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고

[리더’s 다이어리] 정성을 다해 정진 또 정진

입력 2024. 12. 19   15:56
업데이트 2024. 12. 19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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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빈 육군8기동사단 진호대대 소대장·소위
최예빈 육군8기동사단 진호대대 소대장·소위



‘첫’이라는 글자가 많이 따라오는 올해, 소대장으로서 첫 대대 전술훈련에 참가했다. 단차장으로서, 소대원을 이끄는 지휘자로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각오로 훈련에 임했다. 

“내가 니 부모 될 자격을 얻어야 되는 기더라. …나중에는 니 얼라들도 생기겄제. 그때 되모 니도 그럴 자격을 얻어야 된다. 선자 니는 할 수 있다이. 나는 니를 믿는다.”

동명의 원작소설을 바탕으로 한 드라마 ‘파친코’의 ‘훈이’(선자 부)가 자신의 딸 ‘선자’에게 하는 말이다. 이 대사처럼 부모는 단순히 자식을 낳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사랑과 정성으로 그를 양육하는 과정에서 비로소 부모가 된다. 내게는 소대장도 부모와 다를 바 없었다. 인사 명령에 의해 단순히 부여되는 직책이 아니다. 소대원을 향한 지난한 사랑을 바탕으로 동고동락하는 시간이 모여 완성되는 ‘지휘자·교육자·훈육자·사회자’ 역할을 모두 해내는 정성이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군은 단 한 번의 실상황·전시를 위해 수백·수만 번의 교육훈련을 하고, 그 과정에서 구성원들은 군인다운 군인으로 재탄생한다. 그렇기에 그 어느 때보다 훈련 때 소대장이 소대장다워야 하고, 소대장이 될 자격을 증명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우선, 준비된 소대장의 모습을 보여 주고자 ‘퍼스트 인, 라스트 아웃(First in, Last out)’을 실천했다.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매일 새벽 5시에 기상해 출동 준비를 모두 마친 상태로 소대원들의 생활관으로 향했다. ‘소음 속에서 신호를 찾을 수 있도록’ 일과 내내 소대원들과 함께하며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고자 했다.

둘째, 소통하는 소대장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 특히 이번 조우전 리더과정에서 1개 분대 규모의 소대원들을 지휘했다. 리더로서 주어진 지형을 중심으로 전술 수립 과정에서 최선의 방안을 도출하고자 함께 머리를 맞댔다. 이번 훈련 기간 우리는 객체가 아닌 주체로 참가하며, 전술적으로 움직이는 방법을 경험했다.

셋째, 목표 달성을 위해 소대원들을 수시로 교육했다. 훈련은 실전적이어야 전투력 보존·발전에 기여한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지휘 의도 아래 소대원들이 현재의 땀과 노력이 값진 것이란 사실을 스스로 깨달을 수 있도록 훈련 이유를 함께 고민했다. 그 결과 우리 소대는 자연스럽게 훈련의 필요성을 느끼며 전투기술을 체득하기 위해 노력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이번 훈련 중 소대장으로 거듭나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지만 “물질이 목제의 칼집이라면 정신은 시퍼런 칼날”이라는 클라우제비츠의 말처럼 시퍼런 칼날을 칼집에 넣어 두고 언제든 뽑을 수 있는 소대를 만들고자 정진 또 정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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