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공군

“아닙니다, 할 수 있습니다” 그들의 다짐은 이글거렸다

입력 2025. 02. 17   17:07
업데이트 2025. 02. 17   17:40
0 댓글

공사 77기 예비생도 ‘성무기초훈련’ 현장을 가다 

오전 6시40분 기상 10분 만에 훈련장 정렬
높이뛰기·몸돌리기 등 유격체조에 땀 흥건
체계적 훈련으로 4주간 동고동락…28일 입학

시작은 언제나 뜨겁다. 처음의 설렘과 다짐. 열정은 그 무엇보다 강렬하다. 지난 14일 공군사관학교(공사)에서 만난 77기 예비생도들이 딱 그랬다. 교복을 벗어 던지고 전투복을 입은 지 2주 차. 아직 태는 어색했지만 그들의 눈빛엔 두려움이 없었고, 뭐든 해보겠다는 열정이 가득했다. 미래 영공방위 주춧돌이 될 이들의 ‘성무기초훈련’ 현장을 소개한다.  글=송시연/사진=양동욱 기자

오전 6시40분. 기상 알림이 울린 지 10분 만에 전투복을 입고 정렬한 공군사관학교 77기 예비생도들. 지난달 31일 ‘성무기초훈련’을 시작한 예비생도들은 4주간 훈련을 이수하면 오는 28일 정식 생도가 된다.
오전 6시40분. 기상 알림이 울린 지 10분 만에 전투복을 입고 정렬한 공군사관학교 77기 예비생도들. 지난달 31일 ‘성무기초훈련’을 시작한 예비생도들은 4주간 훈련을 이수하면 오는 28일 정식 생도가 된다.

 

오전 6시30분. 예비생도들이 생활하는 별관 앞. 살을 에는 듯한 한기와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적막을 깨고 기상 알림이 울렸다. 이와 동시에 건물 전체에 일제히 불이 켜졌고, 창문이 활짝 열렸다.

아침점호다. 예비생도들의 하루는 6시30분 문을 연다. 기상 알림에 맞춰 일어나 전투복으로 갈아입고 별관 앞으로 뛰쳐나온다. 어제의 훈련으로 온몸을 두들겨 맞은 듯한 근육통과 피곤이 가시지 않았지만 게으름 부릴 여유는 없다. 5분 단위로 짜인 훈련 일정이 밤 10시까지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날의 주된 훈련은 유격체조와 사격이론이다. 오전 8시30분부터 낮 12시까지 유격체조를 하고, 오후 1시30분부터 5시까지 사격이론을 배운다. 하지만 끝이 아니다. 성무기초훈련 4주간 이뤄지는 모든 것은 ‘진짜 생도’가 되기 위한 과정이다. 점호는 물론 뜀걸음, 식사, 체력단련, 세면, 심지어 전투복을 정리하고 전투화를 손질하는 일까지도 모두 훈련이다.


예비생도들이 아침점호 후 뜀걸음을 하고 있다.
예비생도들이 아침점호 후 뜀걸음을 하고 있다.

 

유격체조 2번 구부려펴기를 하는 예비생도들.
유격체조 2번 구부려펴기를 하는 예비생도들.

 

예비생도들이 유격체조 8번 몸돌리기하는 모습.
예비생도들이 유격체조 8번 몸돌리기하는 모습.



유격체조는 전천후훈련장에서 한다. 1번 높이뛰기부터 8번 몸돌리기까지 교관 시범에 맞춰 훈련이 진행됐다. 10분이나 흘렀을까. 예비생도들의 얼굴엔 영하의 추위가 무색하게 땀이 뚝뚝 떨어졌다. 아직 생각처럼 말을 듣지 않는 몸이지만, 젖 먹던 힘까지 쥐어 짜내며 하나라도 제대로 해내려 애썼다. 

훈련장에 함께 있던 지도생도들은 예비생도 한 명 한 명을 살피며 잘못된 자세를 고쳐줬다. 지도생도는 3학년 생도로 구성됐다. 예비생도들이 훈련을 잘 해내고, 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다.

속칭 ‘아비’와 ‘자식’ 관계인 이들은 4주 동안 동고동락한다. 예비생도들은 정식 입교 후에도 끈끈한 정을 이어간다. 이 기간은 지도생도들에게도 큰 의미가 있다. 예비생도들을 이끌면서 리더십과 위기관리능력 등을 체득할 수 있어서다. 지도생도 모집이 치열한 이유다. 이번 77기 지도생도 모집에도 220명의 3학년 생도 중 160여 명이 지원했고, 64명이 선발됐다.

훈련대대장 생도를 맡고 있는 홍휘 지도생도는 “단순히 후배를 지도하는 역할을 넘어 본인도 필요한 기술과 지식을 습득하며 성장할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라며 “특히 후배를 이끌고 효과적으로 소통하는 방법, 갈등을 중재하는 방법 등 리더로서 관리 능력을 기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비생도 시절을 겪은 만큼 해 줄 수 있는 조언도 많다. 홍 생도는 “지금의 순간을 포기하지 않고 이겨내는 힘을 기른다면 생도 생활 역시 포기하지 않고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면서 “7전8기 도전정신만 있다면 못 할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훈련 중간에 잠깐의 쉬는 시간이 주어졌다. 예비생도들은 잠시 자리에 앉아 전투모를 벗고 가쁜 숨을 골랐다. 교관과 지도생도들은 부상 입은 사람은 없는지, 훈련을 계속할 수 있는지 등을 확인했다. 훈련만큼 중요한 것이 안전이기 때문이다.

4주의 훈련은 주차별로 ‘적응’ ‘인내’ ‘극복’ ‘협동’에 중점을 두고 체계적으로 시행한다.

1주 차에는 민간인 신분이었던 예비생도들이 신분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특강, 견학, 군법교육 등을 한다. 2주 차에는 전투 능력 구비를 위해 유격체조, 집총 제식, 가스 체험·사격 이론교육 등을 한다.

3주 차에는 한계 상황 극복 및 군사훈련 숙달을 위한 가스 체험과 사격 등을, 4주 차에는 협동심 강화 및 공동체 의식 함양을 위해 행군과 완전군장 뜀걸음 등을 한다. 모든 훈련을 마친 예비생도들은 오는 28일 입학식에서 정식 생도로 거듭난다.

김민겸 예비생도는 “누나와 함께 사관학교 캠프에 다니면서 자연스럽게 군인의 꿈을 키웠다. 훈련 과정이 힘들지만, 그럴 때마다 한 걸음만 더 가면 된다는 마음가짐으로 끝까지 해내겠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박세은 예비생도는 “많이 긴장되고 무서웠는데, 이제는 어느 정도 적응하고 체력도 서서히 올라가는 게 느껴져 뿌듯하다”며 “본격적인 군사훈련을 앞둔 만큼 긴장감을 잃지 않고 더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기자가 이날 훈련 현장에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은 “아닙니다”와 “할 수 있습니다”였다. “포기할 거야?” “쉬고 싶어?” “여기서 멈출 거야?”라는 지도생도들의 질문에 예비생도들은 연신 “아닙니다. 할 수 있습니다”를 외쳤다. 처음의 마음가짐만 간직한다면 뭐든 못할 게 없다. 우리가 평생 기억해야 할 다짐이다.

 

이찬경(대령·진) 훈련통제관.
이찬경(대령·진) 훈련통제관.

 

인터뷰 / 이찬경(대령·진) 훈련통제관 
초심 유지·정신 함양 군 생활의 버팀목 될 것

- 성무기초훈련의 주요 목표는 무엇인가.
“단계적이고 체계적인 훈련을 통해 사관생도로서 기본자세와 생도 생활 적응 능력을 함양하는 것이다.” 

- 예비생도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훈련은 무엇인지.
“모든 훈련이 생소한 만큼 어느 하나 쉬운 것은 없다. 그중에서도 체력단련과 화생방(가스 체험)을 가장 힘들어 한다.” 

- 훈련 중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요소에는 어떻게 대비하고 있나.
“안전점검 체크리스트를 활용해 발생 가능한 위험 요소를 사전 식별해 철저히 대비한다. 각종 훈련 전 스트레칭은 물론 충분한 사전교육, 이동 경로 노면 점검, 안전요원 배치 등이 체계적으로 이뤄진다.” 

- 훈련통제관으로서 예비생도들에게 강조하는 것과 조언이 있다면.
“힘든 건 당연하다. 하지만 지금까지 잘해 왔고, 잘해 낼 거다. 공사에 지원할 때의 초심과 지금의 정신이 오랜 군 생활의 버팀목이 된다. 끝까지 성실히 임해주길 바란다.”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댓글 0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