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훈련소 곳곳에는 ‘청춘의 용광로’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습니다. 그 문구를 볼 때마다 높은 온도로 광석을 녹여 쇠붙이를 뽑아내는 가마인 용광로가 이곳 육군훈련소와 퍽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뜨거운 열정을 내뿜는 20대 청춘들이 모여 한 사람의 군인으로 성장해 가는 모습은 금속을 녹이고 굳히며 단단한 철강으로 제련해 나가는 모습과 참으로 많이 닮았습니다.
군복을 받고 처음 한 아침 구보는 낯설고도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동기들과 대열을 이뤄 발을 맞추고 구호를 외치며 뛰는 구보는 ‘하나가 된 행진’이었습니다. 차가운 새벽 공기와 지난밤 쌓인 피로에 이른 아침부터 몸을 움직이기가 쉽지 않았지만 일단 시작하면 오로지 앞으로 나아가는 것에만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돌이켜보면 훈련소에서 보낸 하루하루는 아침 구보를 하는 것과 같았습니다. 형언하기 어려운 무언가를 한 올 한 올 쌓아 올리며 또 다른 나로 성장해 가는 걸 확인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신병 교육 훈련의 마지막 관문인 20㎞ 야간 행군은 말 그대로 고난 그 자체였습니다. 25㎏에 달하는 군장은 어깨를 짓누르며 걸음걸음을 막아섰습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가보지 않은 길’이 멀게만 느껴졌습니다.
그때 개인화기, 핵 및 화생방, 수류탄, 각개전투를 하던 시간이 떠올랐습니다. 모두가 낯설었고, 겁이 났고, 걱정이 된 훈련이었습니다. 하지만 현장을 지도해 주시는 분대장님과 소대장님을 믿고 훈련 상황에 몰입하자 얼마 지나지 않아 모든 과제가 무사히 끝나가고 있었습니다. “할 수 있다!”
동기들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서로를 응원하고 격려하는 목소리가 커져 갔습니다. 무겁던 발걸음이 조금씩 가벼워지고, 행군의 마지막 지점에 들어선 내 모습을 생각하니 땅바닥 깊이 빠져들던 발은 점차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어떻게 완주했는지도 모를 행군이 끝나고 군장을 내려놓자 정말로 모든 훈련이 끝났구나, 그제야 실감이 났습니다.
군인으로 거듭나는 길은 힘겨운 여정이었지만 어제보다 성장한 오늘의 우리는 묵묵히 하루하루를 나아갔습니다. 나라가 적의 공격으로 위태로울 때 나서서 나라와 국민을 지키는 마음과 방법을 배웠습니다.
무척이나 뜨거웠던 지난 5주를 거치며, 청춘의 용광로인 육군훈련소에서 누구보다 멋진 군인으로 성장한 우리 전우들 모두 자랑스럽습니다. 앞으로도 오늘보다 성장하는 내일을 준비하며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아들이 되겠습니다. 충성!
QR코드를 통해 '훈련병의 편지' 영상 콘텐츠를 국방일보 유튜브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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