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조명탄

인구절벽과 ‘시니어 아미’

입력 2024. 12. 31   16:59
업데이트 2025. 01. 02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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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석 경상국립대학교 명예교수
이영석 경상국립대학교 명예교수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급감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다. “덮어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며 국가적으로 산아제한을 유도하던 시절을 기억하는 세대에게는 날벼락 같은 소식이다. 1971년 한 해 출생아 수 103만 명이었던 게 불과 50년 만에 4분의 1로 줄었다. 최근의 감소 속도는 더욱 충격적이어서 2016년 40만 명을 웃돌던 것이 불과 8년 만에 절반으로 줄었다고 한다.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를 뜻하는 합계출산율이 0.7명이라는데, 세계 어느 나라도 못 따라오는 기록이란다. 가히 인구절벽이라는 말이 무색할 지경이다.

인구절벽은 사회 곳곳에서 생각지 못한 문제를 낳고 있다. 학생 수 급감으로 인한 교육현장의 혼란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이어지더니 최근엔 병역의무를 담당하는 인력 수가 줄어 국방을 위한 적정 병력 유지가 어렵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20대 남성 인구는 2020년 33만4000명에서 2025년 23만6000명으로 급감하는데, 이후 10년간 21만~23만 명선을 유지할 것으로 보여 이들 모두가 현역으로 복무하더라도 50만 명에 달하는 현재의 상비 병력을 유지하는 게 불가능하다. 이마저도 2040년 15만5000명, 2045년 12만7000명으로 또 한 번 급감할 것으로 보여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얼마 전 이런 국방인력 부족을 우려하면서 ‘시니어 아미’를 소개하는 기사가 눈길을 끌었다. 시니어 아미는 이미 병역의무를 마친 중장년 세대가 자발적으로 결성한 안보단체로, 2023년 국방부에서 사단법인으로 정식 허가를 받았다.

설립 취지문을 보면 우리 사회의 심각한 저출산 문제를 걱정하는 마음과 대안 모색의 열정이 담겨 있다. “인구절벽으로 인해 국방을 감당한 최소한의 병력자원조차 확보하지 못할 처지”를 걱정해 “국가 위기가 닥친다면 언제라도 최일선으로 달려갈 각오”도 밝히고 있다.

실제로 강원 춘천에서 열린 한 시니어 아미 훈련에 50~80대 회원 93명이 참가해 전쟁 발발 시 최전선에서 ‘총알 스펀지’가 되겠다는 각오로 임했다고 한다. 충북 괴산에서도 남녀 회원 33명이 훈련에 참가해 국가를 지키기 위한 의지를 다졌다. 비슷한 시기 충북 충주, 충남 보령·서산, 경남 합천 등지에서도 비슷한 훈련을 했다는 소식이다.

이들의 우려와 다짐에 바탕을 둔 구체적인 후속 논의도 이어져 병력자원의 효율적 관리를 위한 ‘시니어 아미’의 아이디어가 실제 국방인력 구성에 도움이 될 가능성도 보인다. 병역자원의 효율적 구성·운영을 위한 적정 병력 수 검토와 함께 전투 지원업무에 대거 시니어 인력을 투입해 활로를 찾아보자는 것이다.

실제 우리 군의 민간 인력 규모는 7%로 미국 56%, 영국 38%, 프랑스 30% 등에 비해 현저하게 낮아 중요 전투 병력이 행정이나 시설 보수 등 전투 지원업무를 맡는 낭비를 감내하고 있다. 50~70대 중노년층 ‘시니어 아미’를 전투 지원 병력으로 받아들이면 20만~30만 명의 병력은 거뜬히 충원할 수 있다.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저출산과 연계된 문제를 푸는 고육책의 하나로 등장하는 모양새가 그리 바람직해 보이진 않지만, ‘시니어 아미’가 국가적 현안의 의미 있는 해결을 위한 든든한 배후가 되고 있으니 참으로 다행이다. 더불어 이 논의가 현금의 세대 간 갈등과 격차 등 사회문화적 낭비요인을 해소해 나가는 더 큰 그림을 위한 논의의 단초가 됐으면 하는 기대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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