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공군

天군만마, 365일 24시간 동북부 영공 감시 누구보다 먼저 적 침입 잡아낸다

입력 2024. 12. 09   17:06
업데이트 2024. 12. 09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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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아래 첫기지를 가다 - 공군방공관제사령부 8386부대(하) 

사실상 영공 전역 항적 파악
장거리항공통제레이다 300㎞ 이상 탐지·실시간 자료 전송
지대공유도탄 ‘신궁’ 반복 훈련…유사시 기지방호 능력 다져

해발 1460m, 추위는 또 다른 적
겨울 악기상 대비 기지경계작전 확립 교육·재난대응훈련 매진
부대신문 등 자체 프로그램 유대 강화…핵심 임무 자부심도 대단

땅에서도 ‘대한민국을 지키는 가장 높은 힘’을 보여주는 공군 부대 탐방기 ‘하늘 아래 첫 기지를 가다’ 하(下) 편은 공군방공관제사령부 8386부대다. 어떤 상황에서도 중단 없이 방공감시작전을 펼치는 ‘최고지·최북단 방공관제부대’를 소개한다.  글=김해령/사진=조종원 기자

 

경기도 가평군 일대 1460m 고지에 자리 잡은 공군방공관제사령부 8386부대 전경. 커다란 돔 모양의 장거리항공통제레이다가 눈에 띈다.
경기도 가평군 일대 1460m 고지에 자리 잡은 공군방공관제사령부 8386부대 전경. 커다란 돔 모양의 장거리항공통제레이다가 눈에 띈다.

 

 

8386부대는 앞서 찾은 미사일방어사령부 8979부대(본지 12월 9일 자 4·5면)와 가까운 거리에 있다. 두 부대 모두 경기도 가평군 일대에서 제일 높은 산봉우리를 하나씩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숫자로 보이는 거리는 가깝지만, 차를 타고 움직이면 40분가량 걸린다. 눈이 많이 내리는 날에는 부대 간 이동이 불가능하다. 

지난 5일 8979부대에서 8386부대로 가는 길 역시 눈이 녹지 않은 빙판이었다. 스노체인을 장착한 차량으로 가파른 산길을 굽이굽이 오른 후 8386부대에 도착할 수 있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커다란 돔(Dome)이었다. 8386부대를 비롯한 공군 방공관제부대들이 운용하는 장거리항공통제레이다다.

부대는 장거리항공통제레이다를 365일, 24시간 운용하며 동북부 영공을 감시하고 있다. 한순간도 쉼 없이 하늘을 바라보며 침입하는 적을 누구보다 먼저 알아채고 방어하도록 지원하는 임무다. 레이다로 식별하는 항적 자료는 중앙방공통제소(MCRC)로 실시간 전송된다. 탐지 범위는 300㎞ 이상. 사실상 한반도 영공 전역의 항적을 파악할 수 있다.

부대는 ‘원격 공지통신 운영지원’ 임무도 수행한다. 말 그대로 공중과 지상을 연결해주는 일이다. 공지통신장비를 활용해 기지에서 부대 권역으로 들어온 항공기 조종사에게 적 항적 위치 등을 안내하는 것이다. 특히 장비는 적진 등 지상에서 관제 임무를 하는 합동최종공격통제관(JTAC)이 조종사와 통신할 수 있도록 돕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임무가 막중한 만큼 기지는 유사시 적의 목표 우선순위가 될 수 있다. 부대가 항상 높은 보안·기지방호태세를 유지하는 것은 이 때문. 부대 군사경찰 장병들은 한파에도 주기적으로 기지경계훈련을 한다. 휴대용 지대공유도탄 ‘신궁’ 등 단거리 방공무기 운용 훈련도 반복한다.

1460m가 넘는 고도의 추위는 차원이 다르며, 이는 또 다른 적이다. 평균적으로 8386부대에는 10월 말 첫눈이 오고, 5월까지 계속된다. 올해 마지막 눈도 5월 중순이었다. 보통 4월 말까지는 빙판·적설로 차량에 체인을 장착하고 운행해야 한다. 최저 기온은 영하 30도까지 내려가며, 체감온도는 영하 40~50도를 찍기도 한다. 5분 이내 외출이라도 방한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동상에 걸릴 수도 있다. 하태연 상병은 “체감온도 영하 40도인 날 야외 작업을 위해 귀덮개를 하지 않고 2~3분 정도만 나와 있어도 시린 정도를 넘어 따갑고 아프다”고 설명했다.

 

 

기지경계훈련을 위해 이동하는 장병들.
기지경계훈련을 위해 이동하는 장병들.

 

 

 

공지통신장비를 점검하는 간부.
공지통신장비를 점검하는 간부.



겨울이 빨리 찾아오는 만큼 타부대 보다 빠르게 동계작전 대비태세를 갖춘다. 8386부대는 10월 말부터 방한피복 지급 상태를 점검하고, 타이어체인 장착을 포함한 동계 안전교육을 마쳤다. 겨울 악기상 등 변수에 즉각 대처할 수 있는 기지경계작전 확립 교육과 재난대응훈련도 여러 차례 했다.

한파가 다른 곳보다 일찍, 길게 이어지지만 작전엔 찰나의 멈춤도 없다. 부대가 맡은 임무가 그만큼 중대하기 때문이다. 겨울이면 장병들이 평소보다 장비 점검에 더 꼼꼼하고 신중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승욱(중령) 8386부대장은 “어떠한 악기상에도 빈틈없는 방공작전을 위해 레이다·공지통신 등 작전장비 운용 능력 보장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며 “고도의 경계작전태세와 대비태세를 구축한 가운데 시설 점검·관리에도 역량을 집중해 부여된 임무를 반드시 완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8386부대는 험준한 산악지형에서 긴 겨울을 이겨내야 하므로 다른 부대에 비해 생활 환경이 열악하다. 출·퇴근도 쉽지 않다. 모든 간부는 부대 소형버스 5대를 이용해 출·퇴근한다. 관사에서 부대까지 편도 50분 이상이 소요된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간부들은 헌신적인 자세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병사들은 자체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유대를 강화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부대신문’이 있다. 부대신문은 병사로 구성된 명예기자단이 한 달에 한 번 발행하는 소식지다. 명예기자단은 부대 소식뿐만 스포츠·맛집 등 관심을 끌 만한 주제부터 장병 정신전력 향상에 도움을 주는 내용까지 취재, 기사 작성, 편집을 도맡는다.

부대원들은 아무나 근무할 수 없는 곳에서 영공방위 핵심 임무를 수행한다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김상혁 병장은 “고지대 생활이 쉽지는 않지만 아름다운 하늘과 산의 조화를 볼 때마다 ‘하늘 아래 첫 부대원’으로서 뿌듯함을 느낀다”며 “영공방위 대비태세 확립에 일조한다는 긍지를 갖고 남은 군 생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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