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시론

시가있는 풍경 - 어제보다 더 진한 오늘

입력 2025. 02. 06   15:42
업데이트 2025. 02. 06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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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돈 시인
최성돈 시인


당신이 전한 말

“사랑합니다”

제가 드린 말

“고맙습니다”

어제의 고백이

짙은 먹물 같습니다

뚜렷하게 가슴팍에

그려놓았습니다

제가 전하는 말

“그립습니다”

당신이 속삭이는 말

“아프지 마세요”

오늘은 더 진한

눈물의 약속으로

당신의 오늘을

환하게 열어드립니다

여전히 저는

당신이 어제보다 더

“보고 싶습니다”

<시 감상>

시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어떤 존재나 현상에 관한 자기 나름의 발견이나 깨달음이다. 이를 시심(詩心)이라고 한다. 시인은 그것을 시적 언술로 글을 지어 독자와 공유한다. 잘된(좋은) 시가 전하는 소통로에는 저절로 일어서는 느낌과 감동의 울림이 흐르기 마련이다. 시적 언술은 사족을 털어 낸 함축의 언어이며, 관념을 벗은 날것의 말이어서 단순하지만 구체적이다. 시를 통해 심오한 사상이나 의미를 전하는 게 불가한 건 아니겠지만, 그것은 매우 비효율적이므로 다른 형식의 글을 찾는 편이 좋다. 시는 난해한 논증보다 사물의 본질에 대한 지배인 인상의 표현으로 족하다.

시인이 전하는 이 시의 언술에서는 우아한 허세나 난해한 추상 같은 것이 없다. 던적스러운 관념이 집적거리며 포장한 꾸밈도 없다. 그래서 쉽게 읽고 느끼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된다. 현대사회의 주요 소통로라고 할 수 있는 SNS에서 주고받는 말처럼 간결하면서 천진하고 친밀하다. 말은 단순한 의사 전달의 수단만은 아니다. 당대 언어에는 그 시대와 사회가 인식하는 정서의 울림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시인이 전하는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그립습니다” “아프지 마세요” “보고 싶습니다”라는 시어는 늘 우리 곁에 있는 말이기도 하지만, 날카롭게 각진 말로 찢겨 가는 이 시대 언어의 창에서 그 무엇보다 불러일으켜 애용할 말이다. 차용국 시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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