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취업 정대영의 전역준비본부

성실한 군인, 군생활 자체가 디딤돌

입력 2024. 12. 16   17:13
업데이트 2024. 12. 16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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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영의 전역준비본부
32. 인테리어 창업에 성공한 E 중사의 군 경력

취미·특기도 경력이 되는 시대…병과만 특기가 되나요?
장기복무자 선발 실패 후 진로 고민
전공자 아니고 관련 지식 없었지만
부대 환경미화로 페인트·목공 경험
선배 따라 인테리어 사업으로 새출발
부대 관리 중 배운 노하우도 경력
군 관련 주 업무로 장점 한정 말고
폭넓은 자기탐색 과정에 집중해야


E 중사 사례

여러분의 어릴 적 꿈은 무엇이었나요? 사실 그때 꿈과 지금의 모습이 다른 경우가 더 많을 듯합니다. 성장하고 환경이 바뀌면서 꿈도 변하고, 우연한 계기로 새로운 진로·직업을 찾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아마 살아가며 많은 이와 서로 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이겠죠. 어떻게 보면 그 과정이 실시간으로 진행되기에 인생이 더 재미난 게 아닐까요? 이 순간에도 굉장히 복잡하고 다양한 요소가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칩니다. 요즘은 좋은 아이디어 하나만 있어도 돈을 벌 수 있는 시대입니다. 아이디어 제품 하나를 출시해 부자가 되는 경우도 있죠. 괜찮은 기술 하나로 창업하는 분도 있습니다. 이번에는 군에서 배운 기술을 발전시켜 인테리어 창업에 성공한 E 중사의 사례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그도 군 경력을 바탕으로 능력을 향상시켜 창업에 성공했습니다. 오늘은 특정 업종보다 창업하는 과정에 집중하시길 바랍니다.

E 중사는 임관 전부터 직업군인을 꿈꿨다. 그는 임관 후 장기복무자로 선발되기 위해 자력 관리에 힘을 쏟았지만, 안타깝게도 임관·교육 성적이 좋지 않았다. 비록 성적은 나빴지만 E 중사는 자대 배치 후 성실히 근무해 주변의 인정을 받았다. 이에 그는 다른 평가 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장기복무에 선발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계속 복무 연장을 신청했지만 끝내 장기복무자로 선발되지는 못했다. 주변 전우들은 성실한 그가 군을 떠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안타까워했다.

E 중사 또한 최선을 다했음에도 장기복무에 선발되지 못해 자괴감이 들었다. 전역 후 재입대할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직업을 찾을 것인지 그의 고민도 깊어졌다.

전역일자가 다가왔지만 여전히 무엇을 해야 할지 결정하지 못했다. 어느 날 먼저 전역한 군 선배로부터 전화가 왔다. 전역 후 인테리어 업종 창업에 성공해 돈을 잘 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전역하면 함께 일하자”는 선배의 제안에 며칠 밤을 고민했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E 중사는 자신의 군 생활을 돌이켜 봤다. 인테리어에 관해 아무것도 모르지만, 부대에서 환경미화를 할 때마다 센스 있다는 칭찬을 받았다. 페인트칠, 목공 등 부대 관리를 할 때 어깨너머로 배운 것도 많았다. 결국 선배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E 중사는 벽지, 페인트, 조명 등 여러 분야를 경험하며 현장감각을 익혔다.

그렇게 2년 정도 현장에서 일하다 보니 많은 기술을 배울 수 있었다. 동시에 안목을 높이기 위해 인테리어 관련 서적과 홈페이지 등을 보며 공부를 했다. 그가 제안한 인테리어에 만족한 고객들이 다른 손님을 소개해 주기도 했다. 그는 선배가 사업체를 운영하는 방식도 눈여겨봤다.

E 중사는 어느 시점이 되자 홀로서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는 선배의 도움을 받아 고향으로 내려가 창업했다. 새로운 곳에서 창업하다 보니 두 달가량은 손님이 없었다고 한다.

임대료만 나가는 상황에서 뭐라도 해야 했던 그는 블로그를 시작했다. 블로그에는 자신이 주도적으로 시공했던 내용이나 인테리어 관련 글을 올렸다. 그러자 어느 날부터 계약이 하나둘씩 성사됐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인테리어 계약이 급증해 매우 바쁜 나날을 보냈다.

E 중사는 자신이 주도적으로 사업체를 운영하는 것을 즐긴다. 인테리어 외에도 부동산 투자 공부도 한다. 그의 부모님도 처음엔 걱정이 많았지만, 이제는 그를 응원한다. E 중사는 “군 생활을 하지 않았다면 특기를 알 수 없었을 것이고, 인테리어 사업을 소개해 준 선배도 만나지 못했을 것”이라며 “장기복무를 하지 못해 아쉽지만 나만의 사업체를 갖게 돼 행복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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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생활을 하다 보면 부대 관리 차원에서 해야 하는 여러 과업이 있습니다. 저 역시 중대장 시절 부대 옆 훈련장을 관리하는 업무를 했습니다. 그때 중대원들과 헬리포트를 보수하고, 나무 정리를 하기도 했습니다. 어떤 이에게는 ‘잡무’로 느껴질 수 있지만, 이 역시 부대 관리 시 없어선 안 될 일입니다. 전역하고 생각해 보면 당시 부대 관리를 하면서 배웠던 작은 노하우가 전역 후 도움이 되는 순간이 있어 가끔 웃음이 나기도 합니다.

E 중사는 군 생활 때 부대 관리기간에 환경미화를 하는 데 흥미가 있었다고 합니다. 당시 군 선배들로부터 갖가지 노하우를 배웠다고 합니다.

E 중사의 선배도 노하우를 가르쳐 주던 선배 중 한 명이었습니다. 그 선배도 군 생활을 하면서 터득한 노하우를 활용해 전역 후 창업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때 선배의 눈에 E 중사가 들어온 것입니다.

E 중사의 사례를 살펴보면서 ‘군 경력’의 의미를 되새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모든 분의 군 경력에는 다채로운 업무 경력이 있습니다. 부대 관리 중 배운 노하우도 업무 경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대부분 군 경력이라고 하면 병과와 관련된 특기 또는 특정 분야의 업무만 생각합니다. 우리가 군 생활을 하면서 배운 노하우 또한 전역 후 창업할 때 기반이 될 수 있습니다.

필자의 지인도 이 사례와 비슷한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는 평소 결혼식을 앞둔 동료들에게 그들의 사진을 만화로 그려 카드로 선물했습니다.

이 기념일 만화 카드가 입소문이 나면서 많은 사람의 부탁을 받아 퇴근 후 바쁘게 그림을 그리고 카드를 만들어야 했죠. 그러다가 주변분들의 권유로 창업하게 됐습니다. 회사를 다니면서 창업했던 그는 영업이 잘되자 퇴사한 다음 본격적으로 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전역 후 커리어를 고민하는 분들과 상담하다 보면 진로 방향을 굉장히 어렵게 생각하는 분이 많습니다. 우리가 가진 기술 중 다른 사람보다 좀 더 나은 게 무엇인지부터 생각해야 합니다. 평소 사례 중심으로 글을 쓰다 보니 독자들 중 각 사례를 참고해 자신의 진로를 결정한 뒤 상담을 신청하는 분이 생겼습니다. 그런데 막상 상담해 보면 적지 않은 상담자가 스스로의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역량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자신의 장점을 찾는 일이 왜 어려울까요? 아무래도 강점이나 경쟁력을 본인에게서보다 전역한 주변 사람들에게서 찾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래서 사례 중심으로 글을 많이 쓰면서도 여러분에게 그 ‘과정’에 집중해 달라고 이야기합니다. 바로 자기탐색 과정을 강조하는 이유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남보다 더 나은 기술을 각자 하나씩은 갖고 있습니다. 아직 못 찾으셨다면 군 생활을 하면서 여러 업무와 활동을 하다 보면 찾지 않을까요? 취미와 특기도 경력이 되는 시대입니다. 항상 군과 관련된 사람만 만나거나 군 관련 업무만 보는 것보다는 가능하면 좀 더 다양한 활동을 하셨으면 합니다. 필자도 전혀 상관없는 분야의 사람들과 만나고 난 뒤 지금 업무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굉장한 강한 동기를 얻기도 합니다. 다방면의 책을 읽는 것도 방법이겠죠. 항상 비슷한 것만 찾는 것보다 다른 것에 도전하다 보면 여러분의 경험과 안목은 지금보다 훨씬 더 높아질 수 있지 않을까요?

이원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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