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너무나 자주, 희박한 확률로 당첨될 복권을 사듯 일한다. 이러한 접근방식이 일관되고 지속적인 전략적 업무보다 장기적으로, 꾸준히 나은 성과를 낼 리 만무하다. 전략은 우리가 나아갈 방향에 대한 청사진이다. 단순한 목표 그 이상이다.”(세스 고딘의 『세스 고딘의 전략 수업』)
홍보(PR)는 중장기적 계획을 세우고 꾸준히 메시지를 내며 고객사·언론·대중과 신뢰를 상호 구축할 때 가장 큰 성과를 얻게 되는 전략 커뮤니케이션의 하나다. 그러나 홍보라는 게 이미지 세탁이라든지 과장되게 포장된 메시지를 내는 것으로 오해되거나 마치 스테로이드 주사를 주입했을 때처럼 실행 즉시 가시적인 효과를 내는, 혹은 내야 하는 수단으로 오해되는 경우를 종종 본다.
진정성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을 때 홍보는 효과가 없다. 진정성 발휘에는 시간이 걸린다. 단순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그 자체로 알리기보다 철학과 배경을 설명하는 스토리텔링 방식이 주효한데, 이 경우 일관성과 지속성이 발휘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해서다. 하지만 현장에서 종종 빠르게 효과를 볼 수 없다면 홍보는 불필요하다는 식의 인식을 접하곤 해 아쉽다.
애플이 혁신의 이미지를 단숨에 만들었을까.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간혹 있다. 지금은 자연스럽게 애플과 혁신이 한 묶음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아이디어, 도전적인 프로젝트, 혁신 등의 이미지가 처음부터 광범위하게 채택된 것은 아니다.
1984년 당시 컴퓨터 업계의 거인은 IBM이었다. 무명에 가까웠던 애플은 매킨토시 컴퓨터를 출시하면서 ‘혁신’이란 메시지를 광고와 홍보를 통해 전하기로 결정했다. 전체주의 사회에서 시민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빅브러더가 등장하는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서 영감을 받았다. 리들리 스콧이 제작한 애플의 광고는 빅브러더를 IBM으로 묘사하고, 이를 깨부수고 새로움과 자유를 가져다주는 존재는 애플이라는 메시지를 강조해 작지 않은 파장을 일으키는 데 성공했다. 이는 전략 커뮤니케이션의 시작이었다.
애플은 자신들이 ‘혁신의 전사’란 메시지를 제품이 나올 때마다 피력했다. 단순한 기술을 소개하는 게 아니라 애플 제품을 사용하면 더 창의적이고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스토리텔링을 수십 년간 꾸준히 이어간 것이다. 물론 홍보만으로 이미지를 쌓긴 어렵다. 애플은 ‘다르게 생각하라(Think Different)’라는 기업 철학을 기반으로 전에 없던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며 혁신을 체화했다.
2000년대 초만 해도 유니클로는 ‘저렴한 옷’이란 이미지가 강했다. 지금도 합리적인 가격에 제품을 내놓고 있지만, 유니클로를 그렇게만 평가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여기엔 유니클로의 일관된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큰 역할을 했다.
유니클로는 ‘라이프웨어’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10여 년간 꾸준히 달렸다. 그러면서 히트텍(HEATTECH), 에어리즘(AIRism) 등 ‘기술 기반의 의류’이기도 하다는 걸 커뮤니케이션해 왔다. 가랑비에 옷 젖듯 이러한 전략적이고 일관된 커뮤니케이션으로 유니클로는 ‘품질 좋은 합리적 브랜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단기적 효과에 집착하면 순간적인 관심은 얻을 수 있을지 몰라도 지속적인 관계를 만들긴 어렵다. 시간을 들여 진정성을 쌓아 가면 브랜드는 단순한 제품이나 서비스가 아니라 사람들의 삶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게 된다. 꾸준함과 일관성이 결국 브랜드의 신뢰와 가치를 만든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홍보 효과는 시간과 함께 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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