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신의 현장 육군항공사령부 항공정비여단
완전무결 명품정비 모토
‘이름 걸고 책임진다’ 정비실명제
‘끝날 때까지 끝이 아니다’ 다중점검
등급별 자격 부여 등 촘촘한 관리
육군 헬기 최상의 작전 뒷받침
영화배우 황정민의 2005년 제26회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 수상소감은 20년이 지난 지금도 회자된다. “60명 정도 되는 스태프와 배우들이 이렇게 멋진 밥상을 차려놔요. 그럼 저는 맛있게 먹기만 하면 되거든요. 그런데 스포트라이트는 제가 다 받아요, 그게 너무 죄송스러워요.” 영화 제작 과정에 참여한 수많은 ‘보이지 않는 영웅’에 대한 헌사였다. 그의 헌사는 우리 군, 특히 육군 항공부대에도 적용할 수 있다. 많은 사람이 헬기가 비행하는 모습, 그때 보이는 조종사에 집중한다. 비행 전후 헬기가 최적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정비사들이 노력하는 모습은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정비사의 헌신 없이는 비행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 당연한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육군항공사령부 항공정비여단 7186부대로 향했다. 글=최한영/사진=조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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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치·블랙호크 등 입고헬기 정비 매진
지난 8일, 부대 내 정비고에는 야전정비를 받기 위해 입고된 헬기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평소 헬기가 모든 부품·무기를 결합한 채 비행하는 장면만 봐 온 기자로서는 엔진을 들어내고 내부에 장착된 각종 전선까지 드러난 기체를 보는 것부터가 이채로웠다. 정비사들은 분해한 헬기를 검사·조립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입고된 AH-64E 아파치 공격헬기의 테일로터에서는 동체 재조립 작업이 한창이었다. 부대에 따르면 아파치 헬기는 500시간 비행 후 구간검사를 해야 한다. 기체구조, 엔진, 동력전달, 로터, 무장 등 모든 계통에서의 비행안전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정비사들은 보유한 기술수준에 따라 일반정비사-책임정비사-교관정비사-검사관으로 나뉜다. 정비고에서 이들이 팀을 이뤄 물샐틈없는 정비를 하고 있었다. 박종현 책임정비사는 강인학 교관정비사의 지도로 동체 조립용 볼트를 조이고 있었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한재준(군무사무관) 기체수리소대장의 설명이 이어졌다.
“볼트를 조일 때도 적정한 힘을 줘야 합니다. 일부 중요 부품은 어디부터 볼트를 조여야 하는지까지 순서를 정해놓습니다. 잘못된 순서, 힘으로 결합하면 비행 시 진동이 생기고 궁극적으로 안전에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헬기 정비에 30년을 매달린 한 소대장의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정이랑 검사관이 아파치 헬기 로터마스트(Rotor Mast·메인 로터 중심축) 정비 상황을 꼼꼼하게 살피는 사이, 옆에서는 UH-60 블랙호크 헬기 동력전달계통을 점검하고 있었다. 바로 옆 기관수리소대에서는 기체에서 뗀 엔진을 살피는 작업이 이뤄졌다. 정비사들이 평소 쌓은 노하우에 기반해 모든 정비 과정이 유기적으로 진행됐다. 이들의 ‘완전무결한 명품정비’를 토대로 헬기가 최상의 가동상태를 유지하고, 우리 군의 작전지속지원 능력이 보장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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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고 검사부터 시험비행까지 ‘완전무결한 명품정비’
항공정비여단 예하 각 부대 정비사들은 헬기가 입고되면 입고 검사와 공정토의부터 시작한다. 이를 토대로 구성품 제거·분해 및 세척, 검사 후 조립 및 장착, 작동 점검 및 최종 검사, 시험비행까지 마친 후 헬기를 출고한다. 모든 과정은 기종에 따라 길게는 석 달 가까이 걸린다.
정비사들은 정해진 규정·절차에 따라 정비에 나선다. 조금의 예외도 허용하지 않는다. 정비 결함으로 사고가 발생하면 많은 시간·비용을 들여 양성한 조종사 안전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군의 명예가 실추되고, 국민의 기대와 신뢰가 한순간에 무너질 우려도 있다.
나희택(중령) 여단 계획운영과장은 “정비사 손끝에서 정비 품질 신뢰성과 안전성이 결정된다”며 “각각의 정비 항목이 조종사들의 안전한 비행과 직결된다는 사실을 모두가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단은 다양한 방법으로 정비사의 완벽한 정비를 끌어내고 있다. 2014년 시작한 정비실명제와 다중점검이 대표적이다. 각 정비사가 정비한 내용을 전산기록으로 남기는 정비실명제는 책임감을 높인다. 검사관이 검사를 끝낸 부품을 소대장부터 대대장까지 재차 확인하는 다중점검도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요소다.
정비사 자격관리도 엄격하게 하고 있다. 여단 예하부대별로 교관·소대장 등에 의한 현장 실무 정비교육을 한다. 실력 있는 팀 내 정비사를 멘토로 배정해 노하우를 전수하는 일도 빼놓지 않는다. 정비사 역량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승급평가를 통해 기량에 걸맞은 자격을 부여한다. 일반정비사는 단독으로 정비할 수 없으며 책임정비사는 일부, 교관정비사는 모든 항목에서 단독정비가 가능한 식이다. 승급 단계마다 휴가 부여 등의 유인책을 마련해 정비사 실력 향상을 꾀하고 있다.
박대현(원사) 정비안전평가부사관은 “자격 관리는 균형된 정비인력 확보와 우수한 정비 수준 유지에 중점을 두고 있다”며 “정비사 계급별 보수교육과 검사관 자격과정 등의 교육도 육군항공학교에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비사들이 더욱 쾌적한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는 여건도 조성하고 있다. 임수용(중령) 7186부대장은 “분기마다 ‘정비사의 날’ 행사를 개최하고 혹서기·혹한기 정비 및 휴식여건을 보장하기 위한 환경개선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단의 이러한 노력은 전국 항공정비대회 입상이라는 성과로 이어졌다. 여단 예하 1176부대 소속 김성원·이세진 하사와 이태흔 상병은 지난해 9월 제8회 전국 항공정비기능대회 ‘프리미엄 섹션’ 종목에 출전해 단체전 3위에 올랐다. 각 평가 항목이 주로 공군에서 운용하는 고정익기 정비사에게 유리한 점에 비춰볼 때 이들의 정비 역량이 우수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김 하사는 “육군 항공 정비사라는 자부심으로 임무에 매진한 것이 좋은 결과로 나타났다”며 “앞으로도 끊임없는 연구와 기술 숙달로 맡은 분야에서 최고 전문가가 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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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정비환경 변화 대비에도 박차
여단은 미래 정비환경 변화에 따른 대비도 하고 있다. 지금까지 헬기 정비 패러다임은 ‘예방정비’였다. 정해진 비행시간이 되거나, 이상 발견 시 교범과 정해진 절차에 따라 헬기 곳곳을 검사·확인해 사고를 예방하는 방식이다.
반면 앞으로의 정비는 ‘예측정비’가 될 것으로 여단은 내다보고 있다. 헬기 내 주요 부품마다 센서를 부착, 이상 유무를 실시간으로 확인해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을 사전 예측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신규 전력화 헬기 정비소요까지 겹치면서 기존 시설을 재배치하고 신·증축해야 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여단은 앞으로도 육군 항공전력이 공세기동 전투력의 핵심을 이루고 작전을 주도할 수 있도록 뒷받침한다는 방침이다.
손인수(대령) 여단장은 “완벽한 정비는 항공안전은 물론 ‘언제나 강한 항공사령부’로 이어지는 초석”이라며 “일선 정비사들이 명품 정비능력을 갖추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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