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취업 정대영의 전역준비본부

군복 벗은 모습이 어색해도 괜찮아...새로운 너를 믿어

입력 2024. 12. 30   16:47
업데이트 2024. 12. 30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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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영의 전역준비본부
33· 본부장의 편지<끝> - 희망은 준비하는 자에게 깃든다

 

2024년 새해 ‘정대영의 전역준비본부’를 시작한 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마지막 글을 쓰게 됐습니다. 이 글을 끝으로 전역준비본부는 잠시 여러분을 떠나려고 합니다. 매주 어떤 소재로 글을 올릴까, 정말 많이 고민했고 적시성 있는 소재를 발굴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여러분을 만나는 시간은 매우 큰 즐거움이었으나 새로운 도전과 풍부한 경험, 깊이 있는 공부를 위해 잠시 충전의 시간을 가지려 합니다. 머지않은 미래에 리모델링을 마친 뒤 더 유익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로 여러분을 만날 날을 기대합니다. 

평소 ‘카키의 블로그’에 전역상담 글을 올리다가 국방일보에서 글을 쓸 수 있게 돼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최근 많은 예비역 인플루언서가 다양한 전역 준비 콘텐츠를 만드는 것을 보면서 전역 준비에 관한 글도 하나의 장르가 됐다고 여기게 됐습니다. 군에서 임관 또는 입대를 준비하는 과정이 중요하듯이 전역 준비도 군 생활의 마무리이면서 새로운 시작이기에 우리의 인생에서 중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1년을 돌이켜 보면 독자분들에게 고마운 것이 많습니다. 국방일보에 글이 게재될 때마다 사진을 찍어 인증해 주신 분이 있는가 하면, 어떤 소재가 정말 좋았다는 피드백을 아낌없이 해 주시는 분도 있었습니다. 업무상 현역분들을 만날 때는 ‘너무 잘 보고 있다’는 인사를 받기도 했습니다. 이런 응원을 받을 때마다 정말 힘이 났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감사인사를 드립니다. 전역 준비 때 도움이 필요한 분들에게 희망과 동기부여를 할 수 있어 정말 행복했습니다.

전역은 어찌 보면 졸업과도 비슷합니다. 군 생활의 마지막이기도 하지만, 인생 2막의 시작점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군 생활을 돌아보면 입대와 임관, 군 생활에만 너무 집중하고 있지 않나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유비무환이란 말이 있듯이, 그다음을 조금씩 고민하고 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누구나 언젠가 전역해야 하고, 전역 후 새롭게 인생 2막을 열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필자가 쓴 글을 다시 읽어 보니 미군 사례에서 시사점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현재 미군은 미국 사회 성공의 등용문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미군으로 전역 후 정부기관과 기업체로 진출한 사례가 많습니다. 미국에는 우리와 달리 군 가산점 제도가 있지만, 여기선 미군의 진로상담 제도에 관해 알려 주고 싶습니다.

미군은 현역 근무 때는 물론 전역 후에도 진로상담을 할 수 있는 체계가 갖춰져 있습니다. 미군은 전역 준비 시 현역 근무를 하면서 방향을 먼저 잡고, 미래의 커리어를 위해 자신의 부족한 점을 채워 나갑니다. 즉 전역 준비의 방향성을 미리 정하고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우리 군에서의 전역 준비 사례는 어떨까요? 현역 대부분이 바쁜 업무를 소화하느라 군 생활 이후의 삶을 계획하거나 준비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군 생활 동안 부대 운영 또는 작전계획에는 엄청난 시간을 투자하지만, 정작 군 생활 이후의 계획에 관해서는 깊이 고민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현업이 바쁘다는 이유로 정작 자기 삶의 계획은 미루는 거죠. 실제로 일부 전역한 분과 대화해 보면 군 생활 동안 너무 바빠 전역식을 하고 난 뒤에야 비로소 ‘이제 뭘 하고 살지?’라며 고민한다는 분도 계셨습니다.

끝으로 전역 준비를 할 때 2가지를 당부하고 싶습니다. 첫째, 롤모델을 찾아 적극적인 조언을 구하라는 것입니다. 전역은 입대, 임관, 군 생활만큼이나 잘 대비해야 합니다. 어떻게 하면 이 과정을 성공적으로 준비할 수 있을까요? 롤모델을 정하고 벤치마킹을 하는 것입니다. 롤모델을 찾아 그들이 했던 방법을 벤치마킹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얘기입니다. 우리가 외국어를 비롯해 새로운 것을 공부할 때 비싼 수강료를 내고 학원에서 단기속성으로 배우는 것과 비슷한 이치입니다. 전역 후 취업에 성공한 수기를 읽는 이유도 같은 논리입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았으나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고 두려움과 의구심으로 홀로 전역 준비를 하는 분이 적지 않습니다. 그런 분들에게 ‘롤모델 또는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하라’고 제안합니다. 성공한 사람들은 항상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하고, 도움을 받는 것을 두려워하거나 부끄러워하지 않습니다.

『파리에서 도시락을 파는 여자』 의 저자 켈리 최는 동업했다가 경제적 위기에 봉착한 적이 있습니다. 그녀는 빚도 갚고 경제적 자유를 찾기 위해 차분하게 자신만의 사업 구상을 한 뒤 요식업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용기를 내 스노우폭스 김승호 전 회장에게 조언을 구하고자 메일을 보냈습니다. 여러분도 알다시피 김 전 회장은 『돈의 속성』 『사장학개론』 등을 쓴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투자와 사업에 성공한 기업인입니다. 켈리 최는 메일을 보내면서도 큰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김 전 회장은 그녀의 메일에서 진정성을 느끼고 적극적으로 조언해 줬다고 합니다. 그녀가 빠르게 요식업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가 된 것이죠.

부동산 투자교육 사이트를 운영하는 유튜버이자 사업가인 ‘너나위’도 직장인 시절 우연히 서점에 들렀다가 『나는 부동산과 맞벌이한다』라는 책을 읽고 부동산 투자 공부를 결심합니다. 그는 부동산 투자를 책 한 권으로 마스터할 수 없음을 깨닫고, 저자에게 한 번 만나 달라고 메일을 보냈습니다. 저자는 그의 진정성에 감동해 많은 노하우를 전수하며 적극 도와줬습니다. 결국 너나위는 100억 원대 자산가가 됐다고 합니다.

위 두 사례만 보더라도 용기를 갖고 도움을 요청한 것이 어떤 결과를 만들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도움이 필요할 때는 진심을 담아 그 길을 먼저 밟은 분들에게 적극 요청해야 합니다. 주변에 전역한 사람이 없다고요? 눈을 크게 뜨고 도움 받을 수 있는 곳을 찾아보면 길이 없지 않습니다. 국방전직교육원에도 많은 상담사가 있고, 전직 성공 수기집만 봐도 롤모델을 찾을 수 있습니다. 필자가 운영하는 ‘카키의 블로그’에서 대화를 나눌 수도 있습니다. 또 책에서 롤모델을 찾을 수 있습니다.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정말 많습니다. 필자처럼 더 이상 혼자 외롭게 전역 준비를 하는 분이 없길 바랍니다. 혼자 준비하다 보면 시행착오를 겪을 가능성이 크고, 시간을 낭비할 수 있습니다.

둘째, 전역 후 계급·직급을 떠나 어떤 일을 하든 부끄러워하지 맙시다. 한번은 어느 인플루언서의 유튜브를 보면서 마음이 불편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원사로 전역 후 부대 앞 주유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 후배들이 자신의 미래를 어떻게 생각하겠느냐’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군 생활 내내 직급·계급 예우를 계속 받기 때문입니다. 필자가 운영하는 ‘카키의 블로그’ 유입 검색어에서도 ‘대위 전역 후 직업’과 같이 항상 앞에 직급이 따라붙곤 합니다.

전역하면 더 이상 현역 때의 계급·직책에 연연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직업엔 귀천이 없다고 어렸을 때부터 배웠지만, 우리의 머리 한편에선 흰색 와이셔츠와 넥타이, 유명한 기업 이름 등을 상상합니다. 실제로 상담해 보면 그만큼의 능력을 갖추지 못했음에도 대기업 또는 이름 있는 기업이 아니면 취업 생각이 없다는 분도 있습니다. 그럴 경우 공무직을 선택하겠다고 말합니다. 그들과 계속 얘기하다 보면 결국 ‘타인의 시선’ ‘현역 계급과 직책’에 얽매여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전역 후 직업은 자신의 특기와 적성을 고려해 선택해야 합니다. 대기업 임원으로 퇴직 후 자신의 취미를 직업으로 바꿔 가정방문 형태의 집수리를 하는 분도 있습니다. 과거는 과거일 뿐 전역 후 현재와는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너무 외형적인 직급과 직업의 종류를 생각하다 보면, 자기만이 할 수 있는 특기를 발휘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어느 모임이나 옛날이야기를 많이 하는 분들이 환대받지 못하듯이 과거의 일은 추억으로 간직하고 현실을 직시하기 바랍니다.

필자는 국방일보를 잠시 떠나지만 ‘카키의 블로그’에서 전역 준비와 관련된 글을 자유로운 형태로 계속 쓸 것입니다. 필자와 소통하고 싶은 분들은 언제든지 블로그로 오시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전역 준비를 하시는 분들의 건승을 기원하겠습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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