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조명탄

그래도 장유빈을 응원하며

입력 2024. 12. 18   15:58
업데이트 2024. 12. 18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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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지민 서울신문 문화체육부장
홍지민 서울신문 문화체육부장



첫눈에 호감 가는 사람이 있다. 스포츠 현장도 마찬가지다. 골프 종목을 취재하다가 그런 선수를 만났다. 장유빈이다. 2002년생으로 스무 살을 조금 넘겼다. 

지난해 항저우아시안게임에 국가대표로 출전해 존재를 인지하게 됐다.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덜컥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에서 우승했다. 그것도 아마추어 신분으로. 이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활약하는 임성재·김시우, 역시 아마추어이던 조우영과 함께 아시안게임 골프 남자 단체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장유빈은 곧바로 프로로 전향했다. 330야드를 넘나드는 장타와 섬세한 쇼트 게임에 승부사 기질도 보여 주며 투어 정상급 기량을 뽐냈다.

그럼에도 아쉬움의 연속이었다. 올해 전반기 막판까지 그랬다. 11개 대회에 출전해 톱10에 7번이나 진입했지만 좀처럼 정상을 밟지 못했다. 준우승만 세 차례 했는데, 그중 한 번은 대회 최종일까지 5타를 앞서다가 연장에서 역전패한 경우였다. 펑펑 눈물을 쏟았던 장유빈은 2주 뒤 전반기 마지막 대회에서 기어코 우승컵을 거머쥐는 저력을 보였다.

후반기 우승 1회, 준우승 2회를 보탠 그는 KPGA 투어 사상 처음 단일시즌 상금 10억 원을 돌파하는 한편 연말 시상식에서 대상·상금왕·최저타수상·장타상·톱10 피니시상에다 한국골프기자단이 선정한 기량발전상까지 6관왕에 오르며 프로 2년 차에 국내 골프계를 평정했다.

사실 장유빈에게 호감을 가진 건 골프 실력 때문만은 아니다. 경기 매너도 좋고, 건실하고 솔직하고 꾸밈없는 털털한 모습에 훤칠한 외모까지 스타성을 두루 갖췄다. 무엇보다 장유빈은 어려서부터 자신을 키워 준 할머니·할아버지를 향한 효심이 지극하다. 할머니가 이른바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 방식으로 손자를 골프선수로 기르는 등 성장 이야기도 눈길을 끈다.

그런 그가 내년에 해외 무대에 진출한다. 사우디아라비아 자본이 주도하는 LIV 골프를 통해서다. 한국인 최초 LIV 골프 진출이다.

그런데 그 과정이 매끄럽지 않았다. 원래 장유빈은 PGA 투어 퀄리파잉(Q) 스쿨에 응시해 미국 무대에 도전할 예정이었다. 늘 꿈의 무대로 꼽아 왔고, KPGA 투어 대상 수상으로 PGA 투어 Q스쿨 최종전 직행 티켓을 손에 넣은 장유빈의 응시는 기정사실이었다. 장유빈 또한 “떨어진다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다”며 합격을 벼를 정도였으나 Q스쿨 최종전 개막 직전 돌연 LIV 골프로 선회했다.

PGA 투어의 협조를 구해 지난해부터 대상 수상자에게 Q스쿨 최종전 출전권을 특전으로 부여한 KPGA 투어로선 다소 난감할 법한 상황. PGA 투어 입장에서도 Q스쿨 출전을 취소하고, 2022년 출범 이후 대립각을 세워 온 LIV 골프로 향한 장유빈이 곱게 보일 리 없을 것이다. 최종전을 치르며 성의를 다한 뒤 결정을 내렸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진하다.

“엄청난 상금도 (결정에) 한몫했다”는 장유빈의 솔직한 설명에 개인적으로는 돌을 던지기 힘들다. LIV 골프는 전통적인 골프대회와 달리 54명이 출전해 컷 탈락 없이 54홀 스트로크플레이로 대회를 치른다. 우승상금은 400만 달러(약 57억 원)다. 일단 출전해 꼴찌를 해도 5만 달러(약 7200만 원)를 받는다.

이유야 어쨌든 개인의 선택이다. 존중해야 하지 않을까. 과정이 서툴렀다고 한들 이제 22세다. 기왕이면 장유빈이 욘 람, 세르히오 가르시아, 브룩스 켑카, 브라이슨 디섐보 등 세계 최정상급 선수들을 상대로 좋은 경기력을 보여 주기를 바란다. 또 언젠가는 그린재킷도 입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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