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육군, 우리는 드론으로 승리한다
(하) 교육훈련체계의 요람 ‘부사관학교’
드론 전문가 양성
야전부대 부사관 8주 과정
전술적 운용 중점 교육
구조·원리·조립·정비부터
도시지역 정밀기동까지 습득
‘최정예 육군’ 다양한 노력
이수자는 부대 교관 임무 수행
내년 교육과정 확대·시설 확충
중대급 이하 직위 편성도 추진
모든 장병 운용이 ‘최종 목표’
현대전에서 드론은 더 이상 보조적인 수단이 아니라 전투의 핵심 전력이다. 앞으로 드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못하는 군대는 생존을 장담할 수 없을 것이란 이야기도 나온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육군에서도 드론 교육 붐을 일으키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육군부사관학교(부사교)의 드론교육과정을 가까이에서 지켜봤다. 글=배지열/사진=김병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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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 뚫고 들려온 드론 프로펠러 소리
2일 오전, 전북 익산시에 있는 부사교 교내 훈련장. 전날까지 이어진 추위로 한기를 가득 머금은 건물 입구로 들어서니 갑자기 들려오는 ‘윙~’ 하는 소리가 취재진을 맞았다. 기체를 감싼 드론볼 안에서 맹렬한 기세로 돌고 있는 드론 프로펠러 소리였다.
마치 먹잇감을 노리는 맹수처럼 한참 공중에 가만히 떠 있던 드론은 경로를 바꿔 격실 안으로 들어갔다. 빠르게 내부를 돌아다니면서 구조를 확인한 드론은 책상과 벽에 붙어 있던 표지를 정확하게 탐지한 뒤 안전하게 바닥에 착지했다. 일련의 과정은 드론에 달린 카메라로 생중계됐다.
이곳에서는 지난 10월 문을 연 ‘24-1기 드론교육과정’이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이번에 처음 개설된 해당 교육과정은 야전부대 부사관을 대상으로 드론 조립·정비, 기본조종, 전술적 운용 등 총 8주 과정으로 진행된다. 과정을 이수한 사람은 군 드론운용 자격을 부여받아 야전부대 드론운용 요원 및 소속 부대 교관으로 임무를 수행한다.
이날은 3일 최종 평가를 앞두고 교육생들이 마지막 훈련에 나섰다. 또 다른 방에는 교육생과 교관들이 모여 의견을 주고받으며 연습에 한창이었다. 고글을 쓰고 조종기를 잡은 장병 모습이 마치 SF영화 속 사이버 전사 같았다. 이들은 이어 야외 연병장에 설치된 게이트 구조물을 아슬아슬하게 피하고, 표적 그물망에 정확하게 직충돌하는 미세한 컨트롤까지 보여주면서 그동안 습득한 운용능력을 마음껏 뽐냈다.
드론과정 교육생인 28보병사단 전차대대 강원식 중사는 “단순한 드론 운용법이 아니라 드론 구조와 원리, 조립과 정비부터 전술적 운용까지 세심하게 알게 돼 좋았다. 부대로 돌아가면 드론 운용은 물론 교관 임무까지 자신 있게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큰 만족감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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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풀·수목 피하며 빠르게 목표 도달
자리를 분대 방어훈련장으로 옮겨 이어진 훈련. 날카로운 철조망과 지면 깊숙이 들어간 진지, 곳곳에 세워진 사람 상체 모형 표적지까지. 실제 전장 같은 환경에서 평소 같으면 개인화기를 갖춘 장병들이 수풀과 나무로 은·엄폐하면서 전진하는 상황을 봤겠지만, 이날만큼은 그림이 달랐다.
후방에서 고글을 쓴 장병이 조종기로 몇 번 조작하자 드론이 수풀과 나무 사이를 재빠르게 오가면서 어느새 목표지점에 다다랐다. 2인1조로 구성된 교육생들은 정보를 공유하고 주변을 경계하는 등 도움을 주고받으며 임무를 완수하고 교육을 마무리했다.
이번 드론교육과정 특징은 기존에 운영하던 ‘자격화’ 위주의 교육과 다르게 ‘전술적 운용법’에 중점을 둔 데 있다. 교육생들은 전장 상황과 지형적 특징을 고려해 수목 및 도시지역에서의 정밀 기동과 장애물 회피기동, 타격 비행 능력 등을 습득하고 있다.
이번에는 최종 평가를 거쳐 총 41명의 부사관이 드론 운용 전투원으로 거듭날 예정이다. 부사교는 △드론이 분·소대급 부대까지 전력화할 예정이라는 점 △운용 주체가 소부대 전투 지휘자이자 전투장비 운용 전문가인 부사관이라는 점 △학교가 부사관 양성 및 교육의 최대 규모 전문기관이라는 점 등을 고려해 전문 교육을 마련하는 데 앞장섰다.
교육생인 8기동사단 불무리여단 비호대대 김인범 상사는 “기동사단 특성상 빠른 정보 획득이 생명인데, 드론이 정찰뿐만 아니라 사격 관측 임무까지 수행할 수 있어 부대에서도 관심이 높다”며 “처음에는 마음먹은 대로 운용하기가 어려웠는데, 갈수록 익숙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부사교는 2025년 연내 4차례 교육 진행을 목표로 3월 2기 교육과정을 열 예정이다. 기상 영향을 덜 받으면서 드론을 운용할 수 있는 전문 교육훈련장 신축과 신형 장비 구축 등 교육환경을 개선해 더 많은 대상자가 교육받을 수 있도록 힘쓰기로 했다.
현장에서 교육생을 지도하는 천승환(상사) 부사교 드론교육과장은 “교육생들이 정해진 교육 시간 외에도 질문하고 자체 연습을 하면서 대단한 열의를 보이고 있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어 “드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하는 만큼 관련 시설 확충을 비롯해 많은 관심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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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 교육훈련체계 발전 ‘박차’
육군은 앞으로 드론이 전쟁 승패를 좌우할 게임체인저로 활용된다는 판단에 따라 드론 교육훈련체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선 모든 장교와 부사관이 드론운용 전문가가 되도록 간부 양성 및 보수교육 과정에서 드론교육을 의무적으로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현재는 부사관학교에 앞서 언급한 드론교육과정을 개설해 야전부대에서 장병들을 교육할 드론 전문교관을 양성하고 있다.
이들은 기보급된 드론과 교육용 상용드론을 활용해 분대장이 드론 운용능력을 갖추도록 교육하고, 능력을 갖춘 분대장이 전 분대원을 대상으로 교육하면서 장병 모두가 드론을 자유자재로 운용하도록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다.
또 전문가 양성을 위한 교육과 함께 중대급 이하 부대에 드론 운용 직위 편성을 추진함으로써 모든 제대가 드론을 활용해 전투할 여건을 조성해 가고 있다.
여기에 더해 2026년까지 분·소대급에 교육용 드론 4500여 대를 순차적으로 보급해 야전부대에서 장병들이 드론을 친숙하게 조작하고, 추락 및 분실 부담 없이 마음껏 훈련할 수 있도록 만들 계획이다.
아울러 각 부대의 개인훈련·집체훈련·전술훈련에 드론을 필수적으로 활용해 제대별·전투수행기능별 드론 운용능력을 향상하고 ‘최정예 300 전투원 선발대회’ 부문에도 드론 분야를 추가해 최고의 전투전문가를 선발하는 등 ‘드론 교육 훈련 붐’을 조성하는 데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드론에 대한 작전운용·교육훈련·장비관리 방법 등을 총망라한 ‘드론운용지침서’도 연내 발간·배포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 지침서는 대대급 이하에서 운용하는 드론에 관한 일반적인 설명과 전투현장에서 즉시 적용할 수 있는 전투기술 및 노하우 등을 포함하고 있다.
앞으로도 육군은 전쟁 패러다임 전환과 인구절벽으로 인한 병역자원 감소 등 급변하는 안보환경에 대응해 첨단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한 최정예 육군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할 예정이다.
김양태(준장·진) 육군본부 교육훈련정책과장은 “최근 전쟁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듯, 드론은 미래 전장이 아닌 현재 전장의 핵심 전투수단”이라며 “육군은 야전부대에서 드론으로 마음껏 교육훈련할 수 있도록 △교관 양성 △교육용 드론 보급 △지침서 배포 등 드론 교육훈련체계를 제대로 정립해 ‘이기는 것이 습관이 되는 육군’을 구현하기 위해 힘쓰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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