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해군 장병들이 그동안 정성스럽게 길러 온 모발을 기부하면서 초겨울 추위를 물리치는 훈훈한 소식을 전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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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머리카락, 길어진 나눔의 삶
육군20기갑여단 안우상 대위는 3년여 길러 온 모발을 잘라 소아암 환자를 위한 가발을 만드는 ‘어린 암 환자를 위한 머리카락 나눔 운동본부’(어머나 운동본부)에 기부했다.
2018년 국방일보 기사로 다른 여군들의 모발기부 선행을 접하면서 기부에 관심을 갖게 된 안 대위는 ‘여군’이라는 직업 특성상 탈색 등으로 인한 머리카락 손상이 거의 없다는 점을 고려해 모발기부에 동참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때부터 2021년까지 약 3년간 기른 머리카락 25㎝를 기부했던 안 대위는 곧바로 다시 머리를 길러 올해 2번째 기부를 이어갔다. 6년 동안 머리를 기르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지만, 항암치료와 그로 인한 탈모 때문에 고통받는 소아암 환자들에게 조금이나마 희망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불편함을 견뎌 냈다. 안 대위는 3번째 기부를 위해 또 한 번 정성스럽게 머리를 기를 예정이다.
안 대위는 임관 이후 헌혈에도 꾸준히 동참하고 있다. 지난 7월 22일에는 헌혈유공장 은장(30회)을 받았고, 앞서 2019년엔 생면부지의 혈액암 환자에게 조혈모세포를 기증하기도 했다.
‘나눔을 실천하는 이유는 내가 그것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철학을 가진 안 대위는 “군복 입은 군인으로서 우리 국민을 어떤 방법으로든 직·간접적으로 도울 기회가 있어 감사하고, 앞으로도 기부를 이어가는 동시에 임무도 완수해 국민에게 신뢰받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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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암 환자 향한 사랑 나눔
‘정병 육성의 요람’ 육군훈련소(육훈소)에서도 소아암 환자들을 위한 사랑 나눔 소식이 전해졌다. 주인공은 육훈소 29교육연대에서 훈련병을 양성하는 소대장 양아름 중사와 안세라 중사.
양 중사는 입대 전 매주 일요일 대전 한밭제일복지재단에서 장애아동 예배를 돕는 봉사활동을 했을 뿐만 아니라 임관 이후에도 세이브 더 칠드런의 ‘신생아 살리기(모자 뜨기) 캠페인’에 참여하는 등 어린이들을 위한 봉사를 계속해 왔다.
양 중사는 “소아암 환자들에게 작은 힘이 되면 좋겠다는 마음에 머리카락을 기증하게 됐다”며 “나의 작은 실천이 선한 영향력을 발휘해 환자들의 심리적 안정에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2015년 임관한 안 중사는 항상 짧은 머리를 고수해 왔다. 그러던 중 우연히 어머나 운동본부 포스터를 보고 기부를 결심했다. 많은 소아암 환자가 항암치료 과정에서 동반되는 탈모로 대인기피증과 우울증으로 힘들어한다는 소식을 들은 그는 2021년부터 3년간 머리를 길렀다.
안 중사는 “머리를 기르기 위해 임관 후 처음으로 머리망을 했는데, 처음엔 익숙지 않고 요령이 없어 훈련과 체력단련을 하는 내내 불편함을 느껴 고비가 있었다”며 “그러나 기부를 마친 지금은 뿌듯함과 보람만 남았다”고 밝혔다.
나의 작은 관심, 누군가의 큰 행복
육군3보병사단 정보통신대대 이동통신조장으로 복무 중인 고지연 하사도 소아암 환우들을 돕기 위해 1년 6개월간 정성껏 기른 25㎝의 머리카락을 기부한 사연으로 주변에 감동을 전하고 있다.
고 하사는 국방일보와 육군 SNS 채널에서 머리카락을 길러 기부하는 전우들의 기사를 보고 어머나 운동본부의 존재를 알게 됐다. 이후 그는 ‘나도 항암치료로 고생하는 소아암 환우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돼 보자’는 생각으로 기부에 동참했다. 그는 앞서 지난해에도 2년 동안 기른 머리카락 30㎝를 기부해 부대 장병들에게 귀감이 됐다.
양질의 모발을 기부하기 위해 고 하사는 많은 정성을 기울였다. 조금이라도 더 나은 모발을 기부하고자 머릿결에 손상을 주는 파마와 염색은 전혀 하지 않았고, 미세먼지가 있는 주말에는 되도록 외출도 자제하면서 머릿결 관리에 신경 썼다.
또한 각종 영양제가 들어간 샴푸와 린스를 사용하고 머릿결에 영양분을 주는 클리닉 시술을 주기적으로 받으면서 오랜 기간 정성을 기울인 끝에 건강한 모발을 기부할 수 있었다.
고 하사는 “내게 주어진 임무에 최선을 다하면서 작은 관심과 희생으로 시작된 기부가 누군가에게 큰 행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며 “앞으로도 항상 국민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면서 언제·어디서든 선한 영향력을 선사하는 백골인이 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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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발기부 취재 돕다 기부 동행
해군군수사령부 강승연 하사도 2년간 소중히 길러 온 모발 25㎝를 소아암 환우를 위해 기부했다.
정훈실 사진담당인 강 하사는 모발기부로 주위에 귀감이 된 부대원의 국방일보 보도사진 촬영을 지원하며 모발기부를 결심했다. 강 하사는 기부를 위해 긴 머리를 유지하면서 모발에 좋은 에센스나 오일 등을 사용하는 등 각별히 관리해 왔다.
강 하사는 이번 모발기부를 계기로 앞으로 나눔과 봉사를 꾸준히 실천할 계획이다. 그는 “머리카락은 가벼워졌지만 마음은 뿌듯함과 자부심으로 가득 찼다”며 “추워지는 연말연시에 저의 조그마한 기부가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용기와 따뜻함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배지열·이원준 기자/사진=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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