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훈부 공동연재 제대군인 취·창업 성공기 - ‘내 일(Job) 출근합니다’
16. 전해춘 예비역 육군원사
명예로운 군 생활
특전부사관 임관해 여러 직책 경험
‘최고 전투력 발휘’ 부대 중추 역할
공로 표창·상장·감사장만 58회 수상
희망 품고 제2인생
자격증 취득 등 새출발 준비 차곡차곡
전역 한 달 만에 복지관 안전관리자로
군 생활로 몸에 밴 성실·근면함 도움
“전 선생 없으면 안 된다” 인정받아
어디서든 유난히 빛나는 사람이 있다. 35년 군 생활의 마침표를 찍고 제2의 도전을 시작한 전해춘(예비역 육군원사) 씨 얘기다. 노련한 군인에서 이제는 사회초년생이 된 전씨의 취업 성공기를 들어 봤다. 정리=임채무 기자/자료=국가보훈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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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경산시 자인면이 고향인 전해춘 씨는 어릴 적부터 동네에서 알아주는 스포츠맨이었다. 날렵한 몸놀림, 뛰어난 운동신경을 갖춰 어떤 운동이든 두각을 나타냈다. 그런 그가 육군 특전부사관이 된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1989년 7월 18일 ‘대체불가 세계 최강’ 특전부사관으로 임관한 그는 2024년 8월 31일까지 35년간 여러 직책을 경험했다. 작전팀에서 근무할 때는 전술 최우수 중대, 방향탐지 최우수 중대 등 소속팀이 최고의 전투력을 발휘하는 데 앞장섰다.
특히 대대와 단, 아랍에미리트군사훈련협력단(아크부대) 13진, 유엔 레바논평화유지단(동명부대) 23진 등 4차례 주임원사를 맡아 부대의 중추적 역할을 해냈다. 그 공로로 받은 표창·상장·감사장만 해도 58회. 대통령부터 국무총리, 국방부 장관, 합동참모의장, 육군참모총장, 서울시장, 한강유역환경청장까지 훈격도 다양했다. 이런 그도 전역은 피해 갈 수 없었다. 명예롭게 군복을 벗은 그가 선택한 길은 다름 아닌 사회복지관 안전관리자였다.
“‘이왕 할 거라면 최선을 다해 내 것으로 만들자’는 신조 덕분에 모든 훈련을 한 번에 익히고, 효율적으로 시간을 활용할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다른 동기들보다 조금 먼저 상사로 진급하고, 좀 더 빠르게 원사까지 될 수 있었죠. 전역 후에도 이 말은 통했습니다. 제2의 인생을 위한 준비를 차곡차곡하다 보니 길이 열리더군요.”
전역을 앞두고 전씨는 두려움 대신 희망을 품고 지난해 4월부터 인천제대군인지원센터를 찾아 취업을 준비했다.
그가 먼저 한 것은 자격증 취득이었다. 그는 5년 이상 복무한 중·장기 복무 제대군인에게 최대 150만 원까지 지원되는 직업능력개발교육비를 알뜰히 활용해 소방안전 2급 자격증, 자동차정비 자격증, 대형 견인 면허, 대형 버스 면허, 굴착기 면허, 컴퓨터활용능력 2급 등을 땄다. 여기에 군 생활 중 복지담당관 업무를 수행한 것이 시너지를 발휘해 전역 한 달 만인 지난해 9월 인천 삼산종합사회복지관 안전관리자(시설 관리)로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시설 관리부터 자활근로자 관리, 무료급식소 안전보건교육, 각종 예산 관리, 소방·가스·수도 점검, 승강기 관리, 자판기·정수기 관리 등 제 손을 거치지 않는 일이 없을 정도로 다양한 일을 하고 있습니다. 군 생활 동안 습관처럼 몸에 밴 성실·근면함은 민간사회에 적응하는 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사회초년생’ 전씨는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관련 문서를 하나하나 빠짐없이 보고, 안 되면 전임자에게 전화해 꼼꼼히 묻고 확인하면서 새로운 업무를 파악하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덕분에 일에 적응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복병은 따로 있었다. 새로운 환경에서의 인간관계 형성이었다. 나이 어린 동료 직원들과의 세대 차를 극복하는 게 쉽지 않았다. 그러나 ‘사람을 대하는 데 거짓이 없어야 한다’는 철칙은 큰 힘이 됐다. 전씨가 진정성 있게 동료들을 대하자 어느새 그는 주위로부터 인정받게 됐다.
복지관 직원과 이용자 모두 이구동성으로 ‘전 선생 없으면 안 된다. 안 되면 해춘 선생님을 불러라’라고 할 만큼 없어선 안 될 사람이 됐다고 한다.
김혜연 삼산종합사회복지관장 역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 관장은 “스스로 판단해 잘하시고, 필요한 것은 먼저 제안하고 일하시는 모습이 인상 깊다”며 “복지관의 중재자이자 감초이면서 어른 역할도 톡톡히 해 주고 계시다”고 치켜세웠다. 특히 김 관장은 “전 선생님 덕분에 제대군인에 관한 인식도 좋아졌다”며 “앞으로 정년 때까지 손발을 맞춰 함께 일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짧은 시간이지만 복지관 업무에 완전히 적응한 전씨는 정년 이후의 삶을 벌써 구상 중이다. 정년은 짧고 인생은 길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체력 유지를 위해 헬스와 스크린골프를 꾸준히 하면서 또 다른 자격증을 따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어떤 식으로든 기회를 만들어 사회봉사활동을 이어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의 목표는 자율소방대원이나 주민센터 도우미 봉사 등 작은 일이라도 실현할 수 있는 활동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전씨는 기회가 된다면 선배로서 후배 부사관들에게 멋진 군인의 길을 알려 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도 피력했다.
“군 생활을 하는 동안 가족에게 소홀했습니다. 지난해 3월에야 처음으로 가족과 해외여행을 다녀왔으니까요. 많이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합니다. 앞으로는 맛집도 찾아다니고 여행도 다니며 가진 범위 내에서 즐기면서 살고 싶습니다. 그리고 후배들에게 도움을 주거나 이웃에 봉사하며 나와 주변을 돌아보며 전진해 나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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