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의 계절 겨울이 왔다. 겨울엔 조금만 흐려져도 금세 눈이 와 여러 부서에 기상 실황과 예보를 지원하기 위해 하늘을 수시로 관측하고 세밀하게 자료를 분석한다.
2024년 한 해를 마무리하며 하늘을 관측하고 함박눈을 예보하듯 마음을 관찰하는 일이 나를 포함한 군 장병들 개개인에게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기상대장으로서 명상을 배우고 실천할수록 마음을 들여다보는 게 날씨를 관측·예보하는 것과 비슷한 점이 많다고 느꼈다. 정확한 관측과 예보가 완벽한 작전을 보장하듯이 명상을 통한 마음 예보는 잔뜩 흐려진 군 생활을 여유롭게 살필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명상을 하면서 이런 상상을 해 보자! ‘휴가 중 아름다운 공원이 내려다보이는 창문이 커다란 카페에 와 있다. 따뜻한 차를 마시며 푹신한 소파에 앉아 함박눈을 바라본다. 다음 일정까지 시간도 여유롭다’. 명상은 함박눈이 내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만큼 창밖 풍경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게 해 줄 것이다.
군 생활은 ‘교육훈련’ ‘작전’ ‘비상대기’ 등 많은 과업 수행의 연속이다. 이와 연계된 ‘보람·기쁨’ ‘피로·걱정’ ‘책임·부담’ 등의 감정을 마주하며 분주하게 하루를 보낸다. 눈이 내릴수록 날씨를 더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관측해야 하는 것처럼, 쉽지 않은 군 생활일수록 생각과 감정에 매몰되지 말고 한 발짝 옆에서 객관적으로 마음을 살펴보는 게 중요하다.
정확한 예보를 위해 정밀한 관측이 필요하듯이 마음 관찰에도 요령이 있어야 한다. 하루를 마무리하는 저녁, 잠들기 전 침상에서 5분 정도 가만히 눈을 감아 보자. 여러 명이 함께 쓰는 공간이라면 벽에 기대앉아 일기를 쓰는 척 연필을 들고 빈 공책을 바라봐도 좋다. 바로 지금 그 자리에서 자신의 기분, 생각을 느껴 보는 것이다.
‘졸리는군’ ‘아무 생각도 안 나는데’ ‘뭘 해야 하지’ 등 계속 자신을 관찰하면서 다른 생각이 떠오르는지, 기분이 바뀌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만약 ‘귀찮아. 이게 무슨 효과가 있겠어’ ‘내일 일정이 취소됐으면 좋겠는데’라는 생각이 들면 ‘아, 내가 내일 작업이 취소되기를 바라는구나. 많이 힘들구나’ 하고 알아차리는 것이다. 이렇게 내면의 생각·감정을 들여다보면서 5~10분간 마음을 있는 그대로 느끼고 자각해 보는 시간은 소중하다. 이후 소감을 간단하게 기록하는 것도 좋다.
군 생활을 하면서 이렇게 자기 내면을 정확히 관찰할 수 있다면, 비록 공간적으로는 부대 안에서 공동생활을 하더라도 마음속에는 고유한 장소를 가질 수 있게 될 터. 스스로 마음을 관측하고 마음 예보를 할 수 있는 ‘나만의 기상대’가 생기는 것이다. 함박눈이 쏟아지는 영하의 추운 겨울, 나만의 기상대에서 따뜻한 눈으로 마음을 살피면서 희망찬 2025년을 맞이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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