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조명탄

저작권에 관하여

입력 2025. 03. 19   15:16
업데이트 2025. 03. 19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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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언철 법무법인 대화 변호사
심언철 법무법인 대화 변호사



“‘미국에서는 노래 하나 히트하면 수십억 번다더라’라는 말이 있었는데, 그게 현실이 된 거죠.” 

모 예능 프로그램에 우리나라 엔터산업을 대표하는 박진영과 방시혁이 출연해 한 말이다.

지식재산권, 그중에서도 ‘저작권’의 시대다. 노래 하나가 인기를 끌면 저작권 수익만 수십, 수백억 원에 이른다. 그러한 저작권을 차곡차곡 모아 보유하고 있는 아티스트는 거금을 들여 부동산에 투자할 필요가 없게 됐다.

10여 년 전까지 히트 작곡가로 예능에 출연하던 방시혁이 포브스 추정 자산 3조8000억 원으로 대기업 오너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이러한 저작권의 가치가 인정받기 시작한 건 불과 20년 전이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저작권’이란 개념은 유명무실하다시피 했다. 길거리에서 소위 ‘데드카피’로 불리는 ‘짝퉁’ 음반, 책, 만화책, 영화 DVD 등이 공공연히 판매됐다. 저작권료를 지불하지 않더라도 영업하면서 음악을 틀고 영상을 상영했다.

온라인서비스가 활성화되면서 P2P 사이트에서 무료로 영화·음악·책·만화 등을 내려받아 볼 수 있었고, 음원 사이트에서도 무료로 음악을 다운로드해 저작권은 더 큰 부침을 겪었다. 음반·책으로 판매될 때는 제품 가격에 저작권료를 포함해 책정할 수 있었는데, 그마저 어렵게 된 것이다. 이렇게 다운로드한 영화·음악 파일을 지인들에게 복사해 나눠 주면 그만이었다.

20년이 지난 지금은 정당한 저작권료를 내지 않는 한, 이 모든 행위가 ‘저작권 침해’에 해당한다. 저작권 침해행위는 저작권법에 의해 엄하게 금지하고 있으며, 위반 시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침해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은 침해당한 저작권자가 별도로 청구할 수 있다.

저작권 침해 처벌이 지금과 같이 강화된 것은 2000년 저작권법을 개정하면서다. 법 개정 이후 수년간 P2P 및 음원 사이트들은 수사기관의 대대적인 수사와 추징, 저작권자들의 천문학적 손해배상 청구 등으로 대부분 문을 닫고 그 운영진은 구속됐다.

이처럼 단기간에 ‘저작권’에 관한 인식·환경 변화가 있다 보니 사람들의 저작권 이해도도 제각각이다. 저작권이 없는 시대를 살아온 창작자들은 그 가치를 제대로 알지 못해 권리행사를 소홀히 하는 반면 저작권이 각광받는 시대를 산 젊은 세대는 그 가치를 높이 평가하긴 하나 지나치게 공격적인 면이 있다. 또 저작권의 가치와 저작권법을 잘 아는 쪽에서 잘 모르는 쪽과 계약을 유리하게 체결해 폭리를 취하기도 한다.

저작권법이 일찍부터 발달했던 미국의 디즈니, 일본의 지브리 등에서 제작된 명작 애니메이션은 여전히 우리나라에서도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그 작품들을 보며 자란 성인들이 기꺼이 지갑을 여는 글로벌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미키마우스로 시작된 월트 디즈니는 창작자와 함께 미국 저작권법을 개정하면서 미키마우스의 가치와 저작권 수명을 연장하며 공생했다. 그 결과 미키마우스 저작권은 95년간 존속해 지난해에야 저작권이 만료됐고, 그사이 월트 디즈니는 시가총액 200조 원을 넘기며 성장했다. 그간 미키마우스 작가와 제작사인 월트 디즈니사의 분쟁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반면 우리가 어린 시절 사랑했던 ‘로보트 태권브이’ ‘검정 고무신’ 등은 제작사와 창작자의 저작권 분쟁 대상이 돼 기억에서 서서히 잊히고 있다. 저작권의 가치를 일찌감치 인정한 나라와 그렇지 않은 나라의 차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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