 되면 백나일강 범람으로 대부분의 비포장도로가 유실되기 일쑤다. 이로 인해 차량 통행이 어려워지고 인적 교류가 단절되는 일이 반복됐다. MSR 보수작전은 단순한 도로 정비를 넘어 지역주민들의 생계를 지탱하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
섭씨 50도를 웃도는 무더위와 끊임없이 날리는 흙먼지에도 한빛부대는 임무를 완수했다. 중간에 보수구간이 확대되면서 주둔지와 작업현장 간 이동시간이 늘어나는 어려움도 있었다. 부대원들은 시간을 단축하고 효율성을 높이고자 임시시설과 소파견지에서 숙영하며 작업을 이어갔다. 그 결과 한빛부대는 유엔남수단임무단(UNMISS) 소속 7개 공병부대(한국·중국·인도·태국·방글라데시 2개·파키스탄) 중 가장 먼저 MSR 보수작전을 완료했다.
또 피보르·아코보·리콴골레 주민들을 직접 만나 재건지원 수요를 파악하면서 실질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마을 숙원사업 해결을 위해 주요 거점 도시의 공항 활주로와 광장 보수, 시장·시내 도로 개설, 축구장 신설 등을 지원했다.
보르~피보르 주보급로 인근에 있는 구무룩 마을의 존 골라 냐마지 위원장은 MSR 개통과 관련해 “마을을 대표해 감사인사를 전한다”며 “구무룩의 아이, 여성, 청년, 노인 모두가 지난해보다 나아진 도로 상태를 보며 굉장히 행복해한다”며 웃음을 보였다.
|
남수단 주민에게 고기 아닌 ‘고기 잡는 법’ 전수
한빛부대는 기아와 질병 해결을 위한 구호 활동뿐만 아니라 남수단 주민의 경제적 자립을 돕기 위한 기술 전수 등 다양한 인도주의 지원을 하고 있다. 생활과 의료여건 개선을 위해 지난해 12월부터 이달까지 총 6차례 공여식을 해 말라리아 예방약·수액 등 의약품과 생필품, 학용품, 축구용품 등 136종 1만7025개(약 1억2000만 원 상당)를 전달했다.
자립 역량 강화를 위한 ‘한빛직업학교’는 2016년 개설된 이후 9년째 활발히 운영 중이다. 현재까지 600명의 주민이 교육을 수료했다. 다음 달 1일 개강하는 ‘2025-2차 한빛직업학교’에는 종글레이주 주민 20명과 존가랑대 학생 60명 등 총 80명이 참여해 오는 6월 6일까지 전기·배관·양계·농업 등을 배운다. 기존 농업 중심 교육에서 보다 실용적인 기술훈련으로 확대했다. 존가랑대는 한빛직업학교의 수료증을 정식 자격증으로 인정하는 방안을 두고 남수단 정부와 협의 중이다.
농업 교육은 존가랑대 내에 조성된 ‘한빛농장’에서 실시된다. 지난해 6~8월 사회지원개발사업을 통해 농장 부지를 1만㎡ 규모의 벼 재배장과 2만㎡의 원예·과수 재배장으로 확장해 교육환경도 개선했다.
한빛농장에서는 지난해 4월부터 10월까지 대한민국과 아프리카 볍씨를 교배한 ISRIZ-7, V-16, KAFACI-1, KAFACI-3 등 4개 품종을 시험재배해 남수단 기후에 적합한 종자를 선별했다. 이 중 ISRIZ-7은 현재 3개의 벼 재배장에서 재배 중이며, 6월 추수 후 지역주민들에게 볍씨를 보급해 벼농사 확대를 추진할 계획이다. 원예·과수 재배장에서는 건기(12~3월) 기간 관수설비로 과수(망고·바나나·구아버·파파야)를 미래 작물로 재배 중이다. 오크라와 수박은 지난 1월부터 수확돼 현지인들과 한빛부대의 구매로 수익을 창출하기도 했다. 수확·판매·유통 과정을 구축해 주민들의 경제 자립기반을 마련한 셈이다.
4번이나 남수단에 파병된 권병국(육군대령) 한빛부대장은 “한강의 기적을 경험한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남수단 ‘나일강의 기적’을 꿈꾸고 있다”며 “우리의 재건지원과 인도주의적 활동이 남수단 부족 간 화합·단결·번영으로 거듭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UNMISS 종글레이주 기타 파이어스 주조정관은 “지난 12년 동안 한빛부대가 실시한 재건지원과 민·군 작전은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줬다”며 “이 성과는 유엔군도 인정할 뿐만 아니라 UNMISS의 모범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많이 본 기사
이 기사를 스크랩 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