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조명탄

‘하늘이법’ 제정과정에서 고민해야 할 것들

입력 2025. 02. 18   14:58
업데이트 2025. 02. 18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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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언철 법무법인 대화 변호사
심언철 법무법인 대화 변호사



지인의 납골묘 옆 묘로 아이 둘이 해맑은 목소리로 “언니~~”라고 부르며 달려왔다. 

그 뒤로 부모로 보이는 부부가 걸어와 “얘들아, 언니 생일파티 해 주자”며 케이크에 촛불을 붙였고, 함께 생일 축하노래를 부른 뒤 “내가 끌 거야”라며 두 아이가 불을 끄기 위해 경쟁적으로 입바람을 불었다.

이어 아빠가 “쉬야 해야지”라며 아이들을 화장실로 데려가자 홀로 묘 앞에 있던 엄마는 그제야 묘비에 적힌 아이의 이름을 부르며 서럽게 울었다. 한참을 흐느끼던 엄마는 아이들이 돌아오는 기척을 듣자마자 황급히 울음을 멈추고 눈물을 닦은 뒤 아무 일 없다는 듯 웃는 얼굴로 맞이했다.

가족이 떠난 뒤 본 묘비에는 ‘2018.

00.00~2021.00.00’이라고 쓰여 있었다. 그 앞에는 아이가 좋아했을 법한 케이크 한 조각과 동생들이 만든 눈오리 2개가 놓여 있었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었지만, 안타깝도록 짧은 아이의 삶과 아이를 먼저 보낸 부모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져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얼마 전 초등학교 1학년인 ‘하늘이’가 같은 학교 교사에게 살해되는 충격적인 일이 있었다.

처음 마주하는 엽기적인 사건이기도 했지만, 살해 교사가 정신질환 치료를 받고 있고 휴직 후 복직한 점, 사건 이전에 이상징후가 발견됐음에도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점, 학교 안에서 범행이 일어난 점 등 너무나 많은 문제점이 노출되며 국민을 공분케 하고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살해 교사가 우울증 등으로 정신질환 치료를 받고 있다는 사실도 법조계에선 ‘뜨거운 감자’다. 정신질환이 심신미약으로 형법상 감경 사유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일반 살인죄의 경우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에 해당하는데 이론적으로는 심신미약 감경이 될 경우 집행유예까지 가능해진다. 실제 처해지는 형에는 차이가 있겠지만, 사형을 선고할 수 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살인죄의 형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서 정하는 아동·청소년 강간죄의 형이 동일하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서 정한 13세 미만 미성년자 강간죄는 무기징역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형으로 오히려 형의 하한이 높다. 강간살인죄는 사형 또는 무기징역형이고 강간치사죄는 무기징역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형, 13세 미만 미성년자 강간치사죄는 사형, 무기징역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해진다. 모두 형의 하한이 살인죄보다 높다.

이러한 특별법들은 안양 초등생 살인사건 등 아동 성범죄를 겪으며 법의 개정이 이뤄진 것이다. 특별법이 아닌 일반 형법에서도 자신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에 대한 존속살인죄를 사형,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형으로 가중처벌하고 있다.

하늘이 사건을 계기로 정신질환을 이유로 한 심신미약 감경을 두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지만, 범죄의 성립요건인 고의와 책임에 관한 세계 법조계의 오랜 논쟁거리인 만큼 단시간에 명쾌한 해법을 찾긴 어려울 것이다.

그나마 그동안 조두순 사건 등을 거쳐 2018년 12월 형법이 개정되면서 심신미약이 인정되더라도 재량으로 감경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은 이 사건과 관련해선 다행이라고 여긴다.

다만 혹시라도 이 같은 사건에 대해 재판과정에서 재판부가 심신미약 감경이 필요한 사례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최대한 감경할 경우 이론적으론 집행유예가 가능할 수도 있다는 황당한 우려를 해 보면서 아동을 상대로 한 살인죄(특히 자신이 보호하는)도 성범죄와 마찬가지로 형량의 하한선을 좀 더 높이는 논의가 ‘하늘이법’(가칭) 제정과정에서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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