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키는 대로, 닿는 대로 ⑮ 짙푸름 머금은 섬, 거제
높이 20m 대나무숲, 20년 쌓아 만든 성 찾아가… 볼 거제
7400여 장 유리 돔 온실 식물원 걸으며… 놀 거제
1560m 케이블카 타고 산·바다 파노라마 뷰 보며… 쉴 거제
경남 거제는 아이러니하다. 부산이라는 거대 도시 옆에 자리한 제조업 중심지이면서도 바다와 숲이 어우러지는 자연풍광으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대형 선박을 건조하는 조선소와 그 주변에 자리한 수많은 공장, 이곳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이들의 주거지를 조금만 벗어나면 아름다운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최근 들어선 인스타그램 속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대형 식물원과 같은 이색 명소가 인기를 끌면서 여행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중세 유럽의 성을 닮은 방파제, 울창한 대나무숲, 드높은 곳에서 바다를 감상하기에 좋은 케이블카와 전망대 또한 인기다. 이제 곧 봄이 온다지만, 여전히 차디찬 바람이 옷 틈새로 비집고 들어온다. 따스한 남쪽 나라인 거제도로 여행을 떠날 만한 명분은 충분하다는 뜻이다.
# 맹종죽테마파크
맹종죽은 높이 10~20m, 지름 20㎝에 달하는 대형 대나무다. 거제도 전역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는데, 1920년대 일본에서 들여와 재배하기 시작한 거란다. 대나무 특성상 한 번 뿌리를 내린 뒤로는 빠른 생장 속도를 자랑해 빽빽한 숲을 이룬다. 그중 하나가 맹종죽테마파크다.
맹종죽테마파크는 거제도 사람들이 맹종죽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살펴볼 수 있는 곳이다. 산의 한쪽 면을 온전히 맹종죽으로 채워 놓고 죽순을 재배하거나 대나무 공예 등을 위한 재료로 이용한다. 물론 삼림욕장 형태의 쉼터를 만들어 두기도 했다.
완만한 경사를 따라 산책로가 이어진다. 겨울철에도 파릇한 생기를 잃지 않은 맹종죽숲은 여름철 특유의 청량감까지 가득 머금고 있다. 바닷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이리저리 흔들리는 대나무들이 부대끼는 소리가 왠지 모르게 평온하게 느껴진다. 힐링이란 단어는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게 아닐까.
곳곳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 차분히 쉬면서 두 눈에 풍경을 담아 보자. 산책로는 산 중턱에 설치된 전망대로 향한다. 칠천도를 비롯한 거제도 일대의 바다가 저 멀리 펼쳐진다. 섬과 섬 사이로 난 바닷길, 그 뒤로 옹기종기 모여 있는 어선들의 모습이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것만 같다.
# 매미성
우리나라에 이런 건축물이 있을 거라고는, 그것도 한 사람이 만든 거라고는 상상하기 어렵다. 직접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20여 년간 돌을 한 장씩 쌓아 만든 성 ‘매미성’이다.
매미성은 성이라기보다 방파제에 가깝다. 2003년 태풍 ‘매미’로 인해 피해를 본 이 지역의 한 농부가 더는 파도로부터 땅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직접 쌓아 올린 방파제다. 단순히 쌓기만 해서는 재미없다고 생각했던 걸까. 점차 화강암으로 단을 만들고, 중세풍 기둥을 세우고, 꽃과 나무까지 심어 조경을 더하면서 현재의 독특한 성곽 형태가 탄생했다.
마치 유럽의 작은 섬에 지어진 고성(古城)처럼 보이는 이곳은 몽돌해변 너머로 잔잔하게 들려오는 파도 소리와 어우러져 독보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돌벽 사이에 생긴 사각 프레임을 통해 바다가 비치면, 거기가 바로 포토존이다. 평일이나 주말 구분 없이 늘 방문객이 많다 보니 한가롭게 즐기고 싶다면 아침 일찍이나 오후 늦은 시간대를 노려보는 게 좋다. 아직도 주말마다 주인이 찾아와 조금씩 성벽을 손보고 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그 집념이 20년을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 거제식물원
겨울철에 꼭 가 봐야 할 곳 중 하나가 식물원이다. 한겨울에도 따스한 온도를 유지해 가벼운 옷차림으로 나들이를 즐길 수 있어서다. 거제에는 국내 최대 규모의 돔 온실 식물원이 있다. 거제식물원이 바로 그곳이다.
거제식물원은 개장 초기는 물론 지금도 많은 여행객의 관심을 끄는 여행지다. 7400여 장의 유리를 사용해 투명한 돔을 만들고, 그 안에 열대 야자수와 선인장, 꽃나무 등을 가득 채운 덕분이다. 돔 안으로 들어서면 초록빛이 사방을 채운다. 시원스러운 폭포 아래 걸린 다리를 건너거나 열대식물 사이로 난 좁은 숲길을 걸어 보면 잠시 계절이 바뀐 듯한 착각이 든다. 마치 열대우림 속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이다.
개장 초기부터 ‘인스타그래머블’ 명소로 주목받은 만큼 포토존마다 기다리는 이들의 줄이 길게 이어진다. 대표적인 사진 스폿은 ‘새 둥지 포토존’이다. 실제 새 둥지를 거대하게 구현한 조형물 한가운데서 정글돔의 웅장한 모습을 배경으로 사진을 남기는 곳이다. 관람객이 몰릴 때는 한 시간 이상 대기해야 할 때도 있다.
겨울인 만큼 야외정원은 다소 썰렁한 편이다. 그러나 아이들을 위한 ‘정글타워’ 놀이시설은 여전히 인기다. 길게 미끄러지는 슬라이드, 스크린 인터랙티브 게임은 오롯이 아이들을 위한 시설이다.
# 거제파노라마케이블카
해 질 무렵이 다가온다면, 거제도 남쪽으로 발걸음을 옮겨 보자. 거제도와 주변 섬, 광활한 바다를 한껏 물들이는 노을이 발아래로 펼쳐지는 순간은 놓칠 수 없잖은가. 깊은 바다만큼이나 멋진 산세를 품은 곳이어서 산꼭대기에서 감상하는 풍경 또한 기억에 남을 만하다.
걱정하지 말자. 등산까지 할 필요는 없다. 거제파노라마케이블카를 이용하면 노자산 정상부까지 쉽게 방문할 수 있다. 학동고개와 노자산 정상부 사이 1.56㎞의 하늘길을 케이블카로 연결해 뒀다. 거제의 바다와 하늘을 마음껏 품어서일까. 흑진주몽돌해수욕장을 비롯한 바다와 주변 산 능선을 360도 파노라마로 선사한다. 하부 승강장을 힘차게 박차고 오르는 그 순간부터 노자산 정상부에 도달할 때까지.
케이블카 상부 승강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노자산 정상이, 반대쪽으로는 전망대가 설치돼 있다. 어느 쪽이든 좋다. 마음에 드는 곳을 향해 약간의 노력을 감수해 보는 건 어떨까. 장사도와 매물도, 비진도, 한산도 등 통영 앞바다를 수놓은 섬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이 눈에 띈다. 뉘엿뉘엿 기울어 가는 햇볕에 반짝이는 바다, 섬과 섬 사이를 흐르는 어선들의 미묘한 궤적이 고즈넉하게 느껴진다. 사진=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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