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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일규 전 쿠바 주재 북한 외교관 “내 자식은 그곳에서 살게 하고 싶지 않았다”

입력 2025. 02. 21   16:15
업데이트 2025. 02. 24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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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N TV ‘페이스:北’ 출연

북한 외교관은 ‘넥타이 맨 꽃제비’
불법 외화벌이에 혈안 

뇌물 안 줬다고 괴롭힘·망신 당해 
자식 미래 위해 부패한 북 탈출 결심
자신감 넘치는 한국사회 적응 중 
당당히 ‘우리나라’ 부를 날 곧 올 것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 정치참사를 지낸 이일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상임위원이 국군 장병들에게 북한의 실상을 알리고자 카메라 앞에 섰다. 2023년 11월 탈북한 이 위원은 북한이 한때 형제국으로 칭했던 쿠바에서 외교관으로 활동하며 김정은 표창장까지 받은 고위급 엘리트였다. 김정은의 절대적인 신임을 받던 그가 왜 출세가 보장된 길을 포기하고 대한민국행을 선택했을까. 그는 국방홍보원 KFN TV ‘페이스:北(연출 고다혜)’에 출연해 북한 외교관으로서 겪은 고충과 탈북 이유를 털어놓았다. 이날 방송은 MC 박새암의 진행 아래 방송인 크리스 존슨, 북한이탈주민 김금혁·나민희 씨가 함께했다.

 

전 쿠바 주재 북한 외교관 이일규(가운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상임위원이 KFN TV ‘페이스:北’에 출연해 북한 외교관의 현실을 증언하고 있다. KFN 제공
전 쿠바 주재 북한 외교관 이일규(가운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상임위원이 KFN TV ‘페이스:北’에 출연해 북한 외교관의 현실을 증언하고 있다. KFN 제공



“아직 당당히 ‘우리나라’라고 부르지 못한다”

자유를 찾아 목숨 걸고 탈북한 지 이제 만 1년 차. 그는 아직 대한민국에서의 삶이 적응 단계라고 입을 열었다.

이 위원은 “외교관으로 근무하면서 여러 나라를 경험했지만 자본주의에 적응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은행 업무를 비롯해 일상생활이 난관에 난관이다. 많은 분의 도움을 받아 생활에 적응 중”이라고 근황을 알렸다.

그러면서 “처음 대한민국에 발을 내디뎠을 때 ‘꿈에 그리던 자유세계에 왔구나’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며 “한국행 비행기에서 본 사람들의 자신감 넘치는 모습에 ‘과연 내가 이토록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가족을 부양할 수 있을까’ ‘대한민국을 선택한 것이 옳은 일인가’ 등 불안한 마음이 컸기 때문”이라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이어 “또 한 가지 힘든 것이 대한민국을 ‘우리나라’라고 부르지 못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내가 대한민국과 반대편에 서 있었는데, 어느 순간 국민의 지위를 부여받았다고 당당히 부르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라며 “언젠가 그날이 오겠죠”라고 옅은 미소를 지었다.

북한 정권 표창까지 받은 그가 탈북한 이유는 

그는 북한 외무성에서 중남미지역 전문가로 활약한 엘리트였다. 쿠바 외교관으로 근무했을 당시에는 북한 선박이 지대공미사일 등을 싣고 파나마 운하를 통과하려다 적발되자 파나마와 교섭을 벌여 억류를 해제시키고 선장과 선원을 석방시킨 공으로 김정은 표창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처럼 앞날이 창창한 그도 북한 사회의 모순된 구조와 억압 속에서 탈북을 결심할 수밖에 없었다.

이 위원은 “북한은 고위층도 살기 힘든 사회다. 나를 탈북으로 이끈 가장 큰 이유는 분노였다. 수십 년간 북한 정권에 충성하며 탄탄대로를 걸어왔지만, 내 자식은 그런 세상에서 살게 하고 싶지 않았다”며 탈북이 자식의 미래를 위한 결정이었다고 밝혔다.

부패한 북한 사회 시스템도 탈북 결심을 굳힌 계기가 됐다. 그는 해외 파견자를 관리하는 위치에 있는 후배에게 뇌물을 상납하지 않자 괴롭힘과 망신을 당해야 했다.

이 위원은 “북한은 작은 권력만 있으면 뇌물을 뜯어먹고 사는 사회다. 내게 뇌물을 요구한 그 분이 잘못했다기보다 그런 사회를 만든 김정은의 잘못”이라며 “뇌물로 움직이는 북한 사회가 변화되어야 제2, 제3의 이일규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 외교관은 ‘넥타이 맨 꽃제비’… 불법 외화벌이에 혈안 

북한에서 선망의 직업인 외교관이지만 그는 고충이 많았다고 토로했다. 외교관 본연의 임무보다 외화벌이에 치중해야 했던 탓이다.

이 위원은 “북한에서 급여는 상징적인 의미일 뿐이다. 외교관들은 해외에서 한 푼이라도 더 벌어 북한에 돌아갔을 때 좀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불법 행위에 가담할 수밖에 없다”면서 “쿠바 참사를 지낼 당시 월급을 고작 500달러 받았는데 지원사업 명목으로 지속 상납을 해야 했다”고 했다.

이어 “북한 외교관들은 외교 특전과 특권을 이용해 면세로 산 술, 담배, 차량을 웃돈을 주고 팔아 삶을 영위한다. 심지어 아프리카에서는 코뿔소 뿔, 코끼리 상아를 밀수하기도 한다. 실상은 ‘넥타이를 맨 꽃제비’인 셈”이라며 처참한 실상을 폭로했다.

북한 외교관으로 겪은 서러움은 이에 그치지 않았다. 국제 사회에서 나라의 위상이 낮으니 외교관에 대한 대우도 낮았다는 것.

이 위원은 “외교관의 긍지는 나를 지켜주는 나라다. 내가 얼마나 큰 국가를 등에 업었느냐에 따라 외교관 말의 위력이 달라진다”며 “각국 외교관이 모이는 모임에 가면 북한 외교관들을 상대하기 싫어한다. 국적을 묻는 말이 가장 싫었다”고 했다.

그는 촬영 내내 허심탄회하게 북한 실상을 증언한 뒤 “오늘 KFN TV 출연으로 북한 체제의 잔인함과 북한 외교관들의 허무한 삶을 국제사회에 알리는 시간이 됐다. 앞으로도 이런 역할을 계속 해나갈 것”이라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이 위원이 출연한 ‘페이스:北’은 24일과 3월 3일 오후 8시 두 차례에 걸쳐 KFN TV를 통해 방송된다.

KFN TV는 KT 지니TV(IPTV) 101번, 또 다른 IPTV인 SK브로드밴드 B tv 263번, LG유플러스 TV 244번은 물론 위성TV 스카이라이프 163번 및 전국 케이블방송, KFN 유튜브 채널에서 시청할 수 있다.

노성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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