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에서 소대장의 위치는 어디일까? 대열의 뒤쪽에서 명령을 내리는 자리일까, 가장 앞에서 병력을 이끄는 자리일까? 총탄이 빗발치는 전투가 시작되면 병사들은 본능적으로 소대장을 찾는다. 그 순간 소대장이 주저하면 부대는 무너진다.
한국 육군보병학교와 미국 보병학교의 부대 마크에는 모두 ‘나를 따르라(Follow me)!’라는 구호가 새겨져 있다. 미 보병기초장교리더과정(IBOLC)을 수료하면서 이 말이 단순한 슬로건으로 남을지, 실제 전장에서 외칠 수 있는 구호가 될지는 소대장 역량에 달려 있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
IBOLC는 전투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소대장을 길러 내는 시간이었다. 다섯 달 내내 야외에서 숙영하며 비가 오든 눈이 오든 주어진 임무를 수행해 나갔다. 체력과 정신력은 매 순간 시험대에 오를 수밖에 없었다.
IBOLC에서 체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다양한 체력검정 중 하나라도 통과하지 못하면 즉시 과정에서 탈락하고, 다음 기수에 다시 합류해 수료 때까지 그 과정을 반복해야 했다. 체력은 단순히 평가항목이 아니라 소대장이 될 자격을 증명하는 필수 관문이었다.
일련의 과정에서 모든 기준은 성별과 관계없이 동일하게 적용됐는데, 이는 모두에게 당연한 원칙으로 받아들여졌다. 전장은 누구에게도 예외를 두지 않기에 소대장은 체력적으로 강인해야만 했고 ‘체력이 부족한 사람이 보병 소대장이 돼서는 안 된다’는 보다 본질적 문제를 강조하며 엄격한 체력 기준을 제시했다.
매주 월요일 아침, 일주일 치 식수와 침낭을 챙겨 산으로 향했다. 이 과정에서 악천후는 훈련의 제한요소가 아닌 전장의 일부였다. 전투 피로도는 고스란히 교육생들의 몫이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건 한여름 장마철이었다. 연이은 태풍으로 침낭이 젖고 뼛속까지 한기가 스며들었지만 그 누구도 불평하지 않고 생존하기 위해 나무 밑에 판초우의를 이용해 텐트를 쳤다.
미군과 한국군의 작전환경과 조직문화는 다르다. 하지만 전투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실전성을 강조하는 접근방식은 충분히 참고할 만한 가치가 있다. 특히 체력과 실전 경험을 철저히 검증하는 IBOLC는 우리 군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보병 소대장은 한국군의 미래를 책임질 핵심 인력이다. 그들이 단단해질수록 군 전체의 전투력도 강해진다. 제대로 된 소대장을 양성하는 것만큼 미래를 위한 확실한 투자도 없을 터. 우리의 보병 초군반도 더욱 실전적인 환경에서 강한 체력과 지휘력을 갖춘 소대장을 육성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야만 미래의 전장에서 우리 소대장들이 자신 있게 “나를 따르라!”라고 외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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