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조명탄

중국군 병사들은 애국 애니메이션 단체관람 중

입력 2025. 02. 24   16:02
업데이트 2025. 02. 24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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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준 아주경제신문 논설주간 국제정치학 박사
박승준 아주경제신문 논설주간 국제정치학 박사

 


요즘 중국 대륙 최대의 화제는 애니메이션 영화 ‘너자(??)2’ 이야기다. ‘너자’의 우리말 발음은 ‘나타’다. ‘나’는 성으로 쓴 것 같지만 별다른 뜻이 없는 발어사(發語辭)이고, 우리말에서 ‘꾸짖다’는 의미로 사용하는 ‘타’는 중국 전설에 나오는 꼬마소년 영웅의 이름이다.

‘너자1’은 6년 전인 2019년 7월 26일 중국에서 처음 선보인 뒤 8월 말까지 호주와 뉴질랜드, 영국, 아일랜드 등 해외에서도 상영됐다.

이번에 화제가 되고 있는 ‘너자2’는 지난달 29일 중국에서 첫 상영 이후 2월 14일 북미에서 개봉돼 총 관객 수 2억 명을 돌파했다. 흥행 수입은 124억 위안(약 2조5000억 원)을 넘겼다. 중국군 병사와 소방대원들의 단체관람도 진행 중이다.

지금까지 중국 국내에서 상영된 영화 가운데 흥행 수입 1위는 6·25전쟁 때 장진호전투를 그린 영화 ‘장진호(長津湖)’가 올렸던 57억 위안(약 1조2000억 원)이었는데, 이번에 ‘너자2’가 2배를 넘어섰다.

유튜브에서 중국어로 ‘??’를 검색하면 1시간30분 정도의 길이로 정리한 ‘너자2’를 볼 수 있다. ‘너자1’의 내용을 요약하면 마동(魔童) 너자가 세상에 오다는 줄거리다. ‘너자2’는 마동 너자가 바다를 뒤집어 놓다는 내용이다.

너자는 수천 겁에 걸쳐 영혼만 존재하던 꼬마소년 영웅인데 은(殷) 부인을 어머니로, 시골 군인 리징(李靖)을 아버지로 두고 육신을 받는다는 줄거리로 구성돼 있다. 은 부인은 따뜻한 사랑으로, 리징은 애국심 넘치고 엄격한 자세로 너자를 돌본다. 꼬마소년 영웅 너자는 늘 백성을 먼저 내세우는 아버지 리징을 한때 미워하기도 했으나 나중에 아버지를 이해하게 된다.

그저 단순한 너자의 이야기 중 어떤 점이 중국 관객 2억 명을 끌어모았을까. 영화를 보면 동해 용왕이 마을을 파괴해 폐허로 만들자 너자의 아버지 리징이 맞서 싸운다. 그는 분투하지만 목숨을 잃고 만다. 이에 너자가 나서 동해 용왕을 죽음으로 몰고 간다. 이런 줄거리에 중국인은 열광한 듯하다.

중국에는 바다가 동쪽의 동중국해밖에 없다. 대부분의 중국인은 평생 바다를 한 번도 보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난다. 중국인에게 바다는 1840년 재앙을 가져다줬다. 유럽에서 바다를 건너온 영국과 프랑스 해군이 아편전쟁을 벌여 홍콩에 이어 톈진(天津)을 공격했고 1900년에는 영국과 프랑스, 미국, 러시아, 일본을 포함한 8개국이 청나라 수도 베이징(北京)을 분할 점령했다.

그래서 마오쩌둥(毛澤東)은 1949년 10월 중화인민공화국 정부를 수립한 이후 동쪽의 바다를 닫고 동해 태평양 건너의 미국은 마치 존재하지 않는 나라처럼 지냈다.

동쪽 바다를 다시 연 것은 1949년 이후 23년 만에 중국과 화해를 하고, 1972년 베이징을 방문한 리처드 닉슨 미 대통령과 헨리 키신저 안보 보좌관이었다. 닉슨과 키신저의 전략은 제1의 적 소련을 붕괴시키기 위한 ‘이이제이(以夷制夷)’였다. 소련이라는 적을 무너뜨리기 위해 소련의 적이었던 중국과 화해한 것이다.

애니메이션 ‘너자2’에 중국인이 열광하는 것은 ‘너자가 바다를 뒤집어 놓고 동해 용왕을 물리친다’는 줄거리로 전개되기 때문으로 보인다. 동쪽 태평양 건너 미국 대통령이 된 도널드 트럼프가 관세로 중국을 괴롭히는 것에 중국인의 마음속에 미운 감정이 깔려 있어서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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