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난관과 마찰(friction)의 연속이다.”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의 말이다.
전투는 모든 비상상황에 익숙해져야 함을 의미한다. 전장에서 한 사람이 어떤 이유로 뛰기 시작하면 전선이 갑자기 와해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뛰는 이유는 중요하지 않다. 전장의 공포가 병사들의 이성을 능가하기 때문이다.
단결, 군기, 용맹함을 이야기할 때 흔히들 제2차 세계대전의 독일군을 먼저 떠올린다.
예상할 수 없는 전장 환경에서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엄정한 질서와 용맹함을 유지하게 했을까. 이를 연구한 보고서가 있다. 우리는 전투력으로 흔히 애국심, 뛰어난 지휘관, 통제된 훈련 등을 언급하지만 예상외로 보고서는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전우애’를 꼽았다.
물론 위의 다른 요소들이 중요하지 않다는 게 아니다. 그런데 가장 큰 요인으로 전우애가 올라온 것이다. 병사들은 어떤 거창한 목적을 인식하고 싸우는 게 아니라 주변 동료가 죽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그리고 팀과 호흡을 맞추기 위해 싸우는 것을 최대의 전투력 발휘 요인으로 봤다. 인간적 요소가 거창한 구호를 능가한다는 것을 암시하는 보고서였다.
연전에 일본 도쿄에 갔을 때 전쟁박물관을 관람한 적이 있다. ‘유슈칸’이었는데, 호기심 삼아 찾고 보니 야스쿠니신사 내에 있었다. 여러 나라의 전쟁박물관을 가봤지만 일본의 전쟁박물관은 국력, 인구에 비해 조촐했다. 그리고 막상 유물도 그렇게 많지 않았던 것은 그들이 전쟁을 일으켰고, 일본 내에서도 전쟁의 기억을 회피하는 사람이 많아 대대적으로 외고 펴고 할 환경이 아니었기 때문 정도로 짐작했다.
그런데 하나 기억에 남는 것은 필자가 갔을 때 2차대전 전몰 장사병들의 유언전이 열리고 있었다. 2층 벽면을 돌아 가미카제 조종사들이 출격 하루 전 남긴 편지, 그리고 전선에서 온 마지막 편지들을 모아 전시하고 있었다. 읽어 본 것 중 하나는 주오대학교 학생이 가미카제 출격 직전에 남긴 유언장이었다.
모두 기억하진 못하지만 그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어머니 저는 일본을 위해서도 천왕을 위해서도 아닌 부모님과 내 형제들을 위해 죽으러 갑니다. 슬퍼하지 마세요.” 내 옆에서 같이 전시 유서를 읽고 있던 일본인 노부부가 하염없이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던 기억이 난다.
전장은 이성만이 지배하는 곳이 아니다. 수많은 우연과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 뒤섞여 드라마를 만드는 곳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드론이 전장 판도를 바꾸고 있고, 로보타이제이션화한 무기가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지만, 결국 마지막 전장 장악은 사람이 해야 한다. 전장의 인간적 요소가 배제될 수 없는 이유다.
그런 면에서 병사들의 사기와 전우애, 그리고 인간애는 여전히 중요할 것이다. 예전 영국에서 지역별로 부대를 편성하고, 독일에서 고향 친구를 한 부대에 배치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근래 우리나라 군대에서 동반 입대를 허용한 것도 여러 고려 사항이 있었겠지만, 일종의 유대감 형성이 전투력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감안해서일 것이다.
결국은 사람이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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