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조명탄

트럼프와 시진핑의 제2라운드 첫수 교환

입력 2025. 01. 22   16:02
업데이트 2025. 01. 22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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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준 아주경제신문 논설주간 국제정치학 박사
박승준 아주경제신문 논설주간 국제정치학 박사



도널드 트럼프 제47대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일(현지시간) 취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식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초청했으나 그는 가지 않았다. 대신 서열 7위의 국가부주석 겸 중국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에게 자신의 ‘특별대표’라는 직함을 주며 참석하게 했다. 한정(韓正) 부주석은 워싱턴에 가서 트럼프 취임식 전에 부통령 당선인 제임스 밴스를 만나고, 트럼프와 ‘공동 대통령’이란 말을 듣는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와도 만났다. 

시진핑이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지 않은 건 무슨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다. 시진핑으로선 현재 세계를 양분해 장악하고 있는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 중국 국가주석이 가서 다른 나라 국가 대표들 속의 한 명인 ‘원 오브 뎀(one of them)’으로 참석하는 게 격이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대신 격을 맞추기 위해 부주석 한정을 보냈다. 그는 중국공산당 서열로는 7위의 정치국 상무위원이지만 한 명밖에 없는 국가부주석인 데다 중국 내에서 미국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다고 인정되는 상하이(上海)시 당서기 출신이기 때문이다.

시진핑은 트럼프 취임식에는 참석을 안 한 대신 지난 17일 밤 취임 축하 전화통화를 했다.

어디까지나 중국은 미국과 일대일의 관계라는 뜻이다. 중국 관영매체들에 따르면 이 전화통화에서 시진핑은 “중국과 미국 두 개의 위대한 국가는 각자의 꿈을 추구하고 있으며, 광범위한 공동이익과 협력공간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과 미국은 국정 운영이 서로 다른 두 개의 대국으로서 서로 간에 불가피하게 이견이 존재하고 있으며, 피차간의 핵심 이익과 중대 관심사에 최선을 다해 문제 해결방법을 찾아보자”고 했다. 시진핑은 대만 문제와 관련해선 “대만은 중국의 국가 주권과 영토 보존이 걸린 문제이므로 미국 측이 신중하게 처리하길 희망한다”고 언급했다.

트럼프는 2017년 1월 20일 제45대 미 대통령에 취임해 2021년까지 재임했다. 이번 트럼프와 시진핑의 대결은 제2라운드인 셈이다. 트럼프가 제45대 대통령이던 시절에도 시진핑은 중국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이었다.

트럼프가 첫 임기 때 중국을 바라보던 기본 시각은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이래 중국은 마오쩌둥(毛澤東), 덩샤오핑(鄧小平), 시진핑 3명의 리더를 거치면서 미국을 속여 왔고 2049년까지 100년에 걸쳐 미국을 속일 거다”라는 것이었다.

중국에 관한 트럼프의 시각은 그가 “미국 최고의 중국 전문가”로 평가한 허드슨연구소의 마이클 필스버리가 쓴 『백년의 마라톤』에 잘 나타나 있다. 트럼프는 이런 관점에 따라 중국이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경쟁국이 되지 않도록 보복관세를 부과하는 정책을 구사했다. 이번 시진핑과 제2라운드 대결을 시작하면서 트럼프는 “중국에는 60%의 고율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한반도는 미국과 중국에 대만과 함께 핵심 이익이 걸려 있는 중요 관심지역이다. 1972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과 마오쩌둥 사이에 맺은 상하이 공동성명에는 “한반도는 미국과 중국이 배타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해야 하는 지역”으로 표현돼 있다. 미국과 중국 관계는 한반도 정세에 가장 중요한 변수라는 점을 결코 잊어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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