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군사 병영에서 만나는 트렌드

하루 한 장씩, 365일 뜯는 재미…오늘은 더 좋은 날이 될 거야

입력 2025. 03. 12   15:18
업데이트 2025. 03. 12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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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영에서 만나는 트렌드 - 원포인트업

 

짧은 경구·따뜻한 문장 하나씩 담은 일력
1일 10분 분량 학습지, 매일 달리기 기록 표기
추구미·성취감 높이고 하루하루 완성하는 '재미' 더해
불확실성 시대 꾸준히 지속하는 힘 '자산'으로

 

뭔가를 꾸준히 지속하는 것은 큰 힘을 지니며, 중요한 것은 작더라도 실천하는 것이다. 공군장병이 스마트폰을 활용한 독서 활동을 하고 있다. 부대 제공
뭔가를 꾸준히 지속하는 것은 큰 힘을 지니며, 중요한 것은 작더라도 실천하는 것이다. 공군장병이 스마트폰을 활용한 독서 활동을 하고 있다. 부대 제공



지난 연말 인기 예능 프로그램이었던 ‘무한도전’이 20주년을 맞아 ‘무한도전 일력(日曆)’이 출시됐다. 매일 한 장씩 뜯을 때마다 무한도전 장면을 하나씩 볼 수 있는 형태로 판매 전부터 팬들의 기대를 모았다. 실제로 교보문고 사이트에서 예약 판매가 개시된 지 15분 만에 사이트가 마비될 정도였다. 그런데 왜 하필 달력이 가장 일반적인 월 단위가 아니라 일 단위로 제작됐을까? 

최근 일력이 베스트셀러로 부상하고 있다. 날짜를 확인하는 용도보다 하루하루 새로운 장을 넘기는 것이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매일 경구 혹은 따뜻한 문장을 하나씩 담은 일력, 학생들이 매일 속담 하나씩 익힐 수 있도록 제작한 일력 등 다양한 콘텐츠가 더해져 일력이 진화하고 있다.

일력의 인기는 자기계발의 변화와 닿아 있다. 한 달 중 어디쯤 와 있는지 아는 것보다 오늘 하루에 집중하는 일력처럼, 요즘 사람들의 자기계발은 멀리 있는 원대한 목표 대신 매일의 작은 성장에 초점을 맞춘다. 예전의 자기계발을 ‘레벨업’에 비유한다면 현재의 자기계발은 ‘원포인트업’이라 할 수 있다.

취업·이직 등 사회적 기준에서 눈에 띄는 변화를 꾀하는 것이 레벨업이라면 ‘일어나서 물 한 잔 마시기’ ‘매일 세 가지 감사하기’처럼 자신만의 기준에서 오늘 실천할 수 있는 성장이 원포인트업이다. 그렇다면 2025년의 자기계발, ‘원포인트업’은 구체적으로 어떠한 모습을 띠고 있을까?

첫째, 타인의 기준이 아닌 나만의 성장 포인트를 찾는다. 자기관리의 변화가 대표적이다. 과거에는 ‘요즘 사람들의 워너비’라는 말처럼 선망의 대상을 사회적으로 공유했던 반면 최근에는 ‘내 추구미는 ○○야’라는 말을 많이 사용한다. 추구미란 ‘추구하다’와 ‘美’를 더한 말로 각자 지향하는 스타일, 분위기, 아름다움이 다르다는 것을 나타낸다. 어떤 사람은 건강미를 추구하는 반면 어떤 사람은 우아함을 추구할 수 있다. 외모만이 아니다. 마음 상태나 내면의 지향점을 의미하는 ‘내적 추구미’라는 말도 있다. 여러 면모에서 자신만의 기준을 갖는 것이다.

이에 따라 자기 자신을 잘 알기 위한 ‘자기발견’이 중요해진다. MBTI 같은 성향 검사에서 나아가 각종 테스트와 도구가 등장했다. 예를 들어 외모 측면에서는 퍼스널 컬러 진단, 얼굴형 분석, 골격검사 등 개개인의 특성을 분석해 강점을 극대화하고 약점을 보완하려 한다.

원포인트업의 두 번째 특성은 작지만 확실한 성취를 꾀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자기계발 목표와도 관계가 있다. 단기간 내에 점수 만들기, 좋은 직장에 입사하기같이 결과 중심적인 목표가 아니라 책 1페이지 필사하기, 물 한 잔 마시기처럼 오늘 실천해 성취감을 느끼는 것, 그 자체가 목표가 된다. 이러한 성취감이 다시 동기부여로 이어져 장기간 지속할 수 있는 힘이 되기 때문이다.

최근 성인학습 시장에도 이러한 흐름이 반영된다. ‘학습지’라고 하면 어린이들이 꾸준히 공부 습관을 들일 수 있도록 간단한 연습문제를 제공하는 것이었다면 최근에는 성인들도 손쉽게 공부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하루 정해진 분량을 제공하는 성인용 학습지 시장이 커지고 있다. 특히 학습지에 저절로 손이 갈 만큼 캐릭터를 활용해 귀엽게 디자인하고, 제목에도 ‘일주일 만에 끝내는’ ‘왕쉬운’과 같은 문구를 넣거나 1일 분량을 10분 정도로 줄인 것이 특징이다. 마음의 부담감을 줄여 시작을 쉽게 하기 위함이다.

마지막으로 원포인트업을 완성하는 것은 ‘재미’다. 성장의 기준이 제각기 다르고 결과 또한 작다는 것은 그만큼 지속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따라서 재미있게 실천할 수 있도록 여러 방법이 동원된다. 날씨가 풀리면서 다시 러닝을 시작하는 사람이 늘고 있는데, 러닝도 원포인트업의 재미 요소를 지닌 운동이다.

첫 번째로 스마트 밴드나 워치를 차고 달리면 매일 달린 기록을 분석해 성장을 쉽게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두 번째로 SNS상 온라인 모임이나 러닝크루를 통해 서로 응원을 주고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성장 방식은 왜 변화할까? 개인의 성장은 사회와 무관하지 않다. 예를 들어 기업의 채용이 변화했다. 과거에는 ‘공채’ 제도가 있어 졸업 성적, 어학점수, 적성검사 점수 등 정해진 요건에 맞춰 자신을 계발해야 했다.

반면 공채를 찾아보기 어려워지면서 지금은 자신만의 능력이나 경험을 쌓아 차별성을 뽐내야 한다. 다시 말해 인재상에도, 삶에도 정답이 사라진 시대다.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혹은 나는 어떻게 살 것인지 나만의 길을 찾아 나가야 한다.

저성장 경제가 되면서 미래 전망도 달라졌다. 과거에는 저축하는 것만으로 이자가 불어나 확실한 목돈을 기대할 수 있었고, 취업이나 승진 등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낙관할 수 있었다. 반면 현재는 미래에 큰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를 세우는 것보다 단기적이고 확실한 목표에 집중하는 것이 좋은 전략이 된 것이다. 매일 작은 투자를 쌓아나가다 보면 ‘복리의 마법’이라는 말처럼 장시간 흐른 후에 큰 힘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불확실성이 커지고 변화가 빨라진 사회에서는 무언가를 꾸준히 지속하는 것만으로 굉장한 힘을 갖는다. 매일 포스팅한 SNS가 퍼스널 브랜드로 이어지기도 하고 매일 조금씩 공부한 분야로 사이드잡을 만들어 말 그대로 ‘자산’이 되기도 한다.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성장은 무엇일까? 제일 중요한 것은 작더라도 실천하는 것이다.

 

필자 권정윤은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에서 학·석·박사 학위를 마치고 현재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으로 재직 중이다. 『트렌드코리아』 시리즈의 공저자로 참여하고 있다.
필자 권정윤은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에서 학·석·박사 학위를 마치고 현재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으로 재직 중이다. 『트렌드코리아』 시리즈의 공저자로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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