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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 불가한 국제정세, 빅데이터로 접근하는 안보의제 분석

입력 2025. 03. 07   16:59
업데이트 2025. 03. 10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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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호 중령 육군특수전사령부 전력발전과
김민호 중령 육군특수전사령부 전력발전과



국가안보를 지키는 큰 틀은 자강과 협력이다. 자강은 우리 군 스스로 능력을 발전시키는 것이고, 협력은 동맹의 힘을 빌리기 위한 것이다. 이러한 협력의 관점에서 한미동맹은 지난 70여 년간 양국이 공유하는 가치와 공동의 이익을 기반으로 우리 국가안보의 큰 축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미국의 대내외적 상황과 국제질서가 빠르게 변화하고, 접근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이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방대해짐에 따라 기존의 문헌 연구나 인적 네트워크를 통한 전통적인 분석방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갈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변혁의 시기에 동맹이 더욱 효과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선 ‘공동의 이익’을 명확하게 정의하고 조율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기존의 정성적 분석법을 넘어 보다 체계적인 분석과 전략적 대응이 필요해진 것이다.

경험과 직관적 판단에 의존하기보다 신문 보도, 공식 브리핑, 인터뷰, 국회 속기록 등 안보 관련 빅데이터를 분석해 미국의 이익 우선순위나 한미 간 공유할 수 있는 이익을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이런 상황 인식하에서 지난 1년간 미국 워싱턴DC의 전략국제문제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며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우선순위’ ‘한미동맹에서 공동의 이익’이 무엇인지 미국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고민해 볼 기회를 얻었다. 이에 전통적 안보정책 연구방법인 문헌 연구, 사례 연구 등의 정성적 분석에 더해 빅데이터 기반의 과학적 분석기법을 활용한 정량적 연구법의 가능성을 확인하고자 했다.

최근 빅데이터 기반 분석은 다양한 정책 결정 영역에서 대규모 문서 데이터를 처리하고 유의미한 정보를 추출하는 데 효과적으로 활용된다.

특히 텍스트 마이닝 기법의 하나인 토픽 모델링(Topic modelling) 분석법은 방대한 문서에서 주요 주제를 식별하고, 의제 간 연관성을 분석하는 도구로 자리 잡았다. 이를 통해 정책 결정 과정에서 언급된 핵심 의제를 구조적으로 파악할 수 있으며, 변화 추이를 시계열적(시간 흐름)으로 분석할 수 있다.

최근 진행한 연구 결과를 예로 들면 10여 년간 작성된 55회의 미 국방위원회 회의록을 텍스트 마이닝 기법으로 분석해 미국이 국가안보에서 가장 우선시하는 의제의 순위를 정량적으로 분석할 수 있었다. 시대와 상관없이 회의록의 질문과 답변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대상이 같았고, 알고리즘으로 자동화된 주제 분류 분석 결과에서도 특정국 관련 주제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음을 통계로 확인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비즈니스적 마인드의 ‘거래적 관계’를 선호한다고 알려진 만큼 차후 한미 협력 과정에서도 이러한 빅데이터 분석을 활용해 미국의 우선순위를 파악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물론 동맹 관계를 단순히 텍스트 분석만으로 결론짓는 것은 한계가 있다. 그러나 정제된 데이터 축적, 정교화된 알고리즘 구축, 무엇보다 이를 보정하고 활용하는 경험 있는 안보전문가를 길러 정량적인 결과물을 산출하고 객관적 인사이트를 도출한다면 빅데이터 시대에 스마트한 군사외교로 한미동맹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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