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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꼭 숨은 재미 한가득 꽁꽁 언 마음도 사르르

입력 2025. 01. 16   17:53
업데이트 2025. 01. 16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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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키는 대로, 닿는 대로 
⑭ 추위 피해 찾은 부천 실내 여행지

겨울바람이 매섭게 불어오는 계절, 실내에서 따뜻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경기 부천시만큼 흥미로운 곳도 드물다. 빠른 도시화와 산업화의 흔적을 독특한 문화예술공간으로 재탄생시키며,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체험할 만한 장소를 곳곳에 마련해 뒀기 때문이다. 추운 바람을 피해 실내에서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누리고 싶다면, 오늘 소개하는 5곳을 눈여겨보자.

 

부천아트벙커B39
부천아트벙커B39


부천아트벙커B39 - 쓰레기소각장에서 예술의 요람으로


부천아트벙커B39는 본래 ‘삼정동 소각장’이었다. 1995년 완공돼 오랫동안 부천지역의 쓰레기를 처리하던 시설이었으나 다이옥신 문제 등 환경오염 우려로 2010년 문을 닫았다. 이후 부천시는 이 소각장을 방치하지 않고 문화예술공간으로 재활용하기로 했다. 2018년 리모델링을 마치고 재탄생한 부천아트벙커B39는 산업시설의 독특한 구조를 그대로 살리고 현대예술을 덧입혀 방문객에게 색다른 경험을 선사하고 있다.


가장 인상적인 공간은 높이 39m를 자랑하는 ‘벙커’다. 한때 쓰레기를 저장하던 거대한 공간이 이제는 미디어아트 작품이나 설치미술 등을 전시하는 무대로 거듭났다. 과거를 완전히 단절시키지 않았다는 점이 눈에 띈다. 소각로 또는 콘크리트 벽면에 남은 흔적을 살펴볼 수 있어 마치 폐산업시설의 역사와 현시대를 잇는 통로를 마주하는 듯하다. 전시공간 ‘에어갤러리’는 소각장이 지닌 철제 구조물과 노출 콘크리트, 자연광을 활용해 묘한 긴장감을 자아낸다.


부천아트벙커B39에서 열리는 전시나 공연은 산업유산을 존중하면서도 새로운 시도를 추구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쇠파이프나 노출 배관 같은 소각장 당시의 건축요소가 작품과 어우러지며, 관람객에게는 독특한 시각적 충격을 안겨 준다. 복도나 계단을 오르내리며 과거의 흔적을 자세히 살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어두운 벙커 내부를 내려다보거나 직접 걸어 볼 수도 있어 예술이 자리 잡은 ‘공간’ 자체가 거대한 전시물이 된 느낌을 만끽하게 된다. 쓰레기를 태우는 과정에서 발생했을 법한 소음이나 냄새 대신 이제는 예술과 인간의 상상력이 가득 채워진 셈이다.

 

 

레노부르크뮤지엄
레노부르크뮤지엄


레노부르크뮤지엄 - 빛과 미디어아트가 펼치는 황홀한 체험


이제는 흔해진 몰입형 미디어아트 전시도 어떤 작품을 설치해 놓느냐에 따라 반응이 천차만별이다. 레노부르크뮤지엄은 개장 직후부터 지금까지 많은 관람객의 사랑을 받는 공간이다.


이 미술관의 가장 큰 특징은 ‘체험형 전시’다. 흔히 ‘미디어아트 전시’라고 하면 거리를 두고 작품을 감상하는 방식을 떠올리기 쉽지만, 이곳은 관람객이 공간 안으로 들어가 직접 작품을 체험하는 형식이다. 전시에 따라 바닥 센서가 관람객의 움직임을 인식해 영상이 달라지기도 하고, 손짓이나 발걸음에 반응하는 소리나 빛이 준비돼 있기도 하다. 작품 한가운데 놓인 의자에 앉아 보는가 하면 한쪽 벽면에 매달린 그네를 타고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사진 촬영공간이 여러 군데 마련돼 있어 작품과 상호작용을 하며 다채로운 장면을 남길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바닥과 벽면을 가득 채운 프로젝션 영상이 유기적으로 움직이고, 곳곳에 설치된 레이저 조명이 색다른 패턴을 만들어 낸다. 어떤 전시실은 은은하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또 다른 전시실은 화려한 색감과 현란한 움직임을 뽐내며 관람객을 사로잡는다. 빛이 주제인 만큼 흑백보다 선명한 원색이나 파스텔 색조가 두드러지는 전시가 많다.

 

 

한국만화박물관
한국만화박물관

 

한국만화박물관
한국만화박물관


한국만화박물관 - 만화 역사를 한눈에 살펴보는 시간여행


한국만화박물관은 만화를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꼭 가 봐야 할 성지와도 같은 곳이다. 2001년 개관한 이 박물관은 한국 만화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내용을 다루고 있다. 한국 만화 1세대로 여겨지는 이도영 화백의 작품을 시작으로, 시대별 주요 만화가 일목요연하게 소개된다. 자연스럽게 만화산업이 걸어온 궤적을 훑어볼 수 있다.


당대의 사회상을 고스란히 담은 만화부터 독자적인 스타일로 폭발적 인기를 끌었던 대중만화와 잡지, 더 나아가 웹툰으로 대표되는 디지털만화까지 시간 순서에 따라 이어진다. 시대에 따라 달라진 작화기법, 스토리 전개방식, 표현규범 등을 비교해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만화가 단순한 오락거리를 넘어 한 시대의 문화적 흐름을 이끌어 온 배경을 엿볼 수 있다는 뜻이다.


국내 최대 규모의 ‘만화도서관’에서는 오래된 만화잡지나 단행본을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다. 추억을 되살리고 싶은 중장년층이나 새로운 작품을 발굴하고 싶은 젊은 독자 모두에게 흥미로운 공간이다. 충분히 여유를 갖고 만화를 즐기고 싶다면 꼭 방문해 보자.



부천호수식물원 수피아
부천호수식물원 수피아


부천호수식물원 수피아 - 겨울에도 화사한 녹색 세상


상동호수공원에 자리한 부천호수식물원 수피아는 한겨울에도 초록빛 자연을 즐기고 싶은 이들에게 제격이다. 큰 규모로 건설된 온실은 아니지만 곳곳에 감탄을 자아낼 만한 공간이 다수 마련돼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반구 형태로 만들어진 온실 내부엔 이국적인 식물이 산책로를 따라 이어진다. 일상에서 접하기 힘든 식물들이다. 야자수는 물론 파인애플과 바나나, 망고 등 열대과일이 열려 있는 모습을 확인하는 것도 가능하다. 아마존을 연상케 하는 폭포수는 한겨울에도 청량감을 느낄 수 있게끔 한다. 온실 상층부 가장자리를 연결한 철제 관람로는 그냥 지나치지 말자. 높은 곳에서 짙은 녹음으로 우거진 온실을 감상하며 거닐어 볼 수 있다. 


1층 카페와 2층 테라스도 인기구역이다. 특히 넓은 거실처럼 꾸며 놓은 2층 테라스는 지역주민들조차 수피아를 자주 찾게 만드는 분위기를 자랑한다. 탁 트인 통유리창과 아늑한 실내, 포근한 의자까지 갖춘 공간이다. 숲속에 앉아 담소를 나누거나 커피 한 잔의 여유를 누리거나 책을 읽기에 좋다.



웅진플레이도시
웅진플레이도시


웅진플레이도시 - 실내에서 몸을 마음껏 움직이고 싶은 이들을 위한 복합문화공간


웅진플레이도시는 다양한 실내 레저시설을 한데 모아 놓은 복합문화공간이다. 춥거나 눈이 많이 내리는 겨울철에도 이곳에선 가족·친구들과 활력을 되찾을 수 있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워터파크와 온천이다. 지하 1300m 아래서 뽑아내는 온천수를 워터파크와 ‘온천스파 1300’에 공급해 한겨울에도 따뜻한 물놀이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차갑게 굳은 몸을 따뜻한 물속에서 녹이면서 피로를 풀 수 있어 겨울철마다 많은 사람이 찾는 명소가 됐다.


이곳에는 워터파크와 온천 말고도 즐길거리가 넘친다. 골프연습장과 대형 키즈카페, 아이들을 위한 실내 스포츠레저시설 ‘볼베어파크’, 갖가지 수중생물이 있는 ‘플레이아쿠아리움’ 등이 있다. 


플레이아쿠아리움에는 한국은 물론 세계 각지의 하천·바다에서 살아가는 수중생물에 관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파충류관도 함께 운영하고 있어 아이들의 호기심을 한껏 자극한다.  사진=필자 제공

 

필자 김정흠은 여행작가이자 콘텐츠 크리에이터다. 주로 여행 카테고리의 콘텐츠를 기획·제작하고 있다. 국내외 여행 매체 등과 함께 다채로운 여행 콘텐츠를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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