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형 기자의 ‘펜 들고 세계 속으로’
46. 2023년 공군 레드플래그 알래스카<4>
훈련 온 우리 장병 수년째 음식 제공
‘무야호 할아버지’ 최규재 옹 만나
엘멘도르프-리처드슨 합동기지 방대
서산기지 25배 인 아일슨기지보다 커
곳곳에 캠핑카…무스·늑대·곰도 살아
3일 만에 복귀한 기지 고향 돌아온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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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플래그 알래스카(RFA·Red Flag Alaska) 훈련은 두 곳에서 이뤄졌다. 페어뱅크스의 아일슨 공군기지와 앵커리지의 엘멘도르프-리처드슨 합동기지다. 엘멘도르프-리처드슨 합동기지는 한·미·일 3국 수송기의 연합훈련이 진행된 장소다.
13일 앵커리지공항에 도착하니 최규재 옹이 마중 나와 있었다. 그는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의 2010년 3월 6일 방영(195회)분 ‘김상덕 찾기’에서 ‘무야호’라는 발언으로 광고계를 휩쓸며 스타가 됐다. ‘무야호 할아버지’로 유명하다. 그를 만난 것은 십수 년째 공군과 이어오고 있는 인연 때문이다.
시작은 2007년이다. 당시 RFA 참관단으로 온 김명호 장군(당시 15특수임무비행단장)을 만나게 되면서부터. 김 장군을 통해 훈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머나먼 이국에서 훈련 때문에 고생할 장병들을 생각하며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러다 생각한 것이 알래스카 특산물인 레드 살먼(붉은 연어)이었다. 그리고 다음 해인 2008년부터 공군이 훈련하러 오면 음식을 제공하고 있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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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최옹의 군에 대한 애정은 오래전부터 예견됐다. 그는 군인가족이다. 자신이 육군15보병사단에서 부사관으로 근무했고, 아들은 육군3군단에서 원사로 전역했다. 사위는 미국인이지만, 공군 조종사로 20여 년 군 생활을 하면서 5~6차례 전쟁에도 참전했다. 최근에는 손녀가 국군수도병원 간호사가 됐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었다. 의동생도 군인이다. 2007년 만나 연을 맺었던 김명호 장군이 그 주인공이다.
최옹은 제17~19대 알래스카 노인회장, 제29대 알래스카 한인회장을 역임하면서 동포사회의 화합과 지위 향상에 노력했다. 이러한 공로로 2021년 제15회 세계 한인의 날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최옹과의 만남을 뒤로 하고 찾아간 엘멘도르프-리처드슨 합동기지는 방대했다. 동북아 최대 공군기지라는 서산기지보다 25배 넓다는 아일슨 공군기지보다 더 크다. 곳곳에는 캠핑카가 있어 이채롭다. 기지 내에서 무스와 늑대, 곰까지 봤다고 하니 황당할 따름이다.
이곳에서의 숙소도 외부에 있었다. 앵커리지 시내, 접근성은 최고다. 그런데 영 아니다. 페어뱅크스의 웨지우드 리조트와는 딴판이다. 관광 성수기라서 그런지 대접이 별로다. 수건 하나 갖다 달라고 해도 팁을 줘야 한단다. 취사는 가능했지만, 숙소에서 청소를 해주지 않으니 매일 빨랫감이 쌓였다. 쾌적함과 편안함을 꿈꾸지는 않았다. 그래도 국가를 위해 훈련하러 왔는데 상황이 열악함에 답답했다. 더 좋은 환경에서 훈련하기를 바랐지만 부족한 예산이 문제였다.
다음 날인 14일에는 C-130H 수송기에 탑승했다. C-130H의 임무는 약 5시간에 걸쳐 정해진 공역을 비행하다 각각의 목표지점에서 가상 인원을 투하하고, 실제 화물 투하를 수행하는 것이다. 특히 15파운드(약 6.8㎏)의 SATB(Standard Airdrop Training Bundle) 2개와 650파운드(약 295㎏)의 CDS(Container Delivery System) 4개를 투하했는데 모두를 놀라게 한 결과가 나왔다.
650파운드의 CDS는 목표지점의 각각 40·38·40·43야드(약 37·35·37·39m) 거리에 떨어졌다. 15파운드의 SATB는 110·114야드(약 101·104m)였다. 200야드(약 183m) 안쪽에만 떨어져도 투하가 잘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모습에 훈련을 지켜보던 미군들이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당시 함께 있었던 장병들의 전언에 따르면 미군들은 소감을 이 한마디로 함축해 표현했다고 한다. “Oh, Beautiful.” 그냥 ‘Good’도 아닌 최고의 찬사였다.
2박3일의 앵커리지 방문을 마치고 다시 페어뱅크스로 돌아가는 날. 원래 계획은 우리 C-130H가 인근의 훈련지역에 착륙하면 미리 대기하고 있던 차량으로 복귀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전날 문제가 생겼다. 미군 C-130이 예정지역에 착륙할 때 돌덩이들이 튀어 기체에 손상을 입었다. 그 때문에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논의가 벌어졌다. 훈련 강행이냐? 취소냐? 결론은 취소였다. 그 덕분에 복귀에 차질이 생겼다. 정해진 일정이 있으니 돌아가야 했고, 차량을 이용하면 7시간이나 걸린다. 시간을 줄이느라 민간 항공기를 타면 비용이 급증하고, 논의 끝에 차량으로 이동하되, 중간에서 합류하기로 했다. 다시 말해 앵커리지에서 차량(렌터카)으로 절반 정도 가고, 나머지 부분은 페어뱅크스에서 마중 나온 차량으로 이동하기로 한 것이다.
미국 도로는 일직선으로 시원하게 뚫려 있다. 지나다니는 차도 많지 않고, 자칫하면 규정 속도를 넘기 딱 좋다. 그리고 그게 문제가 됐다.
뒷좌석에 있다가 지루함과 피곤함에 깜빡 잠이 들었다. 차가 서는 바람에 눈을 떴다. 도착한 줄 알았는데 아니다. 갑자기 큰 덩치의 경찰이 다가왔다. 속도위반이란다. 고지서를 확인해 보니 29마일 초과다. 벌금은 무려 300달러. 30마일 이상 넘으면 500달러로 거의 배가 뛴다. 나중에 우리 일행끼리 한 이야기지만 사실 30마일 이상 초과한 것 같았다. 그런데 운전자가 마침 군복을 입고 있어서 속도를 감해준 것으로 보였다. 일종의 ‘밀리터리 디스카운트’가 적용된 셈이다.
미안한 마음에 함께했던 한 사람이 벌금 내는 데 사용하라며 약간의 정성을 보탰다. 이럴 줄 알았으면 민간 항공기를 타고 와도 될 것을. 그러면 서로가 부담 없이 편해지는 것이었는데. 20~30분쯤 더 가니 중간 합류 장소가 나타났다. 간단히 식사한 후 헤어졌다. 여기까지 운전해준 분들은 반대 방향으로 다시 4시간여를 달려 돌아가야 했다.
어느덧 페어뱅크스 안내판이 보였다. 떠난 지 불과 3일이지만 한참 된 것 같았다. 그 사이 정이 들었나 보다. 왠지 고향에 돌아온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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