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인도법 바로 알기
국제인도법의 과제와 전망 <끝>
전시 희생자 보호 위한 규범 마련했지만 어린이 등 무고한 피해는 여전
전쟁 억제 조치와 함께 참혹성 완화 위한 규범 준수 첫 번째 단계는 교육
당사국에 국제인도법 교육·보급의무…실제론 민간 연구에 머물러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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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적십자사와 국방일보가 의기투합해 야심차게 준비한 ‘국제인도법 바로 알기’ 코너가 이번 기사를 마지막으로 연재를 마무리 짓게 됐다. 그동안 함께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한 마음을 올린다. 동시에 훌륭한 원고를 보내주신 여러 전문가, 지면을 할애해 주신 국방일보와 대한적십자사 인도법연구소 등 관계자들에게도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여러 가지 아쉬운 점은 남지만 독자들이 전쟁, 그리고 국제인도법을 이해하는 데 작은 보탬이 되었기를 진심으로 소망해 본다.
국제인도법은 전쟁으로부터 야기되는 희생자를 보호하는 규범 및 전시에 사용되는 전투수단(무기체계)과 전투방법을 규제하는 규범을 총칭하는 개념으로, 계속해서 발전 중인 규범이다. 이러한 국제인도법의 발전과 준수를 통해, 인류는 전쟁으로부터 야기되는 해악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렇지만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 그리고 각종 내전 등에서 잘 나타나는 바와 같이, 현실적으로 어린이와 노약자를 포함한 많은 무고한 민간인이 희생되고, 그들의 재산이 파괴되며, 백린탄·집속탄·드론 등 비인도적 무기의 사용이 엄청난 해악을 야기하고 있다. 특별히 우려스러운 것은 머지않은 장래에 자율무기가 전쟁을 수행하는 가상영화 같은 시대가 곧 닥쳐올 것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위기 앞에서 국제사회는‘인류 공동의 선’이라는 관점에서 전쟁을 억제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첫째, ‘분쟁의 평화적 해결’ ‘군비축소’ ‘집단적 안전 보장’ 등 기존의 ‘전쟁 억제 조치’가 효과적으로 작동될 수 있도록 각국 간 신뢰관계를 꾸준히 쌓아가야 할 것이다. 둘째, 자율무기 등 첨단무기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자율무기가 상용화된 이후라면 그에 관한 규제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다. 따라서 연구개발 단계부터 규제와 협력이 필요하다. 대략 2010년 즈음부터 자율무기의 규제를 둘러싼 논의가 유엔,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각종 군축기구, 특정재래식무기규제협약(CCW) 당사국 회의 등에서 전개되기 시작했다. 각종 ‘국제 인도법적 문제’와 ‘과학·기술적 문제’를 비롯한 ‘인공지능의 군사적 이용에 관한 우려’와 그에 관한 ‘국제협력 문제’가 주로 다뤄져 왔다. 2024년에도 유엔 총회의 ‘군사 분야 인공지능(AI) 결의’(11월 6일), ‘제2차 인공지능의 책임 있는 군사적 이용에 관한 고위급회의’(9월 9~10일) 등이 개최됐다. 셋째, 전쟁 금지를 실현하고자 하는 각국의 정치적 결단이 필요한데, 현실적으로 쉬운 문제는 아니다. 다만 군사 강대국들의 전쟁 금지에 관한 보증과 국가 간 군사정보의 투명한 공개 등이 이어지길 기대한다.
그 밖에도 국제인도법이 내재적으로 안고 있는 다양한 한계도 극복해 나가야 할 숙제다. 이는 상술한 ‘전쟁 억제 조치’가 제대로 작동되지 못한 경우, 차선의 방안으로서 ‘전쟁의 참혹성과 비인도성을 완화하는 조치’다. 첫째, 관련 법규가 아직 미비하다는 점에서 국제인도법 전반을 재정비하고 보완해 나가야 한다. 특히 자율무기와 드론 등 첨단무기, 내전의 희생자 보호, 민간 군사 안보기업, 사이버 전쟁 등의 분야에서는 조약의 체결 등 법규의 정립 내지 보완이 시급하다. 둘째, 핵무기 사용과 관련해서 ‘핵무기금지조약’의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 2017년 체결된 ‘핵무기금지조약’은 핵무기 또는 기타 핵폭발 장치의 개발·실험·생산·제조·취득·소유·비축 금지 및 그것의 사용과 사용 위협을 금지하고 있다. 즉 핵무기 또는 기타 핵폭발 장치를 포괄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지만 미국·러시아·영국·프랑스·중국 등 5대 법률상 핵무기보유국, 인도·이스라엘·파키스탄·북한 등 4대 사실상 핵무기보유국이 동 조약의 채택 과정에 불참했음은 물론이고 서명조차 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상기 9개국의 동 조약의 조속한 가입 내지 그에 상응하는 조치가 요구된다.
셋째, 최소한 기존의 국제인도법만이라도 잘 준수돼야 한다는 점이다. 국제인도법에 대한 준수 조치는 ‘교육 및 보급 의무’를 비롯해 ‘존중 의무’ ‘자격 요원과 법률 고문 활용’ ‘지휘관에 대한 책임 부과’ ‘국내 이행 입법 제정’ ‘ICRC 역할’ ‘상호주의 수용’ ‘이익보호국 제도 활용’ ‘사실조사 제도 활용’ ‘국가책임 부과’ ‘국제형사재판소 운용’ 등이 있다.
이 가운데 ‘국제인도법의 교육과 보급’은 국제인도법 준수를 위한 첫 번째 단계로서 매우 중요하다. 국제인도법을 모르면 어떤 경우든 이를 적용할 수 없고, 전쟁은 무법 상태에 놓이게 되기 때문이다. ICRC가 “모르는 것이 국제인도법에 대한 최대의 적이다”라고 갈파하면서, 교육과 보급을 특별히 강조해 온 것이 결코 까닭 없는 일이 아니다. 결국 교육과 보급은 동법의 가치를 실현하는 선결적 수단으로서, 동법 준수를 확보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조치다. 1949년 제네바 4개 협약 및 1977년 제1추가의정서에서는 국제인도법 교육 및 보급 의무를 명시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제1차적인 책임이 각 당사국에 있음을 천명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당사국이 국제인도법 교육과 보급에 매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기에, 현실적으로 ICRC를 비롯한 각국 적십자사, 대학, 그리고 관련 연구소와 기관 등 민간 영역을 중심으로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교육과 보급에 제1차적 책임이 있는 각 당사국들의 보다 적극적인 자세가 요구된다.
이상과 같이 ‘전쟁 억제 조치’와 함께 전쟁의 참혹성을 완화하기 위한 ‘규칙에 따른 전투’를 실천함으로써 ‘전쟁 없는 세상’을 기대해 본다. 일찍이 칼쇼벤(Kalshoven)은 “국제인도법의 목표가 전쟁에서 인간의 고통을 최소화하고, 그 고통 상태를 개선함으로써 인간에 대한 존중과 보호를 확보함에 있음은 자명한 사실이지만, 더 본질적인 목표는 지구상에 다시는 전쟁이라는 해악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데 있다”고 설파한 바 있다. ‘전쟁 없는 세상’, 인류가 직면한 가장 큰 숙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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