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 번쯤 어릴 때 바람개비를 돌리며 뛰어놀았던 추억이 있을 터. 단순한 놀이가 발전해 이제는 관광·전기산업의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되고 있다. 용량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풍력발전단지는 원자력발전소에 버금가는 2기가와트(GW) 이상의 전기를 30년간 생산할 수 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연간 수천억 원의 이익을 창출한다. 단지 인근 주민에게 에너지연금도 지급된다.
『손자병법』 지형 편에서는 ‘지형의 험하고 평탄함과 멀고 가까움을 운용하는 것은 장수의 기본 도리’임을 직시한다. 적에게 불리하고 아군에는 유리한 공간적 형세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드넓은 해상에서도 여전히 손자의 주장은 유효하다. 지형·물살을 잘 살펴 대승을 거둔 명량대첩이 그 좋은 본보기다.
한반도 인근 해상에 대규모 풍력단지를 만든다면 안보 측면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까? 군에서는 바다에 해상풍력단지가 생기면 각종 훈련구역 조정, 장거리 레이다 차폐, 각종 시험장 변경 및 은밀작전에 영향을 주는 장애요소로 간주한다. 과연 그럴까? 외국의 사례 연구에 의하면 대만 서안 타이완해협에 대형 풍력단지를 2층으로 설치하고 있는데, 평시 안정적 전력 공급 및 유사시 중국 상륙군 저지라는 해상완충구역 기능을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해양환경을 고려한다면 해상풍력단지가 완충구역 역할을 할 수 있을까? 10메가와트(MW)급 풍력발전기는 높이만 250m가 넘고, 터빈 블레이드 하나의 무게는 50톤 이상이다. 전차 무게와 맞먹는 블레이드가 초속 6m 속도로 돌아간다.
블레이드 자체가 재래식 방어무기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 블레이드 끝단에 설치된 낙뢰방지용 금속 팁은 레이다 운용에 중요한 방해요소가 된다. 공격자의 육상 레이다 인근에 풍력단지를 설치하면 레이다는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미사일 발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풍력타워 배치방법·간격에 따라 유사시 신울돌목 해전이 될 수도 있다. 평상시 수도권으로 안정적인 전력 공급은 물론 유사시 훌륭한 해상완충구역 역할을 할 수 있다. 이외에도 상황인식 능력을 획기적으로 확장 가능하고, 그 자체가 해상 감시초소·일반전초가 될 수 있다. 1년 365일 군함의 해상 충돌을 위한 수고를 조금은 덜 수 있다.
생각을 조금만 바꾸면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수 있다.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심도 있는 해상풍력발전 논의가 진행돼 콜럼버스의 달걀이 될 수 있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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