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군강병’ 길은 있다
거주비 부담 없는 관사
생활비 줄여주는 매점
직업만으로 높은 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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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 봉급으로는 부자가 될 수 없다’ ‘군인의 재테크는 연금 하나만 보고 살아가는 것이다’.
대다수의 직업군인이 품은 생각이 아닐까. 통념상 그렇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리치 비는 이런 고정관념에 유쾌한 반기를 든다. 오히려 군인이야말로 부자가 되기 가장 좋은 직업 중 하나라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최근 『군인은 어떻게 부자가 될 수 있을까』라는 책을 펴낸 그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 봤다. 직업보도반을 거쳐 지난해 10월 육군소령으로 전역한 리치 비는 복무하는 동안 순자산 15억 원을 모았다. 현재는 멘토링 프로그램 ‘드림 벙커’ 블로그와 함께 ‘리치 군인’ 카페에서 부동산, 주식 투자 인사이트를 공유하는 각종 스터디를 운영 중이다.
“직업군인은 자산을 모을 수 있는 최상의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가장 큰 강점은 관사가 지원돼 거주비용의 압박이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영내 식당과 매점(PX)에서 식비 등 생활비 지출도 크게 줄일 수 있지요. 신용도도 높아 금융시스템을 적극 활용할 기회를 잡을 수 있습니다. 거주를 위해 대출 몇억 원을 짊어진 채로 시작하는 사회초년생들과 비교하면 출발선부터가 다릅니다.”
이처럼 군인은 투자하기에 좋은 조건을 갖고 있지만 부자는 극히 드물다. 소득이 민간사회의 직장인 평균보다 더 많음에도 주택 보유율도 낮고 자산도 적은 편이다. 임무 수행에 바쁘다 보니 부에 관심이 적고 재테크 방법도 잘 몰라서다.
그도 그랬다. 결정적으로 생각이 바뀐 건 소령으로 진급하면서였다. 자녀가 2명인데, 봉급만으로는 자녀들을 양육하기에 상당이 벅차다는 걱정이 들기 시작한 것이다. 자신만의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계속 돈 문제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는 절박함이 있었다. 금전적 문제가 지금은 마치 먼바다의 파도 같지만, 언젠가는 미래를 덮쳐 올 ‘쓰나미’처럼 느껴졌다고.
이후 그는 달라졌다. 스스로 상당한 자산을 모은 것은 물론 군인을 비롯해 자산 형성에 관심을 가진 이와 상담하고 그들을 지원하는 일을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많은 사람을 만나는데, 그중에서 기억나는 여군이 한 명 있다고 했다. “십수 년 군 생활을 하셨는데, 지난해 초 남편이 법적 사고를 당해 큰돈을 쓰게 됐다고 하더군요. 수중에 남은 돈이 1000만~2000만 원밖에 없다고 해서 미국 주식을 권해 드리며 절대로 팔지 말고 갖고 있으라고 조언했습니다. 그런데 주식이 조금 오르자 급한 마음에 팔아 버리고, 결국 기획부동산의 꾐에 넘어가 그나마 모은 돈도 다 잃었더라고요. 그것을 보면서 ‘생각’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어렵다는 생각에 조급해하면 안 된다는 것을. 무엇보다 마음의 중심을 굳건히 세워야 합니다.”
그에게 군에 있는 동료와 선후배들이 경제적 자유를 누리고 싶다면 무엇부터 해야 하냐고 묻자 “본연의 임무가 가장 중요하다”며 간단하지만 명확한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군인은 국가 수호 임무를 수행하며 봉급을 받는 사람입니다. 이 본업을 오랫동안 잘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자기 신용도가 여기서부터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꾸준히 돈을 절약하고 모아야 합니다. 비상대기와 격무에 시달리고 근무지가 격오지라면 보복소비의 유혹에 빠지기 쉽지만, 이는 절대 금물입니다. 그다음으로 어느 정도 자금을 모을 때마다 좋은 자산에 투자하거나 교환해야 합니다. 이 3가지만 잘 유지하면 됩니다. 나머지는 원금에 이자까지 연쇄적으로 추가 수익을 창출하는 복리공식이 선순환을 불러일으키게 될 것입니다.”
누군가를 단숨에 부자로 만들어 줄 비법은 아니지만 가장 안전하면서도 확실한 방법인 셈이다. 그러면서 그는 구체적인 방안으로 ‘지금부터 당신이 해야 할 6가지’를 제시했다. 자신이 이야기한 개념과 방법을 실행하더라도 오랜 시간이 걸릴 이들을 위한 친절한 지침이다.
△현금 흐름표를 만들어라 △보험사로부터 탈출하라 △미국 주식을 사라 △자녀에게 미국 주식 상장지수펀드(ETF)를 증여하라 △은행 대출창구로 가라 △관사에 당장 입주하고 수도권 아파트를 보유하라 등이다.
리치 비는 출판사 설립도 계획 중이다. 군인 출신 작가를 비롯해 군 관계자들과 함께 알고 있는 것을 정리하고 검증된 것들을 책으로 전파하기 위해서다. 군에서 알려 주지 않지만 필요한 부분들, 업무뿐만 아니라 나머지 생활 부문에서 필요한 지식을 가르쳐 줌으로써 장병들이 군 생활에 더욱 전념할 수 있게 하자는 뜻도 있다. 이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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