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군사 국제인도법 바로 알기

북,러 전선 파병은 국제법 위반 방조 넘어 침략행위 공동 수행

입력 2024. 12. 13   17:09
업데이트 2024. 12. 16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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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인도법 바로 알기
우크라이나·가자 전쟁을 중심으로 본 유엔헌장·국제인권법 적용 

점령은 주권 변동 없어 점령지 내 유효법 유지
제네바협약 의무 수행 질서 유지 목적 등에만 법률 폐지·제정 허용
러, 우크라 동부 편입 때 현지인에 유죄 판결 러 교도소 이전은 불법
‘팔’ 주민 자결권 침해 이스라엘 조치도 무효

2022년 2월 24일 러시아의 전면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1000일을 넘어섰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도 1년을 훌쩍 넘었다. 이 전쟁을 통해 무력 충돌에 관한 국제법이 얼마나 현실적인 국제법 분야인지 명백해졌다. 몇 가지 쟁점 사항을 Q&A 형태로 정리해 보자. 
 

우크라이나 키이우 주민들이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으로 파괴된 건물과 차들을 보고 있다. 유럽인권재판소는 러시아가 2014년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을 편입하는 과정에서 국제법을 위반했다고 판시했다.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키이우 주민들이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으로 파괴된 건물과 차들을 보고 있다. 유럽인권재판소는 러시아가 2014년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을 편입하는 과정에서 국제법을 위반했다고 판시했다. 연합뉴스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Q1)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이를 지원한 북한은 국제법을 위반했는가. 


국제적 무력 충돌에서 어느 국가의 정규군대가 다른 국가의 동의 없이 그 국가의 영역에 진입하면 ‘침략’이다. 침략은 현재 유엔 헌장 제2조 제4항에 따라 금지된다.

유엔 헌장에서는 제51조에서 인정하는 자위권과 제7장에 따라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서 허가한 무력 사용만 허용된다. 이는 국제관습법이기에 유엔 회원국이 아닌 국가에 대해서도 구속력을 지닌다.

유엔 헌장이 채택되기 전인 1945년 6월 이전에도 국제관계에서 국가의 주권 존중과 국내문제 불간섭은 국제질서의 핵심 사항이었기에 이를 위반해 타국 영역으로 자국 군대를 진입시키는 것은 침략이었다.

또한 침략과 같은 국제법 위반 행위를 다른 국가가 방조하는 것은 국제관습법상 금지된다. 그동안 이란이 드론을, 북한이 다량의 포탄을, 중국이 러시아의 전시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것은 모두 국제책임 소지가 크다. 최근에 북한은 정규군 1만여 명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선에 파견했다. 북한은 국제법을 위반하는 방조 정도가 아니라 러시아와 함께 우크라이나 침략행위를 ‘공동’으로 수행하는 셈이다.


Q2)2023년 10월 하마스의 기습공격에 따른 이스라엘의 반격은 국제법적으로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는가. 


하마스의 기습공격 이후 이스라엘 방위군의 가자지구 내 군사작전의 목적은 인질 구출이라는 정당한 목적을 위해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하마스 무장 조직을 박멸해 향후 이스라엘의 안보 위협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군사작전이 유엔 헌장에서 규정한 자위권의 발동 근거가 되는지는 논란이 있다.

이스라엘 방위군이 하마스 무장 조직을 상대로 수행하는 여러 가지 적대행위는 무력 충돌 때 적용되는 국제인도법의 비례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하마스 무장 조직에 대한 징벌이나 복수 행위라는 주장도 있다.


Q3)최근 유럽인권재판소는 러시아가 2014년 당시 크림 지역과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을 편입하는 과정에서 국제인도법과 국제인권법을 위반했다고 판시했다. 그 근거는 무엇인가.


러시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크림공화국과 세바스토폴 연방시는 러시아와 2014년 3월 18일 ‘가입 조약(Accession Treaty)’을 체결함으로써 러시아 영역으로 편입됐다. 2024년 6월 25일 유럽인권재판소는 2014년 2월 27일 이후 러시아가 크림 지역과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 실효적 지배력을 행사했기에 이들 지역이 러시아의 점령지라고 판단했다.

그런데 점령 당국인 러시아가 이들 지역 내에서 취한 일련의 행정조치는 유럽인권협약에서 보호하는 개인의 사상, 표현, 정치적 자유를 침해했다는 것이다. 크림 지역과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서 러시아 당국이 우크라이나인 또는 우크라이나 국적의 타타르인, 회교도, 인권활동가, 언론인을 불법 구금해 고문하고 허위의 간첩행위와 테러활동을 이유로 유죄 판결한 후 러시아 내 교도소로 강제 이전시켰기 때문이다. 2022년 2월 24일 러시아의 전면적인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가 유럽인권협약과 이 협약의 감시기관인 유럽평의회에서 축출된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Q4)우크라이나 전쟁과 가자지구 전쟁에서처럼 점령지역에서는 어떤 국제법이 적용되는가. 


국제인도법에 따르면 외국 군대가 영토 국가의 동의 없이 주둔해 해당 영역을 실효적으로 통제하면 점령이 개시된다. 전시 점령에 적용되는 1907년 헤이그협약에 따르면 점령 당국은 점령지 내에서 유효한 법률을 유지해야 하고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고’ 이를 변경 또는 정지시키거나 자국 법령으로 대체할 수 없다. 유럽인권재판소는 점령지 내에서 점령국인 러시아의 법이 아니라 우크라이나 법이 적용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국제사법재판소는 점령국인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팔레스타인 인민의 자결권을 침해하지 않아야 한다고 하면서 이스라엘이 취한 각종 조치의 무효를 선언했다.

전시 민간인 보호에 관한 1949년 제네바협약(제Ⅳ협약)에 따르면 점령 당국은 자국의 안전에 직접적인 위협을 제거하거나, 제네바협약의 제반 의무를 이행하거나 점령지 내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만 점령지에서 유효한 법률을 정지 혹은 폐지하고 새로운 법률을 제정할 수 있다. 무엇보다 점령 당국은 점령지 내 보호받는 개인들이 국제인권법에 따라 누리는 혜택을 박탈할 수 없다.


Q5)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병합과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지역 장기 점령에 따른 병합은 어떤 맥락에서 이해해야 하나.


침략 이후 무력 공격자가 자국 영역이 아닌 지역에 실효적인 권한을 행사하는 것이 ‘점령’이다. 더 나아가 점령 당국이 점령지를 자국 영역으로 편입시키는 것이 ‘병합’이다. 현재 유엔 체제 내에서 강제력을 수반한 병합은 유엔 헌장 제2조 제4항을 위반하는 것으로서 허용되지 않는다. 유엔 헌장 제2조 제4항에 해당하는 무력 사용이 없어도 점령지에 거주하는 주민의 자결권을 침해하면 병합이라는 것이 최근 국제사법재판소의 권고적 의견이다.

점령은 일반적으로 주권 변동을 초래하지 않는다. 하지만 영토 병합의 의도로써 점령 당국이 여러 가지 정책과 실행을 취하면 병합 효과가 발생한다. 2024년 7월 19일 팔레스타인 지역에 대한 국제사법재판소의 두 번째 권고 의견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점령은 점령법을 위반했고, 이스라엘이 점령 당국으로서 57년간 시행한 정책이나 실행은 병합으로서 국제법을 위반했다. 이스라엘은 2004년 국제사법재판소의 첫 번째 권고 의견에 따라 가자지구 주둔군을 철수시켰지만 가자지구, 요단강 서안, 동예루살렘의 팔레스타인 영역 전체의 점령 당국이었다. 이스라엘은 점령 당국으로서 국제인도법에 따라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식량과 그 밖의 생필품을 공급해 삶을 영위하도록 해야 할 적극적 의무를 부담하는 한편 가자지구 내 주민을 위한 구호 물품의 진출입을 방해하지 않을 소극적 의무를 부담했다.

 

필자 강병근은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에서 국제법 교수로 재직 중이다. 영국 에든버러대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대한적십자사 인도법연구소 자문위원과 고려대 법학연구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필자 강병근은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에서 국제법 교수로 재직 중이다. 영국 에든버러대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대한적십자사 인도법연구소 자문위원과 고려대 법학연구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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