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수도병원 응급진료 현장을 가다
군병원 민간인 응급진료 개방 1년
열상·골절 등 중증 외상환자 수술
빠른 회복 지원…일상 복귀 도와
경기도 소방재난본부 협약 체결도
국가와 국민을 지키는 일은 군인의 본분이다. 이는 직접적인 안보 위협에 국한되지 않는다. 국가 보건의료 위기 속에서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일도 맥을 같이한다. 군병원은 민간인을 위한 응급진료에 나서며 또 하나의 최전선에서 싸워 왔다. ‘군병원의 민간인 응급진료 개방’ 1년을 맞아 방문한 국군수도병원 의료진의 하루는 환자의 절박한 외침과 끊임없는 심장박동 소리로 가득 차 있었다. 전장 대신 수술실에서, 무기 대신 청진기와 메스를 들고 국민을 지키는 군 의료진. 이들의 ‘의료작전’ 현장을 소개한다. 글=김해령/사진=이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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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병원은 군인들만 치료해 주는 곳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여기서 수술받아 참 다행이에요.”
19일 수도병원에서 만난 김병규(91) 씨는 입원실 침대에 누워 이렇게 말했다. 그는 새해 첫날이던 지난달 1일 등에 커다란 유리조각이 박혀 30㎝ 이상이 찢어지는 상처를 입었다. 혼자 자택에 머물다가 발을 헛디뎌 유리창으로 넘어진 탓이었다. 발견 당시 바닥엔 피가 잔뜩 고여 있었다고 한다. 김씨는 119구급차에 실려 수도병원으로 후송됐다. 병원으로 오는 동안 맥박이 소실돼 응급조치가 이뤄지기도 했다. 많은 출혈로 저혈량 쇼크가 온 것이다.
수도병원 의료진은 구급대원에게 연락받은 즉시 수술을 준비했다. 선제적인 조치 덕에 구급차가 도착하자마자 긴급수술을 했고, 군 의료진의 의료 역량 덕에 김씨는 무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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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의료작전…고난도 수술 문제없어
김씨의 수술을 집도한 이호준(육군중령) 수도병원 1외상진료과장은 “고령인 점과 열상(피부가 찢어진 상처) 크기를 생각했을 때 위급한 상황이었다”며 “수술을 잘 이겨 내고 빠르게 회복 중인 모습을 보니 기쁘다”고 말했다.
이 과장은 김씨의 이력을 알게 되면서 더욱 보람을 느꼈다. 김씨는 처음엔 식별되지 않았으나 입원 후 회진 과정에서 장교로 군 복무 후 대구·제주·강원지방병무청장을 역임한 이력이 확인됐다.
이 과장은 이날 외래진료도 병행했다. 교통사고로 입원했던 20대 중반 여성이 차도를 확인하고자 수도병원을 찾은 것이다. 이 여성은 보행 도중 차량에 부딪혀 골반과 왼쪽 손목이 골절됐다. 특히 정보기술(IT) 업계에서 일하며 컴퓨터를 많이 활용했던 여성은 손목 골절의 후유증 걱정이 컸다. 이 과장을 비롯한 의료진은 골반에 스크루(나사)를 삽입해 엉덩뼈를 고정하는 고난도 수술을 했다. 손목 수술도 성공적으로 이뤄져 여성은 이른 시일 내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었다.
“타자해 보셨나요?” “네, 잘돼요.” 이 과장이 묻자 여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근육 효소 수치가 떨어져 다행인데, 간 수치가 아직 올라가 있네요. 영양제 드시는 거 끊고, 식사를 철저히 하셔야 합니다.” 20여 분간 진행된 외래진료는 여성의 건강을 위해 함께 노력하자는 다짐으로 끝났다.
이 여성은 “수술을 잘해 주셔서 감사인사를 꼭 하고 싶었다”며 미소를 지었다. 이 과장은 “외래진료는 수술 등으로 뿌린 씨앗의 열매를 수확하는 기분”이라며 “여성이 사회에 복귀하게 돼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이 과장은 수도병원 응급실에 오는 민간인 중 중증 외상환자를 도맡고 있다. 외상 치료 경험을 쌓기 위해 미국 텍사스 샌안토니오 군병원에서 단기 연수를 받고, 아주대병원에서 실력을 쌓았다. 이국종(명예 해군대령) 국군대전병원장의 마지막 제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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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다친 민간인 응급실서 도맡아
이 과장이 소속된 외상센터는 군병원의 민간인 응급진료 개방 후 가장 바빠진 곳이다. 지난해만 민간인 외상환자 388명을 진료했다. 군인 외상환자(120명)의 3배 수준이다. 민간인 환자 수는 2023년 232명, 2022년 101명 등으로 매년 늘고 있다. 올해는 지난 17일 기준 62명의 민간인 외상환자를 처치했다. 외상센터는 오래전부터 민간인 환자를 진료해 왔다. 2022년 12월에는 경기도 소방재난본부와 외상환자 후송·진료에 관한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 과장은 “외상이란 누구한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며 “소중한 생명을 지킨다는 사명감으로 민간인 응급진료를 하는 만큼 중증외상을 당한 국민의 생명을 한 분이라도 더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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