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초음속 무기는 자체 추진엔진으로 비행하는 극초음속순항미사일(HCM)과 미사일에서 분리돼 활공하는 극초음속활공체(HGV)로 나뉘는데, 좌우와 고저로 변칙기동을 하면서 음속 5배 이상으로 저공 비행하므로 현 방어체계론 요격이 어려운 ‘게임체인저’로 불리기도 한다.
북한은 2021년 이래 지금까지 5차례 이상 ‘극초음속’이라고 주장하는 발사체를 쐈다. 2023년 12월 20일 북한의 미사일총국은 ‘극초음속 기동형 조종전투부를 장착한 고체연료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발사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2024년 6월 26일에는 “개별 기동전투부 분리 및 유도 조종시험에서 분리된 기동전투부들이 3개의 목표 좌표점으로 정확히 유도됐다”며 다탄두 능력을 자랑했다.
지난 6일에는 “신형 극초음속 중장거리탄도미사일이 두 번의 정점 고도를 찍으면서 음속 12배로 1500㎞ 떨어진 목표 수역에 정확하게 탄착했다”며 변칙기동 능력과 정확도를 강조했다. 물론 합동참모본부는 믿지 않는 분위기다. 지난해에는 “탄도미사일이 공중 폭발한 것”이라 했고, 금년에는 “변칙기동 흔적이 없고 비행거리도 1100㎞였다”고 밝혔다.
극초음속미사일에 관한 한 선두주자는 러시아와 중국이다. 러시아는 수년 전부터 아방가드르(RS-26) 다탄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공대지 킨잘, 함대함 지르콘 등을 실전배치했다. 중국은 둥펑(DF) 17과 27을 배치한 상태에서 극초음속 궤도폭탄도 개발 중이다.
궤도폭탄이란 지구궤도를 돌다가 원하는 시점에 목표를 향해 내리꽂히는 무기다. 한 발 늦게 시작한 미국은 최근에야 준중거리 극초음속미사일 ‘다크 이글’을 배치하고 있지만, 군별로 다양한 극초음속 무기를 개발하고 있어 따라잡는 건 시간문제로 보인다. 이란은 2023년, 인도는 2024년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한국·일본·프랑스·영국 등도 연구 중이다.
평양의 주장대로라면 북한은 이란과 인도에 앞서 세계에서 4번째로 극초음속미사일을 개발했고, 다탄두탄도미사일(MIRV)보다 더 가공할 극초음속 다탄두 기동성 재돌입체(MaRV)까지 가졌다는 것이다. 중장거리미사일을 보유했다는 건 주한미군은 물론 평양에서 1400㎞ 떨어진 오키나와나 3400㎞ 떨어진 괌의 미군기지들도 타격할 수 있다는 의미다.
북한의 주장을 그대로 믿고 싶지는 않지만, 안보에선 늘 ‘최악’을 가정해 봐야 한다. 그래서 “한국군의 미사일방어체계를 믿어도 되나” “북한의 극초음속미사일이 아시아 주둔 미군을 위협하는데도 미국의 대한(對韓) 핵 보호공약은 건재한가” 등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부와 군은 이런 질문에 답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한국군도 적절하게 대응 중이다. 2007년부터 스크램제트엔진, 초고속 공기흡입 등에 관한 연구를 해 왔고 2021년 북한의 극초음속미사일 발사 이후에는 공대지 극초음속미사일 개발에 나선 상태다. 저고도 방어체계도 개발하고 있다. 현재의 남북 간 극초음속미사일 격차는 필요성과 체제의 차이일 뿐이다.
오래전부터 죽기 살기로 국가 경제력의 3분의 1을 군사비에 투입하며 주민을 연소득 1000달러의 극빈으로 내몰고 있는 북한과 적정 국방비를 쓰면서 국민소득 3만5000달러 시대를 연 한국을 같은 잣대로 비교할 순 없다. 그래도 극초음속미사일 경쟁이 시작된 이상 신속하게 북한을 따라잡고 압도적 대응태세를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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