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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연합의 목소리, 통역장교

입력 2025. 03. 21   16:40
업데이트 2025. 03. 23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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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준 중위 육군수도군단 청룡부대
한승준 중위 육군수도군단 청룡부대



한국어의 ‘ㅏ’ 다르고 ‘ㅓ’ 다르듯 영어도 ‘A’ 다르고 ‘E’ 다르다. 

한국어로 ‘보충하다’는 군사영어에서 장비는 replenish, 사람은 replace로 표현한다. 이처럼 한국어로는 같은 단어이지만 영어로 표현할 때 다른 단어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영어의 문맥에 맞지 않아도 한국어로 동일하게 번역이 되는 단어들이 있다.

이번 FS 훈련 간 수도군단장님 통역을 위해 파견 명령을 받았다. 통역장교는 연합작전을 위한 군사자료 통역·번역을 담당하며 한미 연합 및 유엔군사령부와 원활한 소통을 지원한다.

우리 군에서 통역장교 임무를 수행하는 인원들은 다양한 배경을 가지고 있다. 사회에서 통역을 배워 통역 특기로 임관한 장교가 있고, 전투병과 장교로 임관했지만 어릴 적부터 영어를 잘해 보직 자체가 통역인 장교들이 있다. 하지만 필자는 그저 영어를 열심히 공부하려고 노력하는 평범한 공병 장교로, 훈련 기간 잠시 파견 온 것이다. 따라서 전문적인 통역을 훈련받아서 FS 연습에 참여하는 다른 통역장교에 비해 부족하지 않도록 밤늦게까지 군사용어와 씨름했다.

미군·다국적군과 연합해 진행하는 훈련인 FS 연습에서 한미 지휘관의 원활한 공조는 필수다. 한국군과 미군의 병력·자산을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따라 작전 성공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특히 지휘관들의 긴밀한 공조를 위해서는 의도를 명확히 전달할 수 있는 통역이 필요하다.

훈련 간 회의 통역을 하면서 어려운 점이 여럿 있었다. 정확한 의미 전달을 위해서는 작전의 전반적인 이해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작전 배경을 알고 있어야 지휘관 의도를 이해하고, 이를 반영해 정확한 번역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실시간 변하는 작전을 수시로 모니터링하며 상황을 알아내려는 노력이 필요했다. 한국어를 영어로 번역하면서 겪는 어려움도 있었다. 어떤 단어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문장 의도가 완전히 바뀌는 경우가 있기에 주의해야 했다. 한국어는 서술어가 문장의 가장 마지막에 나오지만, 영어는 초반에 나오기에 빠른 통역을 위해서는 문장 구성의 전반적인 틀을 머릿속에 넣고 있어야 했다.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날씨도 모르고, 실내에서 빠르게 전개되는 상황이 약 2주간 지속돼 몸과 마음은 피곤했다. 하지만 지휘관들의 공조에 일조했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꼈다. 최상급 부대의 훈련 흐름을 알게 된 것도 의미 있었다.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통·번역과 치열한 사투를 벌이는 통역장교들의 어려움과 감사함을 체감하는 값진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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