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전(遭遇戰). 이동 중 부대가 불의에 적 부대와 만났을 때 일어나는 전투행위다. 얼마 전 우리 대대에서 소부대 조우전 경연대회가 열렸다.
훈련은 야간에 실시됐고, 우리가 상대해야 할 적은 소대뿐만이 아니었다. 칠흑 같은 어둠이 적이었다.
때로는 아군이 적이 되기도 했다. 어둠에서 기동할 때는 방향 탐지가 어려웠고, 지휘도 힘들었다. 적과 조우해 교전할 땐 피아 식별이 어려워 아군이 아군에 총구를 돌리는 상황도 발생했다. 나의 판단과 명령은 소대원을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었다. 작전을 완수하기 위해선 다양한 임무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
첫째, 지형을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실제 작전을 해 보니 지형정찰의 중요성은 더 크게 부각됐다. 지형은 지휘자만 잘 알고 있으면 되는 게 아니었다. 지휘자가 “큰 멧돼지 모양 표지판 남측으로 우회해”라고 이야기했을 때 병력이 약속한 듯 이동하려면 장병 한 명 한 명이 지형을 확실하게 알고 있어야 했다. 이순신 장군이 명량해협(울돌목)에서 수많은 왜적을 물리칠 수 있었던 건 그 지역의 지형과 기상을 이해하고 있었기에 가능했다. 우리가 전장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작전지역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
둘째, 임무형 지휘의 중요성을 깨달아야 한다. 작전을 전개하면서 수많은 애로사항과 부딪혔지만 그중 가장 컸던 부분은 통신 문제였다. 군의 통신장비는 계속 발전하고 있지만 수목이 무성한 한국 작전지역 특성상 가청거리가 생각처럼 길지 않았다. 이처럼 통신이 되지 않을 때 분대장은 소대장의 지휘가 없다고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으면 안 되고, 분대장의 지휘 아래 계획된 작전을 수행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분대장과 부분대장 한 명 한 명이 소대장 역할을 할 수 있을 만큼 개개인이 군사지식과 체력, 지휘 능력을 갖춰야 한다.
셋째, 평소 체력 수준을 확보해야 한다. 산악지형에서 작전하다 보면 평지에서 훈련한 것과는 다른 수준의 피로도가 있다. 병력 역시 2시간이 넘는 기동으로 많이 지쳐 막상 목표 고지에 도달했을 때는 모두 체력을 소진해 돌격진지에서 휴식을 취해야 했다. 이는 전술적이지 못한 행동이다. 병력이 산악지형을 2시간 넘게 이동하고 마지막 목표 고지를 뛰어 올라가며 전투하기 위해선 강인한 체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지휘자의 전술을 구현하는 것은 병력이고, 병력이 전술을 완성하려면 그에 맞는 체력 수준을 갖춰야 한다.
‘천하수안망전필위(天下雖安忘戰必危·세상이 아무리 평안해도 전쟁을 준비하지 않으면 반드시 위태로워진다)’. 군인은 전쟁을 준비해야 하고,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훈련하고 또 훈련해야 함을 다시금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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