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훈부 공동연재 제대군인 취·창업 성공기 - ‘내 일(Job) 출근합니다’
17. 구종수 예비역 해군중령
해사 입학 후 1995년 임관…수십 년간 바다 수호
해군 떠나 박사학위 취득 교육자 역량 키워
부대원 대상 딱딱한 강의법도 쉽고 재미있는 방식으로 바꿔
변화 두려웠지만 받아들여…“좌절보다 철저한 준비가 중요”
준비된 사람이 거센 파도 헤치고 기회에 올라타기에
대한민국 해군에서 수십 년간 바다를 수호해 온 군인이 이제는 대학 강단에서 미래 장교들을 길러 내고 있다. 거친 파도를 헤치며 국가와 국민을 지켜 온 구종수(예비역 해군중령) 씨가 그 주인공. 군복을 벗었지만 사명감은 여전하다. 현장에서 체득한 실전 경험과 군인정신을 후배들에게 전수하며 국군의 미래를 책임질 인재를 양성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 동명대 군사학과 초빙교수로 새로운 삶을 사는 그에게서 전역부터 취업까지의 얘기를 들어봤다. 정리=임채무 기자/자료=국가보훈부 제공
해군으로 30년, 그리고 전역
구씨는 어린 시절 바다를 동경했고, 고등학교 때는 선도부를 하며 정의를 실현하는 삶을 꿈꿨다. 이런 그에게 해군은 ‘필연’이었다. 그는 고등학교 2학년 때 부산시교육청 주관 전적지 순례 프로그램을 통해 강화도, 휴전선 부근 격전지, 독립기념관 등을 방문하면서 해군사관학교(해사)를 목표로 삼게 됐다. 1991년 해사에 입학한 구씨는 1995년 임관한 뒤 독도함 등 여러 함정에서 근무하며 작전 임무를 수행했다. 수십 척의 함정과 대규모 병력·장비가 동원된 한미 연합상륙훈련 때는 작전참모를 맡아 훈련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하지만 자부심만큼이나 군 생활은 험난했다. 천안함 피격사건과 연평도 포격전 당시 서해 최전방 해상에서 인양·지원작전을 하며 느꼈던 감정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고 한다. 해군에서 30년을 보내고 전역이 다가오자 그의 앞에는 막막한 현실이 놓여 있었다.
“앞만 보고 달려왔는데, ‘이제 무슨 일을 해야 할까’라는 고민으로 머릿속이 가득 차더군요. 그러던 중 군 생활 동안 대원들을 교육할 때 느꼈던 보람이 떠올랐습니다. 자연스럽게 교육 분야에 관심이 가더라고요. 특히 학위를 마무리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몇 년 전 박사과정을 시작했지만, 바쁜 군 생활로 인해 휴학한 상태였거든요. 지도교수님을 찾아가 복학을 요청하자 교수님은 단호한 어조로 말씀하셨습니다. ‘50세가 넘어 하는 공부가 많이 힘들더라도 끝까지 해라. 구종수(具宗秀)라는 이름은 사소한 글자가 아니다. 종(宗)은 우두머리를 뜻하고, 수(秀)는 빼어남을 의미한다. 그러니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게 살아야 하지 않겠나’? 깊은 울림을 주는 말이었습니다. 덕분에 박사학위를 취득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센터의 도움으로 교육자 역량 키워
구씨는 전역을 앞두고 전직지원교육을 받으며 다양한 직업정보를 접했다. 부산 제대군인지원센터 상담사의 조언이 큰 힘이 됐다. 그러나 사회 취업은 처음이라 시행착오가 많았다. 군 생활을 오래 했으니 소방안전관리자 자격증을 따면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지만, 상담사는 “그 자격증이 하고 싶은 일과 관련 있나요?”라고 물었다. 이 질문을 받고선 다시 고민에 빠졌다. 단순히 이력서를 채우는 게 아니라 교육자로서 필요한 자격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후 그는 심리상담사, MBTI 전문강사, 커리어 전문가, 컴퓨터활용능력 등의 자격증을 취득하며 교육자로서 역량을 키워 나갔다.
기회는 곧 찾아왔다. 해군 부사관을 꿈꾸는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방과 후 수업을 할 강사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들었던 것. ‘내 경험과 지식을 살릴 수 있는 자리’라는 생각에 주저 없이 지원해 학생들에게 국가관, 안보관, 군 리더십을 가르칠 수 있었다. 강의해 보니 쉽지만은 않았다. 군에서 대원들에게 하던 교육방식이 학생들에게는 다소 딱딱하게 느껴졌다. 그는 학생들이 쉽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도록 강의법을 바꾸고자 연구했고, 학생들의 피드백을 받아 가며 발전해 나갔다.
군사학과 교수로 인생 2막 시작
새로운 인생을 위해 바쁘게 달려가던 그에게 단비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제대군인지원센터 상담사가 동명대 군사학과 초빙교수 채용공고를 소개해 준 것. 학위·자격증·경력 등 충분히 준비했다고 생각해 지원했고, 면접 기회를 얻었다.
막상 면접을 보려니 걱정이 앞섰다. 군에서 면접관 역할을 했던 적이 있었지만, 직접 면접을 본 적이 언제인지 가물가물했기 때문이다. 이때도 제대군인지원센터가 큰 힘이 됐다. 상담사의 도움을 받아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고, 모의면접을 거치며 철저히 준비했다. 그 결과 최종합격해 현재 동명대에서 군사학개론, 군사법, 무기체계론, 유·무인 복합체계론, 위기관리론 등의 과목을 강의 중이다.
교수로서의 삶은 또 다른 도전이었다. 군에서는 실전 중심의 교육을 했지만, 대학에선 이론과 실무를 균형 있게 가르쳐야 한다. 학생들이 쉽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도록 강의자료를 만들고, 강의법도 꾸준히 개선해 나갔다. 학생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보람을 느끼며 군에서 경험했던 ‘교육의 가치’를 다시금 실감하고 있다. 구씨는 올해부터 부산지역 고등학교 2곳에서도 강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변화 받아들일 때 더 큰 기회
“돌이켜 보면 군 생활 후반부에 가장 두려웠던 건 ‘변화’였습니다. 하지만 변화는 피할 수 없고, 오히려 그것을 받아들이고 준비할 때 더 큰 기회가 찾아온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단단하고 차가운 얼음이 녹아내리듯 삶의 변화를 자연스레 받아들이자 인상도 부드럽게 바뀌고, 삶을 대하는 관점도 달라졌습니다. 무엇보다 가족과 긍정적으로 관계가 변하면서 행복감을 느낍니다.”
군에서 쌓은 경험과 지식을 활용해 새로운 길을 개척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 지금, 그는 후배들에게 말한다. “버스가 지나갔다고 좌절할 필요는 없다. 다음 버스가 반드시 온다. 중요한 것은 그 버스를 타기 위해 얼마나 철저히 준비하느냐에 달려 있다.”
앞으로도 그는 교육자로서 더 성장하고, 학생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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