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 레이다상 무인기 탐지!” “함교, 무인기 보이지 않음! 집중탐색 중!”
함장으로 임무를 수행하며 여러 차례 무인기 탐지·추적훈련을 했지만, 정말 쉽지 않음을 느낀다. 다음 날 새벽 보고를 받았다. “함장님, 공중 미상항적 탐지했습니다.” 무인기일까, 풍선일까? 날갯짓을 한다. 확인 결과 갈매기다. 쓴웃음을 지으며 당직자를 격려했다.
짧은 작전종심과 탐지하기 힘든 환경. 어떻게 하면 조기에 탐지하고 잘 대응할 수 있을까? 기술이 더 발전해 무인기가 주기적으로 날갯짓을 하도록 만들어진다면 과연 조기에 탐지할 수 있을까? 서해 북방한계선(NLL)은 쉴 틈 없이 바쁘지만 여전히 안갯속이다.
서해 NLL은 1953년 서해상 남북 간 경계선으로 설정된 이후 지금까지 군사적으로 가장 긴장감이 높은 곳이다. 평소에도 적의 빈번한 위협은 물론 제1·2연평해전과 대청해전, 천안함 피격사건, 연평도 포격전 등 실제 도발이 일어난 곳이기도 하다. 그뿐만 아니라 적 경비함정의 NLL 침범에 따른 경고사격, 북한 주민 귀순사례 등이 언제·어디서 발생해도 이상하지 않다.
함대 지휘통제실장에 이어 함장으로 3년째 서해 NLL을 바라보며 감시·경계태세를 갖추고 있다. 때로는 힘들지만 옆에서 함께하는 전우들을 보면서 또다시 한 발 내디딜 수 있는 힘을 얻는다. 주어진 임무에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전우들. 이야기하지 않아도 서해 NLL을 지키는 서로의 힘듦을 잘 이해하고 있다.
“군대는 100년간 한 번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해도 단 하루라도 대비하고 있지 않으면 안 된다”는 다산 정약용의 말처럼 비록 이번 임무는 무사히 끝났더라도 날씨가 춥든 덥든, 안개가 있든 없든, 사회가 어떻든 간에 우리는 묵묵히 같은 임무를 수행 중이다.
적막한 서해의 밤, 저 멀리 중국 어선의 불빛 너머 북한이 보인다. 어떤 날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적막하고 차디찬 바다에 파도를 가르는 소리만 들릴 뿐. 적이 언제 해안포를 쏘거나 대함유도탄으로 공격할지, 언제 무인기를 날려 보낼지 모르는 이곳. 오늘 밤도 마음속으로 기도하며 서해에서 하루를 보낸다.
“서해에 잠든 전우들이여, 오늘 밤도 부디 우리를 지켜 주십시오. 오직 적과 임무만을 생각하고 집에서 멀리 떠나 전장의 한가운데 서 있는 우리를 지켜 주십시오. 적이 도발하면 반드시 그대들의 한을 풀어 드리겠습니다. 우리가 있는 이곳은 그대들의 한이 서려 있는, 그대들이 피와 땀으로 사수한 그 서해입니다. 그 누구도 넘볼 수 없고 그 누구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신성한 대한민국 서해입니다. 그 바다를 오늘은 우리가 지키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지혜와 행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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