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화 ‘하얼빈’을 봤다. 부끄럽게도 이 영화를 보고 안중근 장군의 사형 선고일이 1910년 2월 14일인 것을 알게 됐다.
2월 14일은 우리에게 밸런타인데이로 잘 알려져 있다. 밸런타인데이는 여성이 남성에게 초콜릿을 주며 사랑을 고백하는 날로, 어느새 우리 문화가 됐다. 밸런타인데이는 1980년대 중반 일본에서 유입된 서양 문화다. 1930년대 일본의 한 제과회사가 사제 발렌티노를 추모한다는 명분 아래 밸런타인데이와 초콜릿을 연계해 판매한 게 큰 인기를 끌었다. 이후 여자가 남자에게 초콜릿을 선물하는 풍습으로 정착된 것이다.
“인류에게 가장 큰 비극은 지나간 역사에서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한다는 데 있다”고 이야기했던 영국 역사학자 아널드 조지프 토인비의 말처럼 독립운동가이자 드높은 애국심을 품고 의거 이후에도 성인의 자세를 지켜 마지막까지 일제의 유혹을 뿌리친 안중근 장군을 일본이 절묘하게 상업화된 사랑 표현방식을 전파함으로써 영웅의 숭고한 희생을 잊게 만들려고 하는 건 아닐까?
2월 14일은 ‘위국헌신 군인본분’이란 표어 아래 복무 중인 국군 장병에겐 초콜릿을 주고받으며 사랑을 고백하는 달콤한 날이 아니라 영웅을 기억해야 하는 의미 있는 날인 것이다.
안중근 장군은 사형 선고를 받은 이후 항소해 일제에 목숨을 구걸하지 말라는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의 편지글처럼 그에게 주어진 상황을 겸허히 받아들였다. 오히려 당황한 일본이 안중근 장군을 찾아가 상고를 권했으나 “나는 처음부터 무죄요. 무죄인 나에게 감형을 운운하는 것은 치욕”이라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러면서 본인은 대한의군 참모중장 신분이므로 교수형이 아닌 총살형을 요구했다. 이 얼마나 군인의 귀감이 되는 영웅의 모습인가?
근무 중인 육군과학화전투훈련단은 실전과 같은 전투훈련을 할 수 있는 부대다. 전투훈련 과정에서 지휘관(자)은 부하들에게 가라고 하는 곳이 사지임을 알면서도 대의를 위해 명령을 내려야 하고, 부하는 그 명령을 따르면 죽을 위험이 크다는 것을 알면서도 가야 한다. 이런 상황이 온다면 여러분은 고민하겠는가? 인간으로선 고민되는 상황이지만, 육군의 구성원으로선 ‘위국헌신’의 자세로 임무를 완수해야 우리는 전쟁 또는 전투에서 승리할 수 있다.
우리는 군인(군무원)으로서 각자 맡은 분야에 정통하고, 그 분야를 철저하게 훈련(연구)해 임무 완수에 요구되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어려움을 극복해 안중근 장군의 뜻을 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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