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은 청해부대를 소말리아 해역과 아덴만에 파병한 지 15주년이 되는 해였다. 한국군은 지금까지 청해부대 군수지원을 위해 지부티에 있는 CJTF-HOA(Combined Joint Task Force-Horn of Africa)에 군수협조장교를 개인 파병해 왔다. 나는 CJTF-HOA 군수협조장교로서 청해부대가 지부티항에 입항할 때 군수 소요를 파악해 지원하고, 청해부대의 군사외교활동 지원 등 여러 업무를 수행했다.
올해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중동 정세가 고조되면서 홍해와 가까운 지부티항을 청해부대 주 기항지로 삼아 군수협조장교 파병 이래 가장 많은 지원 실적을 달성하기도 했다. 보람이 컸지만 파병지 생활이 녹록지 않았다. 처음 지부티에 도착해 마주한 환경은 열악했다. 경제·행정·의료 등 기본 생활 여건이 안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환경 속에서 청해부대가 자체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었다. 미군, 프랑스군 등 다국적군 지원을 받을 수 있었지만 제한될 때도 있었다. MRI 촬영, 내시경 검사 같은 의료장비를 다국적군조차 갖추지 못해 지원이 어려운 환자도 발생했다. 정박 기간이 3~4일에 불과하기에 그 안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협조를 구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제한되고 어려운 환경 속에서 협조를 해나가다 보면 환자가 무사히 진료받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 그때야 마음이 놓였다. 하나하나 문제를 해결하다 보니 어느새 청해부대 출항일이 다가오고, 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항구에서 떠나보냈다.
나는 지부티에 주둔하는 유일한 한국군이었다. 자부심만큼이나 외로움도 컸지만 청해부대가 지부티항에 입항한 동안에는 향수병을 잊고 지원 업무에 전념할 수 있었다. 파병 이전에는 이역만리 인도양을 건너 지부티 땅에서 한국군을 만난다는 것이 이렇게 반가운 일일 줄은 미처 몰랐다. 특히 입항한 청해부대를 방문한 미군들이 기지에 복귀해 동료들에게 자랑할 때면 대한민국 군인으로서 애국심과 자부심이 커졌다.
청해부대 41진을 시작으로 42·43진까지 지부티 항구에서 떠나보내니 나도 어느덧 파병 임무의 끝자락에 와 있다. 지부티 CJTF-HOA 군수협조장교 파병 경험은 나를 한층 더 강하게 성장시키는 밑거름이 됐다고 자부한다.
원활한 임무 수행을 위해 아낌없이 지원해 준 합참 해외파병과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이 시간에도 아덴만에서 우리 선박 보호와 대해적작전을 수행하는 청해부대원들에게 진심 어린 존경을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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