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국방안보

보이지 않기에 더 치명적인…위협을 지우는 시간과의 싸움

입력 2025. 01. 23   17:06
업데이트 2025. 01. 23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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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군화생방사, 항공기 제독훈련 
‘항공력 공백’ 상황 초래하는
공격헬기 화학탄 피해 가정
CSMT·화생방 이동로봇 긴급 투입
이동분석실험실 활용 시료 신속 분석
육군과 팀워크로 항공작전 태세 확립

 

전장은 더 이상 총탄만이 지배하는 곳이 아니다. ‘화생방(화학·생물·방사능)’과 같은 보이지 않는 치명적인 무기도 존재한다. 적 화생방 공격이 현실화하는 순간, 시간이 곧 장병의 생사를 좌우한다. 우리 군은 국군화생방방호사령부(화생방사)를 중심으로 화생방 위협에 신속히 대처하기 위해 실전적인 훈련을 반복하고 있다. 22일에는 적 화학탄 공격 상황에 대응하는 화생방사와 육군의 합동훈련이 펼쳐졌다. 글=김해령/사진=이경원 기자

 

국군화생방방호사령부 23화생방대대 장병이 22일 화학탄 대응 합동훈련에서 육군 AH-1S 코브라 공격헬기를 제독하고 있다.
국군화생방방호사령부 23화생방대대 장병이 22일 화학탄 대응 합동훈련에서 육군 AH-1S 코브라 공격헬기를 제독하고 있다.

 


원거리 화학탐지차량으로 오염 여부 확인

초미세먼지가 전국을 뒤덮은 22일 오후. 경기 남양주시 육군7기동군단 107항공대대에 연막탄 수 발이 터지며 시계를 더 뿌옇게 했다.

적 화학탄 공격 상황이 조성된 것. 계류장에 있던 AH-1S 코브라 공격헬기 등이 화학탄을 맞아 큰 피해가 발생했다. 헬기 제독이 빨리 이뤄지지 않으면 육군 핵심 전력인 7군단의 ‘항공력 공백’이 길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

107대대 화생방 임무 장병이 현장을 찾았지만, 피해 규모는 대대급 탐지·제독 능력으론 버거웠다.

대대는 상급부대에 보고했고, 합동참모본부 출동 지시를 받은 화생방사 화생방특수임무단이 대화생방테러특수임무대(CSMT)를 급파했다.

CSMT는 원거리 화학탐지차량을 활용해 원점 주변의 오염 확산 여부를 확인했다. 해당 차량은 최대 10㎞ 거리의 화학작용제와 유해물질을 실시간 탐지할 수 있다. 이어 원점에 1㎞ 반경 유해물질과 폭발물을 파악할 수 있는 화생방 이동로봇을 투입했다. 로봇은 테러 원점을 정찰하며 작전 요원 투입과 위험성 여부를 판단했다.

작전 요원이 투입돼야 한다는 결정에 CSMT 요원들이 원점으로 조심스레 다가갔다. 이들은 원점을 탐지하고 시료를 수집했다. 원점에서 얻은 시료는 화생방방어연구소에서 정밀분석한다.

원래라면 서울에 있는 연구소까지 시료를 옮겨야 하지만, 이날 훈련에선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서 분석이 이뤄졌다. 연구소가 지난해 말 도입한 ‘이동분석실험실’ 덕이다.

대형 차량을 개조한 이동분석실험실은 음압시설과 화생방 정밀점검에 필요한 장비를 갖췄다. 연구소 현장기술분석반의 이동분석실험실은 CSMT와 동시에 현장 전개됐다. 이동분석실험실은 시료의 이동시간을 줄이고, 현장에서 빠르게 정밀분석을 할 수 있어 신속·정확한 상황조치를 가능하게 한다.

이동분석실험실의 분석 결과 시료는 ‘VX 신경작용제’로 확인됐다. 이는 북한 김정은의 이복형 김정남 암살에 쓰인 맹독성 화학무기다. VX의 치사량은 사람의 체중 1㎏당 0.142㎎ 수준으로 알려졌다.

 

 

화학 테러 원점을 정찰 중인 화생방 이동 로봇.
화학 테러 원점을 정찰 중인 화생방 이동 로봇.

 

CSMT 요원들이 원점에서 시료를 수집하는 모습.
CSMT 요원들이 원점에서 시료를 수집하는 모습.

 

이동분석실험실에 시료를 건네는 장병.
이동분석실험실에 시료를 건네는 장병.



총 5단계 제독…아군 전투력 복원 

화학탄을 이루는 것이 VX로 확인되자, 화생방사 23화생방대대는 서둘러 장비제독소와 인체제독소를 설치했다. 23대대는 전국구 화생방 대응 전문 부대다.

제독은 총 5단계로 실시됐다. ‘최초 세척’ 1단계에서는 헬기 외부를 물로 씻어내는 과정이다. 고무 재질로 제작된 접절식 물탱크에는 볼록한 모양으로 물이 가득 차 있었다. 물탱크 1개당 최대 3000L 가까이 저장할 수 있다.

2·3단계는 외부·내부 제독이다. 23대대 요원들은 KDS-1 다목적 제독기로 헬기 외관을 꼼꼼히 문지른 후 30분을 기다렸다. 제독 반응을 살피기 위해서다. 충분히 제독됐다는 판단이 나오자 내부 장비도 깨끗이 닦았다.

4단계에서는 헬기를 재세척하고, 마지막 단계에서 화학작용제 탐지기(K-CAM2)로 최종 검사를 했다. 23대대는 시간당 10여 대의 헬기를 제독하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훈련은 23대대 K10 제독차 2대가 계류장 일대를 제독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어떤 임무라도 완벽히 수행할 것”

우돈기(중령) 23화생방대대장은 “107대대의 적극적인 지원과 실전적인 훈련 상황 조성으로 대대원 모두가 훈련에 몰입할 수 있었다”며 “오직 우리만 할 수 있다는 강한 자긍심으로 어떠한 임무도 완벽히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안승훈(중령) 107항공대대장은 “화생방 상황 조치 절차를 점검하고, 부대원의 합동작전 능력을 한 단계 끌어올린 훈련이었다”며 “항공작전 대비태세를 확립해 싸우면 반드시 승리하는 군단을 만드는 데 일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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