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훈련병의 편지

경험은 자신 스스로 만든다

입력 2024. 12. 18   15:59
업데이트 2024. 12. 18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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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승원 이병 육군훈련소 29교육연대
천승원 이병 육군훈련소 29교육연대

 


육군훈련소에서의 시작은 의문투성이였습니다. ‘정말로 군대에 온 것인가’ ‘그냥 옷을 갈아입고 신발을 바꿔 신은 것뿐인데 진짜 군인이 된 것인가’. 온몸을 사로잡았던 긴장감도 잠시, 교육훈련이 본격화했습니다. 처음 배운 제식은 너무나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최선을 다해 배우려는 전우들의 모습에 열정을 담아 가르쳐 주시는 소대장·분대장님들의 모습이 더해져 ‘잘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은 ‘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바뀌었습니다.

중학교 시절부터 줄곧 전교회장·부회장을 도맡았고, 대학교에선 동아리를 만들고 축제 MC를 맡는 등 다양한 자리에서 경험을 쌓아 왔습니다. 그 모든 순간이 소중한 추억으로 남았지만, 돌이켜 보면 분대장 훈련병 시절 가장 많이 성장했다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의 평범한 청년들이 군인이 되기 위해 몸과 마음을 단련하는 훈련소에서 쉼 없이 이어 온 5주간의 교육훈련 때 몇 번이나 ‘포기’라는 단어를 떠올리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분대를 대표하는 분대장 훈련병으로서 역할을 해야 했기에 교육훈련은 물론 병영생활 중에도 모범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 이유로 어쩌면 더욱 빠르게 지쳐 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소대장·분대장님과 전우들이 손을 내밀어 줬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터놓으면서 긴장감도 부담감도 내려놓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우리 분대는 전우들과 소통하고 협력하며 배려하는 법을 배우게 됐습니다.

어떤 직책이나 자리가 경험을 만들어 주는 게 아닙니다. 시간이 경험이 되지도 않습니다. 시간 속에서 녹아든 가치를 찾을 때, 그것은 추억이 되고 경험이 돼 나를 성장시키는 자산으로 축적됩니다.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경험을 잡아내는 힘은, 바로 우리에게 있습니다. 저 역시 수많은 의문으로 시작했던 군 생활 동안 그 의문들의 답을 찾으려 노력했습니다. 훈련소에서 했던 고민과 노력, 그리고 곁을 지켜 준 전우들은 도전하고 극복하는 법을 알려 줬습니다. 또한 소통·협력·배려와 전우애의 가치를 가르쳐 줌으로써 제게 의미가 되고 보람이 되는 경험으로 남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부모님과 내가 사랑하고 나를 사랑하는 모든 이의 안녕을 기원합니다. 지금도 불철주야 맡은 임무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군 장병 여러분과 함께 훈련받았던 전우들, 앞으로 군인이 될 미래의 전우들까지 모두 파이팅 하시길 바랍니다. 모든 순간이 여러분에게 영예로운 경험이 되고 자산으로 남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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