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 상황! 훈련 상황! 지휘소 일대 적 화학탄 낙하! 대량환자 발생!”
고속상황전파체계로 훈련 상황이 전파됐다. 혹한기 훈련 때 피해 부대의 ‘의무지원 및 영현관리 능력을 초과한’ 사상자가 발생해 사단 지휘통제본부에서 대량전상자처치반 즉각 출동명령이 하달됐다.
의무대대 대량전상자처치반은 비오염지역이라고 판단된 야지(野地)에 전개했다. 대량전상자를 처치하고자 △환자 상태에 따른 제독을 위해 환자 분류 및 처치 장소를 준비하고 △제독 텐트를 포함한 관련 물자·장비를 설치하는 등 모든 준비를 마쳤다. 그러나 곧 ‘혹한’이라는 난관에 봉착했다.
적 화학탄 공격을 받은 환자 처치는 필연적으로 오염된 장구류와 피복을 모두 제거해야 한다. 그리고 비눗물 또는 0.5%의 염소 용액으로 피부를 제독해야 한다. 하지만 당시 기온은 영하 13도였고 7~12m/s의 매서운 칼바람으로 체감온도는 영하 18도에 육박했다.
이런 혹한의 전투환경에서 환자를 제독하면 저체온증·동상과 같은 한랭손상뿐만 아니라 환부·피부손상 등 추가적인 비전투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우리는 환자를 지키기 위한 난방기구와 미온수를 별도로 준비했지만 별다른 효과를 볼 수 없었다.
영하의 날씨에선 제독 텐트 내 샤워 프레임이 얼고, 동파로 인한 파손 우려로 장비 작동이 제한돼서다. 신체를 제독하는 경우 더 큰 제한사항이 생겼다. 미온수가 문제없이 잘 공급돼도 ‘같은 냉각조건에서 고온의 물이 저온의 물보다 더 빨리 어는 점에 도달하게 된다’는 ‘음펨바 효과(Mpemba effect)’ 때문이다. 보통은 따뜻한 물을 사용하면 신체 온도가 상승하지만, 영하에서는 따뜻한 물의 증발이 상대적으로 더 빨라 체온을 급격히 빼앗기고 부상자의 한랭손상과 동상 위험성을 증가시킨다.
현대전에서 화생방 상황의 대비 필요성은 이미 많은 전쟁 교훈으로 알 수 있고, 이에 따른 문제점은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증명됐다. 대량환자 발생 때 피해 부대의 추가 손실을 방지하고, 전투력 회복을 지원하는 대량전상자 처치는 의무 분야에서 매우 중요한 임무 중 하나다.
우리는 대량전상자 처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보다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군사 제안 및 전문적인 연구, 교리 발전을 통해 혹한의 기온을 포함한 각종 제한사항을 극복하고 의무지원을 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해야 한다. 이번 훈련은 “수사불패! 청성투혼!”의 정신으로 혹한에도 구슬땀을 흘리며 사단 전 장병의 의무지원 능력을 갖추기 위한 노력과 연구의 필요성을 체감하는 소중한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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