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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령도의 발자취

입력 2025. 01. 23   15:46
업데이트 2025. 01. 23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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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윤 상병 해병대6여단
서동윤 상병 해병대6여단



군사용어로 행군은 ‘차량이나 도보로 한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일’을 의미한다. 해병대 교육훈련단에서 여러 번 행군을 해 봤지만,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는 실무부대에서 행군 방식과 해병대원들의 임무를 자세히 알고 싶었다.

중대급 전술훈련에서 우리 부대는 적 침투 상황을 가정해 증원병력으로서 전술 무장행군을 했다. 실무에 온 뒤 처음 하는 행군이어서 긴장되고 설?다. 호기롭게 출발했지만, 어깨를 짓누르는 무장과 병기를 메고 가려니 시작부터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는 길은 일반적인 도로보다 산길이나 비포장도로 등 험한 길이 많았다. 이 발걸음이 나와 전우들을 살릴 것이라는 생각으로 그저 앞만 보고 내딛기를 반복했다. 끝이 보이지 않는 무장행군이 이어지면서 뒤처지는 인원이 생겼고, 나 역시 점점 육체의 한계를 느꼈다. 이때 중대장님이 “걷다가 도착해 보면 별거 아니다! 진짜 강함이 무엇인지 보여 주자”며 사기를 북돋아 주셨다. 이에 우리는 서로를 격려하며 포기하지 않고 나아갈 수 있었다. 힘들어 보이는 전우가 있으면 선뜻 도와주고 “할 수 있다”고 격려하는 모습에서 진정한 해병대의 전우애를 엿볼 수 있었다.

힘겹고 지쳤지만, 결국 무사히 도착해 서로 웃고 있는 전우들을 보니 전우애와 성취감이 배가 됐다. ‘이것이 해병대라는 조직에서 느낄 수 있는 소속감과 행복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행군 이후 성취감과 전우애를 체감하는 값진 경험을 했다. 몸으로는 행군을 익혔지만, 행군의 목적과 거기에 담긴 전략도 알고 싶어 김대유 작가의 『행군의 정석』이라는 책을 읽었다.

행군의 목적은 ‘체력 강화, 정신적 인내, 팀워크 능력 배양’으로, 우리가 왜 행군을 하는지 체계적으로 습득할 수 있었다. 행군을 하면서 실제 상황 발생에 대처하는 노하우를 얻고, 행군에도 체력관리와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직접 몸으로 익힌 행군과 책에서 얻은 지식 덕분에 행군의 목적과 전술에 관해 깊이 있게 배울 수 있었다. 특히 서해 최북단을 수호하는 해병으로서 지녀야 할 자세를 고민하는 밑거름이 됐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전술과 전략을 습득하는 등 한층 성장한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전우들과 땀을 나누다 보니 진정한 전우애가 무엇인지 깨닫는 계기도 됐다. 그 속에서 나오는 성취감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도 알게 됐다.

“진정한 군인은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언제나 준비된 자세로 맞서 싸운다”는 말이 있듯이 우리는 고난과 역경 앞에서도 항상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 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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