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에서의 승리가 ‘전쟁’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일까. 전술적인 목표를 달성하는 데 일조할 순 있겠지만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럼에도 전투는 중요하다. 전쟁이 국가적인 차원에서 치러지는 거시적인 문제라면 전투는 장병들의 피와 땀으로 얼룩진, 생과 사를 넘나드는 우리가 직면하게 될 현실이어서다.
『전투감각』의 서론에서 서경석 장군은 “전투는 초급간부에 의해 승패가 좌우되며, 초급간부는 전략가가 아니라 싸움꾼”이라고 말한다. 전장에서는 큰 흐름을 논하는 전략가가 아니라 당장 싸워 이기는 싸움꾼을 필요로 한다는 말이다.
‘올바름’은 리더가 갖춰야 할 성품이다. 바른 품성과 리더다움을 겸비한 자는 부하의 신뢰와 존경을 받게 되며, 이는 부하들의 자발적인 복종으로 이어진다. 책의 1장 ‘두고 온 철모’에서 대대장은 “네가 적임자라고 생각한다”는 말과 함께 저자를 찾아와 적진으로 침투하라는 어려운 임무를 내린다. 부하의 능력에 믿음을 보내고 격려하는 그의 성품을 두고 저자는 “이때의 순간을 한 번도 잊은 적이 없다”고 회상한다.
‘유능함’은 리더가 갖춰야 할 능력이다. 아무리 좋은 사람이어도 따를 수 없다면 좋은 리더가 아니다. 특히 생사가 걸린 전투현장에서 지휘자의 명령에 절대 복종하기 위해선 능력에 따른 신뢰가 바탕이 돼야 한다.
‘헌신함’은 리더가 갖춰야 할 실행력이다. 훌륭한 성품과 능력을 갖춰도 실행력이 없다면 조직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없다. 6장 ‘선임하사와 딸’에서 신임 소대장인 저자에게 선임하사와 용사들은 노골적으로 걱정과 우려를 표한다. 그 상황에서 저자는 부하 가족에게 일일이 편지를 전하고 ‘건강히 귀국하자’는 목표를 공유하면서 그들의 마음을 얻는다. 이런 노력에 선임하사도 마음을 열고 작전 중 저자가 적에게 기습을 받자 맹렬히 돌격해 소대장을 구해 낸다. 실행력은 어느 한 개인이 홀로 발휘하는 게 아니다. 조직 전체가 같은 마음으로 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우리 여단은 지난 분기 조우전을 적용한 소부대 전술훈련을 했다. 훈련에 참가하면서 많은 것을 느꼈지만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용사들 각각의 개인 전투력 수준이 승패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았으며, 소대장과 소대원이 일심동체가 돼 싸운 소대가 가장 뛰어난 결과를 얻었다는 것이다. 『전투감각』의 마지막 장은 ‘리더십에 대하여’다. 서 장군이 이 책에서 사랑하는 후배들, 특히 군을 이끌어 갈 초급장교에게 말하고자 했던 것은 결국 부대원 모두가 하나 돼 한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 ‘리더십’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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