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 아라비아해 한가운데 떠 있었다. 사관생도 4학년, 해병대 장교가 되기로 결심한 뒤 마지막 관문인 순항훈련만을 남겨 두고 있었다.
임관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라 과연 어떠한 소대장이 돼야 하는지 걱정이 많았다. 항해 7일 차가 되자 고민은 꼬리에 꼬리를 물며 ‘전투원으로서 실질적인 훈련이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닿았다. 실제 전투 상황과 유사한 환경에서 이뤄지는 훈련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당시 노트에 작성했던 기억이 난다.
임관 후 서해 최북단 백령도를 수호하는 해병대6여단 선봉대대에 배치됐다. 우리 부대는 해안경계작전을 하는 특성상 다양한 교육훈련을 하기가 쉽지 않았다.
매일같이 반복되는 과업과 상황근무로 인해 ‘내가 생각했던 군인으로서의 삶이 이게 맞나’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도 적지 않았다. 예전부터 수색대에서 근무하고 싶었다. 실전적으로 훈련하고 교육받기를 원했던 듯하다. 그러던 중 중대장님으로부터 대대에서 전투사격술이 진행되니 참가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평소와 같이 과업에 적극 동참했다.
대대에서 주관하는 전투사격술의 지향점은 ‘기존의 사격술에서 벗어나 전투 상황에서 전투원의 능력 발휘가 가능한 실전적 훈련’이었다.
기존의 정적인 사격술에서 벗어나 동적인 훈련을 시행했다. 적을 확실하게 제압하고 나와 전우의 생존성을 보장하기 위한 단발 속사 사격이 이뤄졌으며 ‘더블탭(double tap)’과 같은 사격술 교육도 했다. 훈련했던 대로 실전에서 몸이 반응한다는 ‘머슬 메모리(muscle memory)’를 강조하며 신속 탄창 교환, 기능 고장 처치교육도 했다. 실전적이고 신속한 기능 고장 처치를 위해 탄피받이를 병기에 장착하지 않고, 탄창에는 탄피를 임의로 꽂아 기능 고장을 유발했다.
전장 스트레스를 구사하고자 훈련받는 간부들은 10회 팔굽혀펴기, 15회 버피 테스트를 한 다음 10m 질주 후 호흡이 가쁜 상태에서 단발 속사를 해야 했다. 이 모든 과정은 철저한 병기 안전수칙 준수와 탄피받이를 대체해 대대에서 자체적으로 제작한 탄피 걸림 거치대 등을 이용한 환경에서 실시됐다. 방아쇠를 속사로 당기면서 발생하는 병기의 반동, 가쁜 호흡 등 이 모든 게 합쳐져 그동안 멈춰 있던 내 심장을 다시 뛰게 했다.
훈련을 받으면서 해병대를 선택한 것이 다행이란 확신이 들었다. 추후 예비대로 철수하면 간부를 넘어 대원들이 이 같은 훈련을 받게 될 것이다. 이번 훈련 성과를 부대원들과 나눠 우리가 적과 싸울 때 전투를 승리로 이끌 수 있는 하나의 신호탄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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