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조명탄

한국형 원자력 잠수함 사업, 프랑스를 잡아라

입력 2025. 01. 14   17:17
업데이트 2025. 01. 14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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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룡 월간조선 군사전문기자
오동룡 월간조선 군사전문기자

 


3000톤급 장보고-Ⅲ Batch-Ⅰ·Ⅱ 사업이 종료되면서 새해 벽두부터 잠수함 건조업체의 Batch-Ⅲ 제안 채비가 한창이다. 4000톤급으로 규모가 커지는 Batch-Ⅲ 사업은 원자력 추진 잠수함(원잠)으로 건조될 가능성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오는 20일 출범하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내에선 ‘한국이 핵잠수함을 갖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새뮤얼 퍼파로 미 인도·태평양사령관은 지난해 7월 환태평양(림팩) 훈련 중 인터뷰에서 “핵잠수함 도입에 믿음이 생긴다면 추후 추진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과의 협상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원잠 분야에서 미국은 영국 이외에 캐나다·호주·일본 등 우방들과도 협력한 전례가 없다. 미국의 건조기술이 다수 포함된 영국 원잠의 벤치마킹도 미국의 간여로 사실상 불가능할 듯하다. 미국은 영국에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공급하는 유일한 나라이고, 선체·소나 등 통합기술을 제공하고 있다.

2015년 5월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한 인도의 원잠도 알고 보면 원천기술이 러시아다. 인도는 원잠 개발에 착수한 지 32년 만인 2012년 러시아 야신급 원잠을 모델로 한 아리한트급(7000톤)을 개발했다.

미국은 오커스(AUKUS: 미국·영국·호주 안보동맹) 울타리 안에서 호주를 끌어들여 원잠 기술을 전수할 계획이다. ‘오커스 잠수함 프로젝트’ 협약에 따라 호주는 2039년까지 버지니아급 잠수함 3척을 인도받고, 2040년대 들어 영국 아스튜트급 잠수함 업데이트 버전을 기반으로 미국 부품을 사용한 차세대 원잠 ‘SSN-오커스’ 5척을 자국에서 건조할 계획이다.

호주와 원잠 거래를 추진해 온 프랑스는 ‘오커스 잠수함 프로젝트’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필립 르포르 주한프랑스 대사는 2021년 9월 간담회를 열고 “핵잠수함과 관련한 모든 기술을 보유한 나라는 프랑스와 미국뿐”이라며 “원자력 잠수함 건조 기술뿐만 아니라 현재 미국이 한국에 제공을 거부하고 있는 원잠용 농축우라늄 연료 생산을 위한 핵폐기물 재처리 기술도 모두 제공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오커스와 프랑스의 싸움이 우리에게 ‘기회’로 다가온 것이다.

프랑스는 원잠 내부의 콤팩트화 능력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브라질은 프랑스의 지원으로 원잠 기본설계를 완료하고, 2037년까지 6000톤급을 건조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우리와 협력 모델로 꼽히는 프랑스의 차세대 원잠은 쉬프랑급(4765톤)이다. 쉬프랑급은 미국의 버지니아급, 영국의 아스튜트급과 함께 서방 최고가 잠수함으로 꼽힌다. 쉬프랑급은 ‘연안타격’부터 ‘헌터킬러’까지 여러 작전을 무리 없이 수행할 역량을 갖추고 있다.

프랑스는 쉬프랑급 건조에 20여 년이 걸렸다고 한다. 원잠 건조의 까다로움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프랑스와 원잠 건조 협력은 우리에겐 꼭 필요한 과정이다. 3000톤급 디젤 잠수함 건조 경험에 덩치를 키우고, 러시아 기술 이전으로 15년 전 개발한 소형 스마트 원자로를 재설계하는 한편 프랑스의 경험과 기술을 반영한 한국형 원잠을 연구·설계하고, 핵연료 도입 환경을 조성해 나간다면 사업 기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을 것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 원잠 건조 계획은 사실상 멈춰 있는 모양새다. ‘고슴도치’ 무기인 원잠 개발에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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