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일 해군기동함대사령부가 창설됐다. 2010년 창설된 7기동전단을 모체로 한 기동함대는 3개의 기동전대, 군수지원전대, 제주기지전대 등 5개의 예하 부대를 거느리게 된다. 휘하에는 이지스 구축함을 포함한 10척의 구축함과 4척의 군수지원함이 운용되며, 기존 세종대왕급보다 더 크고 강력한 탐지·추적·요격 능력을 갖춘 이지스 구축함 정조대왕함이 기함을 맡는다. 2030년대 중반까지 대형 구축함 6척이 추가되면 18척의 구축함을 거느리는 대함대가 되는데, 기왕이면 경항모는 물론 강력한 잠수함까지 갖춘 무적함대가 되길 기대해 본다. 기동함대의 탄생은 해군에는 대양해군으로 나아가는 큰 발걸음이며, 대한민국에는 해양강국과 글로벌 중추국가를 향한 또 한 번의 도약이다.
임무 해역을 지키는 것을 주목적으로 하는 기존 1·2·3함대와 달리 기동함대는 평시엔 한반도 주변 전 해역에서 기동작전을 수행하고 원해작전으로 해상교통로를 보호하며, 연합훈련을 통해 연합방어를 점검하고 군사외교 지평을 넓힌다.
북쪽을 향해서는 선제·방어·응징 능력, 즉 ‘해상 기반 한국형 3축 역량’을 과시함으로써 전쟁을 억제한다. 전시에는 선제 전략타격, 미사일방어, 응징을 위한 핵심 표적 정밀타격, 공세적 대잠작전, 상륙·강습작전, 합동작전, 동맹국과의 연합작전 등을 전개하면서 승리를 이끄는 견인차가 될 것이다. 생각만 해도 든든하다. 한국이 수출입 물동량의 99.7%를 바다에 의존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한국이 글로벌 중추국가로 우뚝 서기 위해 해군이 누비고 다녀야 할 바다는 넓고 갈 길은 멀다. 인도·태평양 지역은 세계 인구의 65%와 국내총생산(GDP)의 62%를 차지하며 해양 물동량의 절반 이상을 소화한다. 한반도의 지정학·지전략적 여건도 만만찮다.
강대국들에 둘러싸인 상태에서 북한의 핵무력 고도화, 중·러의 북핵 비호, 북·러의 군사적 밀착 등이 당장의 안보는 물론 후손들이 살아야 할 미래에도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전투함정 숫자에서 이미 미국을 추월한 중국이 무제한으로 해군력을 증강함에 따라 해상 군비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요컨대 대한민국은 10위권의 경제대국, 6위의 무역강국, 8위의 해군력 등을 자랑하고 있을 처지가 아니다. 이런 의미에서 기동함대사 창설은 단순히 해군 숙원사업의 하나가 완수된 것이라기보다 또 하나의 거대한 시작일 것이다.
한국이 지정학적 악조건을 극복하고 해군강국을 넘어 해양강국으로 가기 위해선 영해수호뿐 아니라 물류, 해상테러, 마약·무기 밀매, 불법조업, 해상환경, 기후, 우주통신 등 해양에서 발생하는 모든 이슈를 유기적으로 통합·관장하는 해양영역인식(MDA)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당연히 해군력이 그 중심에 있어야 한다. 즉 해군은 해양주권의 첨병으로서 군사안보를 넘어 자원 확보에서 기후변화 대처에 이르는 다양한 미래의 도전에 대처해야 하며 양보다 질과 시스템, 정신력으로 승부해야 한다.
해군은 산업과 군사 분야에서 혁신을 거듭하는 첨단 과학 발전을 수용하는 것을 넘어 이를 견인해야 한다. 핵추진 잠수함 등 높은 가성비를 발휘하는 무기체계에 관심을 기울여야 함은 물론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하는 드론, 무인잠수함, 무인수상함, 유·무인 복합 자율전투시스템 등의 발전을 선도해야 한다. 첨단 과학장비란 영혼이 떠난 군대에는 고철에 지나지 않는다는 교훈도 잊지 말아야 한다. 동시에 우국충정의 용기와 혜안으로 먼 바다와 먼 미래를 내다보는 수많은 ‘이순신 장군’을 길러 내는 사즉생(死則生)의 군대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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